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양정철 전 비서관,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 사진=조선DB
양정철 전 대통령 홍보기획비서관이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청와대와 여당이 총선 체제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이해찬 대표가 직접 양 전 비서관에게 민주연구원장직을 맡아달라고 제안했다. 여권의 한 인사는 "문 대통령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양 전 비서관의 민주연구원장은 이미 여러 번 나왔던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양 전 비서관의 거취가 주목을 끄는 것은 문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측근이라는 점 때문이다. 양 전 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정치 입문 때부터 곁을 지켜왔으며 문 대통령의 네팔행에도 동반하는 등 최측근으로 불린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부담을 주기 싫다"며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해외를 떠돌며 지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난항과 인사 잡음 등으로 '문재인 정부 중간평가'가 될 내년 총선에 여당의 위기감이 커지면서 양 전 비서관의 역할론이 커졌다.
양 전 비서관이 민주연구원장을 맡게 되면 그동안 청와대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여당과 그 외곽에 시선이 모일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측근이었으며 정치철학을 뒷받침하는 인물로 꼽히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사실도 당에 힘을 실어줬다. 이해찬 당 대표가 직접 재단 이사장으로 불러온 유 이사장은 '알릴레오'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현 정부와 여당 관계자 등을 출연시키며 정부여당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당내 친문계 핵심으로 불리는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총선이 다가오면 당청관계는 당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갈 수밖에 없다"며 "총선을 앞두고 당쪽으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기존의 측근들만 중용하는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지난달 저서 <참모로 산다는 것>(매경출판)을 펴낸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는 이날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내 사람만 쓰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권 '개국공신'을 챙겨주는 인사 스타일이 문제라고 했다.
그는 또 “촛불 혁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국익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적극 등용해야 한다”고 말해 청와대가 인사 검증 과정에서 ‘국정철학에 부합하는 인물인가’를 지나치게 따지는 관행도 수정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사임한 탁현민 전 행정관이 22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으로 돌아온 것도 총선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청와대가 향후 김정은 서울 답방 등 대형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것이 총선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외교와 경제 등에 집중하고, 국내정치는 당 중심으로 돌아가도록 한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