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스트트랙 관련 논의중인 바른미래당 김관영, 채이배, 권은희 의원(왼쪽부터). 사진=뉴시스
여야 격돌 끝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여부가 논란이 된 공수처법안은 '권은희안(案)'으로 지난 29일 결론났다. 기존 여야4당이 합의안 공수처법안이 아닌,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발의했던 또다른 공수처법안(이른바 권은희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것이다. 두 법안은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 여부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 '권은희안'은 바른미래당 당내 논의 및 합의가 없었던 안이다. 그러나 여야4당과 자유한국당의 대치상황이 쉽사리 종료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급히 '권은희안'을 제안했고, 패스트트랙에 부정적이던 권 의원이 김 원내대표의 '성의'에 입장을 바꾸면서 패스트트랙은 통과됐다.
결과적으로 김관영 원내대표가 제시한 '권은희안'이 자유한국당의 격렬한 반대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패스트트랙 지정을 관철시켰다. 따라서 권 의원과 김 원내대표 등 호남출신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여당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김관영 원내대표와 권은희 의원은 국민의당 출신으로 지역구는 전북 군산(김관영), 광주 광산을(권은희)이다. 호남출신인 두 의원이 내년 총선을 노리고 이같은 행동을 한 것이라는 의혹이다. 김 원내대표가 강제 사보임과 사보임계 팩스제출 등 '무리수'를 두고 이를 더불어민주당이 지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지역에 여당이 무공천 또는 연합공천을 약속했다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바른미래당 내에서는 두 의원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 국민의당 출신 이태규 의원은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권은희안'에 대해 "당론이 아니고 의원들 강제 사보임에 따른 당내 비판여론을 희석하는 동시에 권은희 의원의 체면을 살려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권은희안'은 당내 논의 과정이 전혀 없이 패스트트랙에 찬성하는 일부 의원들이 모여서 논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와 민주당측은 '밀약설'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도 "갑자기 나온 권은희안을 '밀어주기'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불평이 나온다. 또 "차기 총선에서 호남을 지켜야 하는데 바른미래당에 연합공천이니 무공천이니 하는 빌미를 줄 이유가 있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