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국회에 파견된 판사를 자신의 의원실로 불러 지인 재판에 "벌금형으로 해(낮춰)달라"며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알려졌다. "(국회의원이) 판사에게조차 갑질이냐"는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국회 법사위 소속인 서 의원의 청탁 사실이 밝혀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에서는 서 의원 외 다른 국회의원들도 등장한다. 임 전 차장은 노철래 전 새누리당 의원 관련 재판에 관여한 사실이 있고, 임 전 차장이 있었던 법원행정처는 전병헌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군현 전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양형보고서를 작성했다.
국회 법사위에는 판사 2명과 검사 2명이 파견 나와 있다. 법무부는 1990년대부터 국회에 검사를 파견했고, 법원은 2000년대 초부터 판사를 파견하고 있다. 자문관과 전문위원 등의 직책을 갖고 있는 이들은 국회와 법원-검찰의 가교 역할을 하며 입법부와 사법부 간 의견 조율의 역할도 한다. 따라서 자신의 조직에서 '에이스'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파견 대상이 돼 왔다.
서 의원은 이들 중 한 명인 판사에게 지인 재판에 대해 청탁했다. 이들이 국회에 상주하면서 의원들의 재판 청탁이 관행화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법조인은 "의원의 재판 청탁을 면전에서 거절하긴 어렵지 않겠느냐"며 "정치적 욕심이 있는 법조인이라면 의원들의 청탁에 적극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인 건이 아닌 사적인 건이라면 큰 부담이 없다고 생각해 들어주는 것이 관행처럼 된 것 같다"고 말했다.
10년 이상 국회 보좌관으로 재직하며 법사위원 보좌관 경력도 있는 한 보좌관은 "파견 나와 있는 법조인을 찾는 의원들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들이 사적인 청탁은 '관행'이라며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탁이나 명령이라기보다는 '서로 돕고 사는 것 아니겠냐'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편 야당은 서 의원의 재판 청탁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양수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16일 논평을 통해 "국회의원 지위를 이용해 판사를 의원실로 불러내 사적 목적으로 지인 아들 재판을 청탁한 것으로 법적·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와 검찰 수사도 촉구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사무총장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발언을 통해 "헌법 유린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고, 홍성문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박근혜 정권의 사법농단 사태를 강하게 비난하던 민주당 정권의 민낯이 온 세상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