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공식 행사에서 구겨진 태극기를 게양, '외교 사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10시30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17층 양자회의실에서 열린 한ㆍ스페인 전략대화에서 의전용 태극기가 심하게 구겨진 채로 행사가 진행됐다. 의전용 태극기는 약 160cm 정도로 대형이며, 이날 행사에 사용된 태극기는 약 10cm 정도 너비로 접힌 구김이 선명했다.
이에 기자들이 “태극기는 보관을 소중히 해야하는 게 상식 아니냐”고 묻자 외교부 당국자는 “총리 훈령에서 세탁은 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가 언급한 총리 훈령은 433호로, “국기가 훼손된 때에는 방치하거나 다른 용도에 사용해서는 안 되며 깨끗하게 소각해야 한다. 때가 묻거나 구겨진 경우에는 국기의 원형이 손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를 세탁하거나 다려서 다시 사용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국기 관리에 관한 법률은 2014년 1월부터 시행중인 '대한민국 국기법'이다. 이 법에서는 목적에 대해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국기의 제작·게양 및 관리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기에 대한 인식의 제고 및 존엄성의 수호를 통하여 애국정신을 고양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기법은 10조와 11조에서 국기의 관리를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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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국기를 게양하는 기관 또는 단체의 장 등은 국기의 존엄성이 훼손되지 아니하도록 국기ㆍ깃봉 및 깃대 등을 관리하여야 한다.
②여러 사람이 모이는 집회 등 각종 행사에서 수기(手旗)를 사용하는 경우 행사를 주최하는 자는 국기가 함부로 버려지지 아니하도록 관리하여야 한다.
③국기가 훼손된 때에는 이를 지체 없이 소각 등 적절한 방법으로 폐기하여야 한다.
④국기를 영구(靈柩)에 덮을 때에는 국기가 땅에 닿지 않도록 하고 영구와 함께 매장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경우 국기를 영구에 덮는 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①국기 또는 국기문양(태극과 4괘)은 각종 물품과 의식(儀式)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깃면에 구멍을 내거나 절단하는 등 훼손하여 사용하는 경우
2. 국민에게 혐오감을 주는 방법으로 활용하는 경우
②제1항의 국기문양 중 태극과 괘는 이를 함께 또는 따로 분리하여 각종 물품과 의식 등에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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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기법 시행령 국기에 때가 묻거나 구겨진 경우에는 국기를 훼손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국기를 세탁하거나 다림질하여 게양ㆍ보관할 수 있다.
국기가 구겨진 상태에서 공식 행사에서 게양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법 조항을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기가 깨끗하게 관리돼야 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상식이며, 공공기관에서 구겨진 국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일 수 밖에 없다. 외교부측은 태극기 세탁과 다림질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다림질은 왜 하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