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신문기자 출신이자 문재인 정부 사람인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언론관(觀)'은 사뭇 달랐다. 사진=뉴시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 대담 방송을 진행한 송현정 KBS 기자에 대해 일각에서 ‘태도 문제’를 지적했다. 문 대통령 대답을 찡그린 표정으로 듣고, 중간에 말을 잘랐으며, 야당의 ‘독재자’ 공세에 관한 질문을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묻기보다 듣기’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낙연 국무총리는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문(新聞)과 기자(記者)에 관한 이야기’를 적었다.
“저는 신문사에서 인턴기자 교육 담당으로 여러 해 일했습니다. 그 첫 시간에 저는 늘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신문의 ‘문’ 자는 ‘들을 문’ 자입니다. 그러나 많은 기자들은 ‘물을 문’ 자로 잘못 아십니다. 근사하게 묻는 것을 먼저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닙니다. 잘 듣는 일이 먼저입니다. 동사로서의 ‘신문’은 새롭게 듣는 일입니다.”
언론사·언론인은 질문보다 경청을 중시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반면 같은 문재인 정부 인사이자 《한겨레》 기자 출신인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언론관(觀)’은 달랐다. 김 전 대변인은 2017년 10월 24일 자 《기자협회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록보다 묻기’
- 기자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끔씩 하는 말인데 기자가 기록할 기(記) 자에 기자가 아니다. 물을 문(問)자에 문자가 더 적합한 이름 붙이기다. 끊임없이 묻는 거다. 왜라고. 사람이나 사물, 사회에 왜라고 묻는 것처럼 기자들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기자는 문자(問者)여야 한다”는 김 전 대변인의 소신은 2017년 ‘한겨레 특별취재반’ 명의로 공저(共著)한 책 《최순실 게이트》(돌베개)에도 나와 있다.
MBC 기자 출신인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최근 김 전 대변인과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지난 4월 3일 자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윤 수석은 청와대에서 당시 낙마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문제를 출입기자들에게 브리핑하던 중이었다. 윤 수석은 유송화 춘추관장이 “더 이상 질문이 없으면...” 하고 브리핑을 서둘러 끝내려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아니요, (질문) 다 받겠습니다. 직업이 질문하시는 분들이니” 언론인은 ‘질문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다.
‘공감과 연민’
한편, 김 전 대변인과 같은 《한겨레》 기자 출신인 여현호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취재 대상에 대한 기자들의 ‘공감(共感)’을 주문했다. 여 비서관은 기자 시절인 2014년 5월 13일 자 ‘공감엔진’이라는 제하의 신문 칼럼에서 이렇게 밝혔다.
“고객 서비스에 공감 혹은 감정이입(empathy)이 들어가야 한다는 ‘공감 엔진’(Empathy Engine)이란 용어가 있다. 고객의 문제를 감지해 공감하고 이를 고객 서비스에 지속적으로 반영한다는 개념이다. (...) 공감엔진은 미디어의 영역에서도 거론된다. 언론과 기자들이 공동체의 문제를 더 잘 이해하고 더 많은 영향을 미치도록 하려면 전면적인 ‘공감’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그 출발점은 공동체에 어떤 문제가 있고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듣는 데 있다고 언론학자들은 말한다. 취재 대상에 대한 공감과 연민 없이 의미 있는 기사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여 비서관은 2003년 10월 14일 자 ‘승부가 문제 아니다’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보면 취재원에게 감탄할 때가 있다. 언론이 생각하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내놓아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는 모습을 볼 때가 그렇다”며 “그럴 때마다 기자는 기껏해야 관찰자나 구경꾼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사자로서 그들이 겪었을 고민의 양과 깊이를 떠올리며 취재원을 다시 보게 되기도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