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조선 관계자는 검찰 조사에서 “이팔성 전 회장이 MB 측근이라고 생각하고, MB가 대통령이 되면 이팔성 전 회장이 좋은 자리로 갈 것이라고 생각해, 나중에 도움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20억 원의 정치자금을 조건 없이 지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주장대로 이를 뇌물수수로 보더라도 뇌물 공여자는 이팔성 전 회장이 아닌 성동조선으로 해석된다. ‘이팔성 뇌물’은 존재하지 않으며, ‘성동조선 뇌물’만 존재하는 셈이다. 그런데 전달자에 불과한 이팔성 전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임명되는 동안, 정작 공여자인 성동조선은 아무런 혜택을 입지 못했고, 2012년 정○○ 회장은 구속까지 되었다.
검찰의 주장대로 이를 뇌물수수로 보더라도 뇌물 공여자는 이팔성 전 회장이 아닌 성동조선으로 해석된다. ‘이팔성 뇌물’은 존재하지 않으며, ‘성동조선 뇌물’만 존재하는 셈이다. 그런데 전달자에 불과한 이팔성 전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임명되는 동안, 정작 공여자인 성동조선은 아무런 혜택을 입지 못했고, 2012년 정○○ 회장은 구속까지 되었다.
-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조선DB, 월간조선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돈이 본인소유의 돈이 아닌 성동조선의 돈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돈을 건넨 정황이 담긴 비망록은 존재하지 않으며, 금액과 이름만이 적혀있는 쪽지도 신빙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4월 5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 항소심 공판에서 이팔성 전 회장이 검찰조사 시 “불법자금을 지원한 것도 떳떳하지 못한데, 그 돈마저 남의 돈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게 너무도 부끄러웠다”고 진술했다.
‘이팔성 뇌물’은 존재하는가?
검찰은 2007년 대선 전 이팔성이 이상주 변호사(MB 사위) 및 김윤옥 여사를 통해 16억 5,000만 원의 대선자금을 건넸으며, 여기에 취임식 직전 맞춘 양복 5벌 값 1,230만 원을 이팔성 전 회장이 지급했다고 보고, 이 전 대통령을 사전수뢰뇌물죄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총선 전인 2008년 4월 이팔성 전 회장이 총선자금으로 이상득 전 의원 측에 건넨 3억 원을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위와 같이 총 19억 6,230만 원을 수수하고, 그 대가로 이팔성 전 회장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임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증인신문에서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대선 전) 성동조선으로부터 20억 원을 지원받았냐?고 묻자 이팔성 전 회장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팔성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 측에 건넨 19억 6,230만원은 성동조선으로부터 받은 돈이라는 의미다.
성동조선 관계자는 검찰 조사에서 “이팔성 전 회장이 MB 측근이라고 생각하고, MB가 대통령이 되면 이팔성 전 회장이 좋은 자리로 갈 것이라고 생각해, 나중에 도움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20억 원의 정치자금을 조건 없이 지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주장대로 이를 뇌물수수로 보더라도 뇌물 공여자는 이팔성 전 회장이 아닌 성동조선으로 해석된다. ‘이팔성 뇌물’은 존재하지 않으며, ‘성동조선 뇌물’만 존재하는 셈이다. 그런데 전달자에 불과한 이팔성 전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임명되는 동안, 정작 공여자인 성동조선은 아무런 혜택을 입지 못했고, 2012년 정○○ 회장은 구속까지 되었다.
검찰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듯, 이날 증인신문에서 이팔성 전 회장에게 “성동조선이 돈을 건네면서 누구에게 얼마를 전달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하였느냐? 증인의 판단 하에 금액과 대상을 결정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팔성 전 회장은 “그렇다”고 답변했다.
비망록에 금품 전달 내용은 없다?
이날 증인신문에서 변호인은 “메모지는 모두 2007년 1월부터 2011년 2월까지 (금품을 건넨) 내역이 적혀 있는데, 근거자료로 삼았다는 2007년 비망록과 2008년 5월 이후 비망록은 어디 있냐”고 묻자 이팔성 전 회장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대답했다.
기존 언론 보도내용과 달리 자금수수의 구체적인 정황이 담긴 비망록은 검찰이 확보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다만 이팔성 전 회장이 금액과 이름만을 기재한 메모지가 여러 장 발견되었는데, 이팔성 전 회장은 이 메모지가 비망록 등을 기초해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망록 중 이 전 대통령 측에 전달한 금액을 언급한 유일한 내용은 2008년 3월 28일자다. 이와 관련해 변호인이 해당 비망록 내용을 제시하면서 “MB와 인연을 끊고 다시 세상살이를 시작해야 되는지 여러 가지로 괴롭다. 나는 그에게 약 30억 원을 지원했다. 옷값만 얼마냐”고 기록했는데 30억 원을 건넨 것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이팔성 전 회장은 “30억 원은 아니다”며 “그 당시 격한 기분에 이리저리 20몇 억 원이 되니까 ‘약’이라는 말을 붙여 30억 원이라고 쓴 거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2008년 3월까지 건네졌다는 돈은 옷값까지 포함해 총 16억 6,230만원에 불과하다. 비망록은 두 배 가까이 부풀려져 있었던 셈이다. 이날 증인신문에서도 이팔성 전 회장은 "20몇 억 원"이라고 했는데 허위 증언을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해당 금액은 본인의 돈이 아닌 성동조선으로부터 받은 돈의 일부일 뿐임에도, 마치 본인이 마련한 돈인 듯 원망하는 내용이 담겨 신빙성의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모지를 작성한 이유는?
이팔성 전 회장은 이날 증인신문에서 메모지 작성 이유에 대해 “성동조선이 돈을 돌려달라고 해서, 내 선에서 해결이 안 되어 이상득, 이상주도 알아야한다는 생각에 정리했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이 “성동조선 측에서는 돈을 돌려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며 “다만 정○○ 성동조선 회장이 증인에게 '2억 원 정도 빌려달라'고 한 것뿐이라고 진술했는데 돈을 돌려달라고 협박한 것이 맞냐”고 묻자 이팔성 전 회장은 “돈을 돌려달라고 한 것이 맞다”고 답변했다.
변호인이 재차 “성동조선으로부터 받은 금액(20억 원) 중 증인이 턱없이 적은 금액(1억 원)을 돌려줬는데도 성동조선 측에서 그 금액을 받고 돈을 돌려달라는 협박을 그만뒀다는 것이냐”고 묻자 이팔성 전 회장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에 변호인은 정○○ 성동조선 회장이 2012년 12월 불법대출 건으로 구속된 사실을 상기시키며 “성동조선이 '돈을 이명박 캠프에 전달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추궁해서, 그때 돈을 전달했다는 근거를 남기기 위해 메모지를 만든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팔성 전 회장은 “돈을 전달할 때마다 (성동조선 측에) 얘기해 알고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변호인이 의문을 제기한 이유는 성동조선이 건넨 20억 원을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전달했다는 근거를 남기기 위해 메모지가 작성됐다면, 메모지의 신빙성에 대해서는 중대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의 의문이 사실이라면 액수를 맞추기 위해 전달하지 않은 내용까지도 사후(事後)에 거짓으로 끼워 넣었을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수뢰 뇌물죄는 적용될 수 있나?
이팔성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공직임명을 청탁했는지 여부에 대한 문제도 이날 공판에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2008년 4월 이상득 의원 측이 받은 혐의가 원심에서 무죄판결이 난 상황에서 재임 전 수수혐의는 사전수뢰죄에 해당되므로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범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이팔성 전 회장은 이날 증인신문에서 돈을 준 이유를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대선에 사용하라는 것이었다”며 “당선되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답변했다. 언제부터 이 전 대통령에게 희망보직을 얘기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는 “대선 전에는 독대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이 전 회장은 “혹시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정치나 금융계 일을 통해 장래 나라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말씀 드렸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와 관련 “청탁이라 함은 업무에 대해 연관이 있음을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라며 “기여하고 싶다. 금융기관장이나 정치에 관심이 있다는 말을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 말한 정도로는 구체적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성동 件’을 둘러싼 진실게임
대선 후인 2008년 2월 13일자 비망록에 대한 신문도 이어졌다. ‘MB에게 성동 件 이야기함. 이 부의장과 상의할 것이라고 함’이라고 적힌 비망록 내용에 대해 이팔성 전 회장은 검찰 조사 시 처음에는 성동 件이 성동구 지역구 공천 문제라고 주장했었다.
나중에는 성동조선으로부터 돈을 받아 전달한 사실을 보고하고 ‘선수금 환급보증’(RG)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성동조선의 어려움을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RG(Refund Guarantee)’란 선박 수주 업체가 발주(發注) 업체를 상대로 선박이 계약대로 인도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은행이 그 손실을 보증하는 보험제도이다.
이팔성 전 회장은 이날 증인신문에서도 같은 취지의 답변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변호인이 김○○ 성동조선 부회장의 검찰 진술조서를 제시하며, “김 부회장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2008년에는 성동조선에 RG 문제 따위는 없었다고 하는데 왜 그런 진술을 했냐”며 “RG 문제라면 대통령이 경제 관료와 상의하지 왜 이상득 전 의원과 상의하겠다고 했냐”고 묻자 이팔성 전 회장은 “비망록에 그렇게 써져 있다면 사실일 것”이라고 답변했다.
성동조선 관계자는 검찰 조사에서 “처음 RG 계약을 체결할 때는 어려움이 컸지만, 2008년에는 성동조선의 매출규모나 실적을 보면 RG 계약은 걱정할게 없었다. 이팔성이 내게 들은 내용을 토대로 남해안 중소 조선소를 뭉뚱그려서 RG를 설명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진술했다.
즉 해당 비망록의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성동조선의 자금지원 및 청탁문제를 얘기한 것이 아니라 남해안 중소 선박 회사들의 RG문제에 대한 정책 제안을 한 것뿐이며, 성동조선 자금지원 대가로 RG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는 이팔성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예정되어 있던 김윤옥 여사 등에 대한 증인채택 여부는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추가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하여 다음 기일로 미뤄졌다. 4월 10일로 예정된 다음 기일에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