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치매설'은 어디서부터... 2013~2014년부터 주변에서 인식한 듯 "(2014년 사망한) 학봉이는 어디 갔는가" : 월간조선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광주지법 재판정에 출석하면서 그의 건강상태가 관심을 끌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 피의자로 재판을 받기 위해 광주지법에 출석했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언급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했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1권 혼돈의 시대)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조비오 신부의 증언은 거짓"이라고 주장해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에게 고소당했다.

전 전 대통령측은 이 사건과 관련해 알츠하이머(치매 환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퇴행성 뇌질환) 진단 사실을 공개하며 법정 출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부인 이순자씨는 전 전 대통령이 공판 출석 요구를 받았던 작년 8월 "현재 알츠하이머 투병 중인 (남편의) 건강 상태로 볼 때 (8월 27일) 공판 출석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속되는 출석 요구에 이번에 출석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정신이 맑을 때도 있지만 수시로 오락가락하는 전형적인 치매 노인"이라며 "가끔 찾아뵈면 '자네 요즘 어디 사나' 같은 뻔한 질문을 한다"고 주장했다.

측근들에 따르면 병세가 드러난 것은 4~5년 전이라고 한다. 그의 측근인 이학봉 전 보안사 대공처장이 2014년 세상을 떠났고 전 전 대통령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지만, 몇 달 후 측근들에게 "학봉이는 요새 왜 연희동에 뜸한가"라고 물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했던 말을 또 하는 증세가 심했다고 한다.

특히 군인 시절이나 대통령 재임 중 있었던 일은 또렷하게 기억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치매의 경우) 어제 일은 기억 못 해도 수십년 전 일은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2017년 <월간조선>과 인터뷰했던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알츠하이머를 2013년부터 앓기 시작했다면 2017년 4월 회고록 출간은 어떻게 된 일인가'라는 질문에 "2013년인가 14년 '민 비서관이 이걸 책임지고 맡아서 완성하라'며 전적으로 일임했다"며 그 후 자신이 알아서 "책임지고 원고를 완성했다"고 했다.

민 전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남기기로 결심하고 2000년부터 구술 녹취를 하는 등 2013년까지(그렇게 해오다가), 전 대통령 스스로도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 저를 찾아왔다"고 덧붙였다. 이어 "2013년 치매판정 이후 퇴고 과정에서 전 대통령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전 전 대통령측의) 알츠하이머 주장은 재판을 회피하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지적하고 있어 법정 공방이 예상되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