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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무일 검찰총장. 사진=조선DB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뒤 해외 출장에서 조기 귀국한 문무일 검찰총장이 대국민 설득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5일 검찰 내부 사정을 전한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문무일 총장은 자택에 머물며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향후 논의 방향과 계획, 등을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총장은 일부 간부들을 통해 검찰 안팎의 여론을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취합해 국민들에게 수사권 조정 논의에 대한 입장을 7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밝힐 것으로 보인다.
문 총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패스트트랙에 사정된 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법안에 문제점을 제기한 이유가 검찰의 조직 이기주의 때문이 아니며 결코 검찰 개혁을 거스르기 위한 의도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검찰 내부에선 수사권 조정 법안의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검찰총장이 직을 걸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총장도 귀국 직후 ‘검찰총장직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터라 총장직을 사퇴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현재로선 문 총장이 사퇴할 경우,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란 게 검찰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이들의 의견이다. 따라서 사퇴로 이어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검찰총장 임기가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사퇴할 경우) 국민들에게 검찰 조직의 진정성으로 비치기보다는 오히려 비난을 자초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경찰과의 '조직 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을 우려해 수사권 조정에 대한 의견 개진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향후 검찰은 조직의 입장을 적극 담아 수사권 조정 등의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수사권 조정이 관철될 경우, 검찰의 동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반증으로 볼 수 있다.
문무일 총장이 패스트트랙 등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정책에 제동을 걸자, 역대 정권과 마찰을 빚어온 검찰 수뇌부의 역사도 다시 주목 받고 있다. 2013년 박근혜 정권 초기,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을 앞세워 대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국정원 댓글 조작 의혹을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그해 6월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기소하면서 의혹은 국정조사로까지 이어졌다.
그로부터 두달 뒤인 9월, 채 전 총장에게 혼외자가 있다는 의혹이 보도되면서 채 전 총장이 역으로 곤경에 몰렸다. 정부가 진상규명 압박에 나서자 채 전 총장은 결국 사표를 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2012년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불명예 퇴진한 ‘검란(檢亂)’ 사태가 있었다. 당시 검사 비리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여론이 나빠지자 한 전 총장은 대검 중수부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검찰 개혁안을 밀어붙이려 했다. 최재경 당시 중수부장이 반발하는 등 극심한 내부 갈등을 겪은 끝에 한 전 총장이 퇴진하며 마무리된 바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사상 처음 행사하도록 지시해 논란이 빚어졌다. 2005년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검찰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강정구 교수를 구속기소할 움직임을 보이자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에게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
헌정사상 처음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김종빈 총장은 항명 표시로 사표를 던졌다. 김 총장은 10월 17일 퇴임식에서 "수사지휘권 행사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심히 충격적인 일이었다. 구체적인 사건처리는 정치적인 시대상황에도 불구하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한다"고 천 장관 등 정권 핵심부를 비판했다.
이 같은 사례는 모두 검찰 내부에서 일어난 혼란이었을 뿐, 권력 핵심과의 대립은 아니었다. 문무일 총장은 사실상 청와대를 향해 반기(反旗)를 든 셈이라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