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거듭된 사퇴 요구에 '버티기'에 나섰다.

 

17일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하태경, 이준석)은 회의를 보이콧한지 거의 한달만에 복귀해 손학규 대표와 자리를 함께 했다.  오신환 원내대표가 15일 당내 선거에서 당선된 후 처음으로 참석한 회의다. 이 자리에서 손 대표측과 바른정당계는 정면으로 충돌했다.  

 

바른정당계는 오 원내대표 당선 직후부터 손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손 대표는 "끝까지 버티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오신환 원내대표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어제 손 대표가 같은 당 동지를 '수구 보수'로 매도하고 의원들의 총의를 '계파 패권주의'라고 비난했다"며 "패권주의, 수구 보수라는 표현에 대해 이 자리에서 사과하라"고 손 대표를 몰아세웠다.

바른정당계 하태경 최고위원도 "올드보이·수구세력의 당내 청산이 급선무"라며 손 대표 퇴진 주장에 가세했다.

국민의당 출신이지만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바른정당계와 입장을 함께 했던 권은희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전날 '패권주의·수구 보수' 발언을 놓고 "(이언주 의원의) '찌질하다' 발언보다 더 큰 해당 행위"라며 징계 가능성을 거론했다.

손 대표가 지명한 지명직 최고위원인 국민의당계 문병호 최고위원은 "우격다짐으로 대표를 망신 주거나 대표 몰아내기로 몰아가선 안 된다"며 "따지고 보면 (바른정당계가) 보이콧을 한 게 비정상의 시작 아니냐"고 했다.

그러자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 당이 손학규 당이냐, 손학규는 혼자 남은 고립된 상황"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날 회의에서 바른정당계는 지명직 최고위원(문병호-주승용) 임명 무효, 지도부 재신임 투표 등을 최고위에 안건으로 상정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공개회의에서 손 대표는 이를 모두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공석인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수석대변인에 자신과 가까운 채이배, 임재훈, 최도자 의원을 각각 임명하려 했으나 바른정당계 반발로 무산됐다.

손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사퇴하지 않는다. 죽음의 길로 들어섰는데, 이것으로 당을 살리고 총선에 승리하겠다는 게 제 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표 재신임 투표같은 건 당헌에 없다"고도 했다.

오 원내대표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손 대표가 '유승민 축출'을 말한 게 사실이라면 징계 사안"이라며 "이 발언에 대한 사실 여부를 조사하는 조사위를 꾸릴 것"이라고 했다.  옆에 서 있던 하 최고위원도 "손학규 지도부가 물러나는 것이 우리 당의 화합"이라고 거들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