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적극추진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법원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정부여당이 추진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기를 든 상태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사진)도 사법개혁안에 반기를 든 셈이어서 정부의 사법개혁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공수처 설치안은 여당 포함 범여권 4당이 지난달 말 '동물국회' 등 우여곡절끝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것인 만큼 대법원장의 이같은 입장표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국회 사법개혁특위 소속 윤한홍(자유한국당 간사)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법원은 공수처 설치에 대한 의견을 묻는 답변서에서 “기본적으로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우리 헌법이 정한 삼권분립의 정신, 법관의 신분 보장을 내용으로 하는 사법부 독립 원칙 등이 실체적·절차적으로 손상되지 않도록 신중한 고려를 거쳐 입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신중한 고려'라는 조심스러운 단어를 썼지만 명백한 부정적 반응이다.
범여권 4당이 합의해 패스트트랙에 올린 공수처 법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입법·사법·행정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된 기구로 고위 공직자에 대한 수사와 일부 기소권을 갖게 된다. 이 때문에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무소불위의 칼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정권과 '코드'가 맞지 않는 법조인이 공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이와 관련, 8일 성명에서 "범여권 4당의 공수처 날치기 패스트트랙에 대법원마저 우려를 표했다"며 "사실 이것은 예상된 일인 만큼 여야는 패스트트랙 무효를 다시 논의해야 하며 그것이 국회 정상화의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