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銀 총파업 D-1, 밤샘 협상에도 타협 ‘안갯속’ : 월간조선

KB국민은행이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대치 상황에 노사 간 “협상 의지가 있다”고 강조해 왔지만, 1월 6일 밤부터 7일 오후인 현재까지 이어진 마라톤 협상에도 여전히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파업이 수순이다. KB국민은행의 총파업은 2000년 국민‧주택은행의 합병 이후 19년 만이다.

마라톤 협상에는 허인 은행장과 박홍배 노조위원장 및 노사 지도부가 대거 참여했다. 대립의 쟁점은 총 세 가지다. 우선은 성과급 규모다. 노조는 당기 성과가 전년 대비 확대된 만큼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기본금 300%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다. 사측은 조정을 제안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에 연동해 200% 수준이면 적당하다는 입장이다.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도 갈등 요소다. 노조는 임금피크제 진입 시점을 56세로 1년 연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본부의 부장급 및 일선 지점장과 팀장‧팀원급으로 이원화된 임금피크제 진입 시점의 일원화를 주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페이밴드제도(직급별 호봉상한제)’다. 노조 측은 연차가 쌓여도 승진하지 못하면 임금 인상이 제한되는 페이밴드 제도가 전 직급으로 확대되는 것을 폐지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했지만,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지금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렇게 간다면, 오늘도 밤샘 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KB국민은행의 전 직원은 1만 7,000명이다. 이 중 조합원은 1만 4,000명이다. 실제 파업 참가율은 미지수지만, 지난 12월 27일 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이 96%에 달했다.

전국 1,057개의 지점을 둔 최대 은행인 만큼, 파업을 단행할 경우 고객 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 은행의 비대면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르신과 법인, 주택 담보 잔금 대출 업무 등으로 창구 업무가 필요한 고객도 있다. 이에 따라 은행 측은 파업 시 대응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1,057개의 점포 중 절반 정도를 거점점포로 운영하고 ATM(현금자동입출금기)과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거래로 고객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운영될 거점 점포의 정확한 수와 지점명은 미리 알 수는 없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어느 점포의 누가 파업에 참여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고객에게 운영 점포를 미리 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파업 당일 창구 업무가 필요한 고객은 불가피하게 문 연 점포를 찾아다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총파업을 앞둔 지난 1월 4일 KB국민은행 경영진은 일괄 사직서를 제출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허인 은행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경영진 54명은 “노조가 파업의 명분이 될 수 없는 과도한 요구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상식과 원칙을 훼손해 가면서까지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글=박지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