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조선DB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한국당 간사로 있으면서 일가(一家)가 운영하는 대학 예산 지원 확대에 간여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혜원 의원 사태로 국회의원 '이해상충' 문제가 주목받는 가운데 국회의원들이 공적 권한을 사적 이익을 위해 활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란 점에서 주목된다.
1월 27일 자 <매일경제(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장제원 의원은 지난해 11월 29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7차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 참석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장 의원은 교육부가 같은 해 8월 대학기본역량진단을 통해 지정한 30개 역량강화대학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 의원은 한국당 예결위 간사였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장 의원은 박백범 교육부 차관에게 "역량강화대학은 자율대학으로 살린다면서요. 살리는 겁니까, 죽이는 겁니까"라며 "(역량강화대학 30곳 중 지원을 받지 못하는) 18개 대학은 어떻게 할 거냐. (예산결산) 소소위까지 조정해 와라"고 말했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은 줄어드는 입학 인구에 대비해 대학 수를 줄이기 위해 진행하는 평가를 말하며 '소소위'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 내 소위원회의 하부 조직을 뜻한다.
<매일경제>는 “교육부는 지난해 8월 총 30개 역량강화대학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는 장 의원 형 장제국씨가 총장으로 있고, 장 의원 가족이 운영하는 동서대학교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역량강화대학에 속한 4년제 대학은 정원을 10% 감축하는 등 자활(自活) 방안을 만들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소소위는 여야 간사 3인 합의로 예산안 부대의견에 "교육부는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에 따른 자율개선대학과 역량강화대학 간 지원 수준 차이를 완화하는 방안을 강구한다"는 조항을 담았다. 정원 감축을 실시하는 등 자구안을 마련한 12개 대학에 대해 지원금을 더 늘리라는 의미라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교육부와 기획재정부는 이를 토대로 지난 8일 발표한 대학·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시안)을 통해 12개 역량강화대학에 1개 대학당 지원금을 종전 19억 원에서 평균 23억 원으로 약 4억 원가량 상향 조정했다. 매체는 “결국 일가가 운영하는 대학이 역량강화대학에 선정돼 정원을 감축해야 할 상황에 놓이자 장 의원이 지원 강화를 주장했다는 지적”이라고 덧붙였다.
장 의원은 이 매체와의 통화에서 "(역량강화대학 지원은) 전체 대학에 대한 정책적 방향을 얘기한 것"이라며 "역량강화대학에 지방 대학이 많이 들어가서 지방 대학 고사(枯死)라는 말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서대도 필요한 예산이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 부탁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동서대 하나 때문에 (역량강화대학에 대한) 얘기를 못하면 많은 대학에서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제원 의원은 여의도중학교와 여의도고등학교,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재선(再選) 의원이다. 장 의원은 2016년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했다가, 다시 한국당에 복당한 전력이 있다. 동서대는 장 의원의 선친이자 민정당 국회의원을 역임한 장성만(2015년 별세)씨가 설립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