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재판부 '핵심 증인 출석 안하면 강제 구인 검토' : 월간조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건부 보석을 허가한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법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가 소환장 송달 불능으로 법원에 출석하지 않는 핵심 증인들에 대해 계속해서 출석하지 않을 경우, 구인(拘引)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3월 6일 열린 공판에서 “소환장이 송달되지 않은 증인들에 대해서는 서울고법 홈페이지에 이름과 증인 신문 기일을 공지하겠다”며 “그럼에도 출석하지 않는 증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재판부 직권으로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재판부가 언급한 핵심 증인은 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성우 전 다스 사장, 권승호 전 다스 전무 등을 말한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객관적 물증을 찾을 수 없자 이들의 검찰 진술을 토대로 이 전 대통령을 기소했고,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부장판사 정계선)는 이들의 진술을 증거로 받아들여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의 중형(重刑)을 선고했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핵심증인들이 검찰 진술을 지속적으로 번복했고, 상호간에도 배치되는 등 신빙성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며 이들을 항소심 재판의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러나 증인들은 하나같이 폐문부재(閉門不在·문이 닫히고 거주자가 없어 전달 불가)의 이유로 소환장을 받지 않아 재판에 불출석했다.

증인들의 불출석으로 재판이 공전되는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의 구속만기일이 가까워지자 검찰은 핵심 증인들에 대한 증인채택을 철회하고 구속만기일 전까지 재판을 끝낼 것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이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핵심증인들의 법정소환이 불가피하다며 구인장 발부를 요구해왔다.

이날 공판에서도 변호인단은 “이 사건은 크게 횡령 부분과 뇌물 부분으로 나뉘는데 공통적인 부분이 존재한다”며 “이 전 대통령이 돈을 직접 수수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핵심적인 내용은 모두 이 전 대통령이 아니라 김성우나 김백준 등 제3자가 주체가 되어 발생된 일”이라며 “소위 핵심 증인들의 증언을 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핵심 증인들이 검찰에 적게는 수 차례, 많게는 수십 차례 출석해 진술한 사람들로 상당수가 형사처벌로 문제가 됐다(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의미인 듯)”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이 검찰에서 진술한 후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다”며 핵심 증인들의 소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한편 3월 13일로 예정된 다음 공판에서는 이른바 '이팔성 비망록'으로 이 전 대통령 유죄에 결정적인 진술을 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