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공제회 고위직 선임 과정에서 ‘채용비리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군인공제회 측은 ‘사실 무근’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월간조선》은 복수의 군(軍) 관계자들로부터 이 같은 제보를 받고 확인 취재에 나섰다. 의혹이 제기된 직위는 군인공제회 총 자산(2018년 말 기준 10조 3989억원)의 35~40%를 관리·운용하는 요직이다.
2018년 6월 22일 ‘면접심사 일정’ 문자 메시지 발송
 |
| 면접 통보 문자. 2018년 6월 22일이라고 명시돼 있다. |
제보자들의 주장을 정리하면 대강 이러하다. 대기업 건설회사 상무를 지냈던 A씨는 2017년 말 대학 동문 모임에 나가 “군인공제회 ○○○○이사로 간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듬해 4월 23일, 군인공제회는 해당 직위에 대한 모집 공고를 냈다.
군인공제회는 내부 검토 등을 거친 뒤, A씨를 포함한 세 명으로 후보를 압축했다. 같은 해 6월 22일 군인공제회는 이들 세 사람에게 문자 메시지로 면접심사 일정을 통보했다. 메시지에 담긴 면접 날짜는 ‘6월 26일’이었다.
돌연 ‘내정 명단’ 담긴 문자 메시지 나돌아… ‘사전 내정’ 정황?
면접심사 일정 통보 메시지를 보낸 6월 22일, 이른바 ‘내정 명단’이 담긴 문자 메시지가 나돌기 시작했다. 1차 검증 과정에서 탈락한 B씨도 ‘내정 명단’ 문자 메시지를 받은 이 중 한 명이었다.
‘내정 명단’엔 A씨를 비롯해 A씨 직위 산하의 본부장 두 명, 팀장 네 명 등 총 일곱 명의 실명이 담겨 있었다. 실제 인사도 그 메시지의 내용과 일치했다는 게 제보자들의 주장이다. 이를 근거로 제보자들은 A씨가 사전에 해당 직위에 내정돼 있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의 말이다.
 |
| 면접 통보 문자가 발송된 6월 22일 나돈 이른바 '내정 명단' 문자 메시지 |
“내가 확인한 바로는 6월 20일부터 ‘내정 명단’이 공공연히 나돈 걸로 안다. A씨가 맡은 자리의 산하 본부장, 팀장의 명단이 같이 나돈 것도 문제다. A씨를 사전 내정함으로써 그에 맞춰 본부장, 팀장 인사도 함께 이뤄졌다는 얘기이자 일종의 ‘지라시’로 보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군인공제회 측과 사전 교감(交感)이 있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군인공제회 “非選된 사람들 사이에서 나온 주장일 뿐”
군인공제회 측 관계자는 2월 20일 《월간조선》과의 전화 통화에서 “관련 의혹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며 “문제될 게 없는 부분”이라고 단언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직위는 공개모집 절차를 통해 이뤄졌다”며 선발 절차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2018년 5월 ‘공개모집 공고’를 통해 응모한 인사들의 1차 인사 검증을 국방부에서 했고, 최종 선발은 운영위에서 결정했다. 운영위에는 군인공제회 이사장을 비롯해 국방부 장관이 지명 또는 위촉한 국방부 국·실장 3명, 각군 인사참모부장(소장급) 3명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해 A씨가 최종 선발됐다.”
운영위가 ‘절차적 정당성’에 따라 최종 결정을 했기 때문에 외부의 입김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는 의미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A씨와 관련된) 해당 직위에서 비선(非選)된 사람들 사이에서 나온 주장일 뿐”이라며 관련 의혹에 선을 그었다.
“A씨 제외한 나머지 본부장, 팀장은 2018년 6월 이전에 결정”
면접심사 통보를 받은 6월 22일 ‘내정 명단’이 담긴 문자 메시지가 돌았다는 데 대해 이 관계자는 “말 같지 않은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A씨를 제외한 나머지 본부장, 팀장은 모두 (2018년) 6월 이전 군인공제회 내부 인사위원회를 통해 선정된 상태였다”고 반박했다. 관계자는 “해당 문자 메시지에 A씨가 적혀 있는 걸 가지고 인사 선발에 ‘문제가 있었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군인공제회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이 문제를 가지고 몇몇 언론이 취재에 나섰다고 한다. 관계자가 ‘언론 대응 조치’란 자체 기록을 통해 확인한 결과, 그해 6월 25일, 6월 27일 일간지 두 군데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두 매체 모두 군인공제회의 해명에 납득을 했고, 결국 기사화되지 않았다고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주장했다. ◉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