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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美·中은 우주탐사하는데, '풍수설' 내세워 '대통령 관저 이전' 운운한 대통령 자문위원

유홍준, "풍수상 불길한 점 생각할 때 대통령 관저 옮겨야!"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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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4일, 노무현 정부 당시 문화재청장을 지낸 바 있는 유홍준 광화문 대통령 시대 위원회 자문위원(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이 문재인 대통령의 소위 '광화문 대통령' 공약 보류를 발표하면서 우선적으로 '대통령 관저'를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 중 한 가지가 "풍수상 불길하다"는 것이다. 

유홍준 위원은 “관저가 갖고 있는 사용상의 불편한 점, 풍수상의 불길한 점을 생각할 때 (장기적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령에 따라 위촉된 대통령 직속 위원회 관계자가 청와대에서 공개적으로 풍수설(風水說)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유홍준 위원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소위 '광화문 대통령 공약기획위원회 총괄위원장'을 맡아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을 포함한 이른바 '광화문 대통령 시대' 공약 마련을 지휘했었다. 지난해 2월엔 대통령 직속 '광화문 대통령 시대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대통령 집무실 이전' 작업을 검토해 왔다. 이를 감안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비과학적인 풍수설에 기반해서 '광화문 대통령' 공약을 내건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과하다고 하긴 어려울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고 동기이면서 대선 당시 '멘토단'의 일원으로 '문재인 캠프'에 참여한 바 있는 건축가 승효상씨 역시 “청와대 관저는 풍수지리학적으로 문제가 있어 옮겨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었다는 점을 볼 때도 그렇다. 하지만 '천주교 신자'인 문 대통령이 풍수설을 믿고 '광화문 대통령 시대' 공약을 내놨을 가능성은 적다.  

풍수가들은 현재 청와대 터가 바위가 많은 북악산의 '살기(殺氣)'를 그대로 받는 곳이라고 주장한다. 조선시대 때는 '소외'된 후궁들의 거처가 있었기 때문에 '한(恨)'이 서려 있다는 의견도 있다. 청와대 터가 풍수학적으로 살아 있는 사람들의 터가 아니라 죽은 영혼들의 거처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모두 비과학적인 '설(說)'에 불과하다. '미신(迷信)'을 앞세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대통령 관저 이전'을 대통령 자문위원이란 사람이 기자들에게 얘기하는 건 '촌극(寸劇)'이라고 할 수 있다.   

풍수설에 자연과학적 '암시(暗示)'가 감춰져 있다는 주장을 수용하더라도, 이는 주거 환경에 관한 사항일 뿐이다. 예컨대, '배산임수(背山臨水)'는 여름엔 집 앞 물가의 시원한 공기가 더운 집안을 식히고, 겨울엔 집 뒷산이 바람을 막아 집안 온기를 유지하도록 한다. 별다른 온도·습도 조절 장치가 없었던 과거에는 주거지 입지 조건으로는 최적이었던 셈이다.

이렇듯 풍수설은 현대 사회에서 선인(先人)들이 남긴 '생활의 지혜'로서 유용한 측면이 일부 있을 뿐, 개인·집단·국가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예견하는 수단이 될 가치는 없다. 국가 예산을 들이는 사업의 타당성을 강조하는 논거와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유홍준 위원의 말을 듣고 있자 하면, '지금이 고대(古代) 시대인가'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다. 중국이 인류 최초로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 뒷면에 탐사선을 착륙시켰고, 미국이 보낸 무인 우주선은 태양계를 벗어나 새로운 천체를 탐사하는 지금, 대통령 자문위원이란 사람이 어떻게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는 풍수설을 '대통령 관저 이전'의 근거로 내세울 생각을 했는지 그 입장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다. 

풍수설이 지금 시대에 유용하다면, 점성술(占星術)도 국가 대사를 결정하는 주요 근거로 채택할 수 있다. 고대인들의 점성술에 따르면 일식은 '흉조(凶兆)'였다. 당대 사람들은 일식을 보며 "제왕이 하늘의 노여움을 샀기 때문에 해가 사라졌다"고 생각하고, 왕에게 "근신하라"고 요구했었다. 풍수설과 같이 비과학적인 '미신'인 고대 점성술에 따르면 오늘 예정된 부분일식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 통치를 잘못해 하늘이 노했다는 걸 보여주는 흉조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억지'다. 마찬가지로 풍수설을 언급하며 "터가 불길하니 대통령 관저를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터무니 없는 셈이다. 지금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지만, 소위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우리 국민 상당수가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2014년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에 무당을 들여 굿판을 벌였다는 의혹에 분노했던 일을 '문재인 청와대'는 명심해야 한다. 객관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는 국정 운영은 공분을 자초하는 일이란 얘기다. 문 대통령이 실제 '대통령 관저 이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현재 대통령 관저 입지에 대한 유·무형의 편익과 비용을 비교·분석한 뒤 공론화 과정을 거친 다음 결정해야 한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19.01.06

조회 : 6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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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엄벌 (2019-01-07)

    정권의 수준하고는.. 원구단 가서 지지율 올려달라고 하늘에 제사도 한번 지내보지 모..

  • 무령처사 (2019-01-06)

    풍수지리 운운하며 천도 이슈, 정적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과 잦은 역모조작. 딱 조선 광해군과 이이첨의 북인정권이 연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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