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KB국민銀 총파업 당일 직접 창구 업무 보니 : 월간조선

밤샘 협상에도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KB국민은행이 결국 총파업을 단행했다. 전 직원 1만 7,000명 중 약 9,000명(주최 측 추산)이 파업에 참여했다. 못해도 직원의 약 50% 이상이 자리를 비웠다는 얘기다. 전국의 국민은행 고객은 3,000만 명 이상이다. 국민의 절반이 넘는다. 파업 당일인 8일 오전, 몇몇 지점을 둘러봤다.

우선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봤다. 업무 시작 시각이 조금 지난 오전 9시 10분. 통화 연결음은 평소보다 길었다. 그러나 파업 안내 공지는 없었다. 다만 “오늘은 평소보다 통화량이 많으니 양해 부탁한다”는 멘트가 나왔다. 약 1분 뒤 상담원과 연결됐다. 창구 업무를 봐야 하는데, 오늘 같은 날 어느 지점으로 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상담원은 현재 위치를 묻고, 가까운 지점의 영업 여부를 알려줬다. 다만 일부 업무에 제한이 있을 수 있고, 제한되는 업무는 영업점을 방문해 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가장 먼저 연희동 지점을 찾았다. 개점 시각에서 불과 15분 지난 시각이었지만, 벌써 10여 명의 내방객이 있었다. 입구에는 커다랗게 사과문이 붙어 있었다. ‘1월 8일 하루 불편을 끼쳐 죄송하며, 앞으로도 늘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한 중년의 여성은 사과문을 보고, 문을 닫은 줄 알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 여성은 “파업으로 문을 닫았으면 미리 문자메시지라도 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 “그래놓고 대출 연체 연락은 득달같이 한다”고 혼잣말을 했다. 점포 안은 평소와 같았다. 창구 업무를 보던 한 중년의 남성은 직원에게 “뉴스에서 봤다. 고생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무 종류에 따라 혼란 야기될 수도

이후 퇴계로 지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남대문 시장 내에 있어 상인 고객이 많은 곳이다. 원래 2층과 3층을 모두 쓰지만, 2층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 앞에는 마찬가지로 사과문이 붙어 있었다. 현금인출기 앞에 서 있던 청원경찰은 방문객이 올 때마다 3층으로 안내했다. 한 상인은 “이 업무를 3층에서?”라며 갸우뚱했다. 이후 업무를 본 상인은 “매상 입금하러 종종 오는데, 오늘처럼 사람이 없는 적은 처음”이라면서 “(나는) 파업을 한지도 몰랐다.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 처리를 했다”고 했다.

점포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차분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남대문종합금융센터점. 오전 10시 30분. 규모가 꽤 큼에도 아무도 없었다. 이곳에서는 직접 창구 업무를 보기로 했다. 청원경찰에게 “공인인증서 업무를 보러 왔다”고 하자, 비어 있는 창구 직원에게 해당 업무가 가능한지 확인한 후, 그 자리로 안내를 해줬다.

차장 직급의 직원이 앉아 있었다. 일견 분위기는 평소와 같았지만, 옆 창구 직원들 간 “이건 어떻게 처리하는 거냐”라며 서로 자문을 구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직전 방문 고객의 신분증을 리더기에 꽂아놓은 채 돌려주지 않아, 해당 고객에게 다시 전화를 거는 해프닝도 눈에 띄었다. 이후 전자 서류를 꾸미는 과정에서 직원은 “(제가) 수기로 작성하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아무래도 이건(전자 서류) 좀 불편하다”며 머쓱해 하기도 했다.

총파업 당일. 현장에는 생각보다 큰 혼란은 없었다. 하지만 어떤 업무를 보느냐에 따라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은행 측은 당일 전국의 1,057개 점포 모두 정상운영 한다고 밝혔다. 다만 영업점에서 일부 제한되는 업무는 전국 411개의 거점점포 운영을 통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대출로 부동산 잔금을 처리해야 하는 고객의 경우, 거점점포로 이동하며 불편을 느낄 수 있다. 일반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8일이 만기일인 경우 연체이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측은 기산일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파업은 2000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 반대 파업 이후 19년 만이다. 단 하루 경고성이지만 노사가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노조는 3월 말까지 릴레이 파업을 하겠다는 예정이다. 그럴 경우,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2차 총파업이 열린다. 노조는 이어 3차(2월 26~28일)와 4차(3월 21~22일), 5차(3월 27~29일)에 걸친 파업 계획을 밝혔다.

글=박지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