- 김경수 경남지사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 부장판사)가 23일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항소심 5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은 증인으로 나온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인 박모씨(닉네임 '서유기')가 매크로 프로그램(킹크랩)을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대화방에서 받았다고 한 진술내용 등에 대한 심리가 이뤄졌다.
김 지사는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 공모,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포털사이트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김 지사는 2016년 12월4일부터 지난해 2월1일까지 드루킹 일당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기사 7만6000여개에 달린 글 118만8800여개의 공감·비공감 신호 8840만 1200여회를 조작하는데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의 핵심은 조작된 내용이 킹크랩을 통해 조작된 것인지, 단순한 선플(착한 댓글 달기 또는 '좋아요' 누르기) 운동인지 여부였다. 김 지사측은 "드루킹 일당이 자신들의 조직 과시를 위해 킹크랩을 개발해 활용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1심에서 킹크랩 사용 증거로 인용한 네이버 접속기록 등은 킹크랩을 이용한 것인지 수작업을 통한 선플 운동인지 구분되지 않아 공소사실 자체가 특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모씨는 이날 심리에서 "(댓글에는) 선플 운동과 킹크랩으로 인한 부분이 중복돼 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의 비율로 중복돼 있는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박씨는 앞서 2016년 11월9일 김 지사에게 킹크랩 시연을 하려고 직접 준비했고, 드루킹 김동원씨로부터 김 지사에게 킹크랩 운용을 허락받았다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또 킹크랩 입수 경위에 대해서는 '달빛기사단' 대화방(오픈채팅방)에서 받았다고 주장했다. '달빛기사단'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카카오톡 대화방의 이름으로, 달(moon:문재인대통령)을 지키는 기사단(knights)라는 뜻이다.
박씨는 "실제 사용한 매크로 프로그램이 달빛기사단 대화방에서 다운받은 것이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달빛기사단 대화방에는 저만 들어가 있었고 거기서 다운받은 것"이라고 답했다. 박씨는 킹크랩을 김 지사의 당시 보좌관인 한모씨에게도 직접 시연했다고 증언했다.
김 지사측 변호인은 "(댓글조작은) 경공모 내부에서 있던 일들이라 김 지사가 알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박씨가 드루킹 김씨와 진술을 고의로 맞춰가고 있으며, 늘 모호한 마무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인 이날 재판에 출석하며 "저를 대신해 깨어 있는 시민들께서 봉화마을을 찾아주시고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주시리라 믿는다"며 "아쉽지만 오늘 재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