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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폭로한 문재인 정부의 '적자 국채 발행 시도 의혹'에 대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입장을 밝혔다. 신 전 사무관 주장에 따르면 김 전 부총리는 2017년 11월 당시 '문재인 청와대'의 압력을 받고 나서 "국가채무비율을 39.4% 이상으로 올리라"면서 불필요한 국채 발행을 실무자들에게 지시했다.
이에 대해 김동연 전 부총리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명 글을 게시했다. 김 전 부총리는 먼저 자살을 시도한 신 전 사무관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안 된다"고 충고한 뒤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해당 글에 "기재부에서 다루는 대부분 정책은 종합적인 검토와 조율을 필요로 한다"며 "특정 국 실무자(신재민 전 사무관)의 시각에서 보는 의견과 고민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만, 보다 넓은 시각에서 전체를 봐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생각해 주기 바란다"고 적었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34년 공직생활 동안 부당한 외압에 굴한 적은 결단코 없다"면서 청와대 강압에 의한 '적자 국채 발행 지시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다른 부처, 청와대, 나아가서 당과 국회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보완될 수도, 수용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정책 형성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기재부 실무자들에게 '최소 39.4%'란 수치를 제시하며 불필요한 '국가채무비율 증가'를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하지 않았다. 실무자 의견에 따라 '적자 국채 발행'을 취소하자 재차 '문재인 청와대'가 기획재정부를 강압했다는 신재민 전 사무관 주장도 부인하지 않았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그 이유로 "퇴직한 사람이 재임 때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해 일일이 얘기하는 것도 부적절하고, 기재부가 당시 담당자들과 문서 등을 종합해서 검토, 대응하고 있어 제가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해명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국민 세금을 한 푼이라도 아껴 써야 할 책무를 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자신이 재임할 당시 '국가재정법 위반 시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사실관계에 대해 함구하는 건 34년 동안 공직생활을 해온 '공복(公僕)'의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이는 '오랜 기간 국가를 위해 일할 기회'를 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유고 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해야 하는 중임(重任)을 맡았던 이가 단순히 '퇴임'했다는 이유만으로 입을 열지 않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해당 의혹의 진위 여부에 대해 그 누구보다 소상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넓은 시각에서 전체를 봐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생각해 주기 바란다"면서 넘어가려 한다면, 34년간 쌓은 공적(功績)을 스스로 허물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퇴임사에서 '공직자의 용기'를 강조했던 김동연 전 부총리는 지금이라도 신재민 전 사무관이 폭로한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 자신 아들 또래의 젊은 전직 공무원이 '거짓'을 얘기한다면, "입장을 이해해 달라"는 식으로 글을 쓸 게 아니라 따끔하게 충고하고, 해당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반박해 '국가적 혼란과 불신'을 잠재워야 한다.
이와 달리 신재민 전 사무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나라를 위한 충정’에 따라 청와대란 거대 권력에 맞선 ‘내부고발자’를 도와야 한다. 그게 바로 34년 동안 나라를 위해 일하는 '소중한 기회'를 누렸던, 한때 국민 세금으로 국가 재정을 운용했던, ‘공직자의 용기’를 강조했던 ‘공복’의 자세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