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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

李宅淳 경찰청장 퇴진 요구로 징계당한 黃雲夏 총경

김성동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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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 토로] 李宅淳 경찰청장 퇴진 요구로 징계당한 黃雲夏 총경 

現 경찰 수뇌부는 경찰 수사권 독립의 장애물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기관이 독점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 없습니다.
이 시점에서 형사사법제도를「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합니다』

 

黃雲夏
1963년생. 경찰大 1기 졸업. 경찰大 총동문회 회장, 경찰청 수사국 수사개혁팀 팀장, 대전서부경찰서 서장 역임. 現 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 
  
金成東 月刊朝鮮 기자 (ksdhan@chosun.com
 
『비통함을 넘어 경악했다』 
 
 지난 9월6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소재 경찰종합학교로 가는 길에는 비가 내렸다. 지난 8월29일 경찰청 징계위원회로부터 감봉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은 黃雲夏(황운하·44) 총경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그는 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가 우울해 있을 것으로 짐작했다. 아니었다. 총무과장실에서 만난 그는 현직 경찰 총경답게 단단해 보였고, 말은 명쾌했다. 총무과장실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책장에는 「한국헌법사」, 「비교수사 제도론」, 「형사사법 개혁론」, 「국가 수사권 입법론」, 「경찰 개혁」 등 그의 직업과 밀접한 책들이 꽂혀 있었다.
 
  그가 검찰에 맞서 가면서, 정치권과 사회를 향해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외치고, 경찰 수뇌부를 향해 「조직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퇴진하라」고 요구할 수 있었던 자양분의 일부를 그 책장에서 볼 수 있었다.
 
  「黃雲夏」라는 이름은, 경찰 수사권 독립의 최일선 戰士(전사)로 싸우다가 검찰에 찍힌 이름이고, 경찰 개혁을 요구하며 수뇌부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골치 아픈」 존재의 이름이다.
 
  그의 이름이 최근 언론에 빈번하게 오르내렸다. 현직 총경으로서 李宅淳(이택순) 現 경찰청장의 퇴진을 공개 요구했기 때문이다. 경찰청이 한화그룹 金升淵(김승연) 회장 보복폭행사건과 관련된 경찰의 은폐·로비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자, 黃총경은 지난 5월27일 경찰청 내부 게시판에 「경찰청장은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조직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비통함을 넘어 나를 경악하고 분노하게 하는 것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부분이었다』며 『이건 경찰 자체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인데, 청장은 최선을 다해 청와대를 설득해서 「검찰 수사의뢰」는 막아 냈어야 했다』고 했다.
 
  李청장은 징계委에 파면·해임·정직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요청했으나, 징계委는 黃총경에게 경징계에 해당하는 「감봉 3개월」 징계처분을 내렸다. 黃총경은 감봉 3개월 징계처분에 대해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승복할 수 없다』며 소청과 민사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잠잠해 가던 李宅淳 청장 퇴진 요구는 黃총경에 대한 징계가 결정되면서, 경찰 안팎에서 다시 제기되고 있다.
 
 
  명예훼손 소송할 것
 
  ―징계에 불복해 소청 절차를 밟을 건가요.
 
  『소청이 진행되려면 절차가 필요합니다. 경찰청에서 징계처분 사유 설명서를 제게 보내면 그걸 수령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소청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아직 그게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사유로 징계를 했다면, 그것이 알려짐으로써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볼 수 있는 일인데, 명예훼손과 관련된 민사소송을 함께 제기할 생각입니까.
 
  『소청이나 행정소송에서 제가 승소해서 제 징계 처분이 취소되거나 징계 수위가 현저하게 낮아지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마치 공무원 사회에서 공직자로서 금지돼 있는 하극상이나 일으킨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런 정신적인 피해에 대해서 민사소송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금전적인 보상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징계권을 가진 사람들이 징계권을 남용해서 그로 인해 한 개인이 고통을 치르고 피해를 입었다면, 그에 대해서 배상을 해야 이런 억울한 피해 사례가 재발되지 않습니다』
 
 
  하극상 아니다
 
  ―경찰 내부에서 黃총경의 입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일부에서는 黃총경의 그런 행동을 조직의 기강을 해치는 행위로 봅니다.
 
  『경찰 조직 내에는 기강이 필요하고, 조직 내의 민주화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보는 두 가지 시각 중 한쪽은 「기강을 해친 것」으로 생각하고, 한쪽은 조직 내의 민주화가 덜 이루어졌기 때문에 「조직 내의 민주화가 더 성숙돼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일이 조직 내 민주화가 진전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하가 그 조직 수장의 퇴진을 주장하면 전부 하극상이냐, 전부 기강을 해친 것이냐, 이렇게 볼 수는 없거든요.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요인이 있을 겁니다.
 
  첫째는 그런 주장을 한 동기가 무엇인지를 봐야 합니다. 인사불만 등 개인적 동기가 배경이 됐다면 순수성에서 문제가 될 수 있죠.
 
  두 번째는 주장 내용의 상당성·신뢰성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주장이 독단적이고 돌출적인 견해라면 그것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겁니다.
 
  세 번째는 동기가 순수하고 내용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표현 방법이 명예훼손을 하거나, 허위 사실을 적시하거나, 극단적인 과장·비약이 있거나, 인신 공격성 비방이 있거나, 매우 악의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저속한 표현이 있다면 문제죠』
 
  ―黃총경은 그 세 가지 고려 요인에서 자유롭습니까.
 
  『저는 경찰청장 李宅淳 개인에 대한 감정이 있어서 퇴진 주장을 한 게 아닙니다. 그 당시의 조직이 처한 위기상황에서 이 위기를 수습하는 방안으로서 조직이 잘되는 길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끝에 그런 주장을 한 겁니다. 제가 주장하기 전에 이미 경찰총장 퇴진 요구는 조직 내외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하나의 대세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경찰청장 퇴진론이 조직 내외에서 광범위한 여론으로 형성된 상황에서 저 나름대로 더 논리적으로 정리를 한 것이죠. 돌출적으로 한 것이 아니죠. 표현 수위도 저는 그 정도면 매우 품격 있는 표현이었고, 절제된 표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주장을 하극상이라는 시각으로 본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인식에 문제가 있는 거죠. 「경찰 조직은 옳든 그르든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인 인식입니다』
 
  黃총경에게 징계가 내려지던 날 오후, 청와대는 『경찰 내에서 공공연한 하극상이 용인돼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했다.
 
  ―청와대에서 공개적으로 「하극상」이라고 성격 규정을 한 게 부담스럽지 않습니까.
 
  『청와대가 저의 경찰청장 퇴진 주장 자체를 하극상으로 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도 청장 퇴진 주장이 나왔을 때 청와대는 경찰 내의 퇴진 주장이 어떤 집단을 이루어서, 또는 조직적으로, 또는 어떤 사람의 주도하에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퇴진운동으로 오해하는 것 같더군요. 그렇게 집단을 이루어서 퇴진운동을 한다면 그건 하극상일 수 있어요. 제가 생각할 때는 청와대가 「이번 사태에 대한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군대와 경찰 조직은 다르다
 
  ―그런 청와대의 우려 때문에 黃총경에 대한 징계 결정이 내려지던 날 예정됐던 경찰大 동문회 모임 등이 취소된 겁니까.
 
  『그런 영향이 있죠. 오해를 줄 수 있죠. 저도 그걸 원치 않습니다. 경찰청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조직 내부에서 저항을 받을 수는 있죠. 그러한 의사를 전달하면 되는 것이지 실정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집단적인 의사표명이나 집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으로 연결되면 그것은 새로운 문제가 됩니다.
 
  기강을 해치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軍과 함께 우리 사회의 질서나 안전에 근간을 이루면서 위계질서를 좀더 중시해야 할 조직이 집단 의사를 표명하면 국민들이 불안해할 수 있습니다』
 
  ―며칠 전 軍 고급장교 한 분을 만났는데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더군요. 「黃총경이 너무 튀는 것 아니냐. 경찰도 軍 못지않은 위계질서가 분명한 조직인데 黃총경의 발언은 내가 보기에는 항명으로까지 보인다」고 말이죠. 「黃총경이 항명을 했고, 너무 튄다」 이런 시각을 가진 분들을 어떻게 설득하겠습니까.
 
  『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런 부분들이 공론화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경찰 조직 내에서 허용될 수 있는 발언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건강한 비판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어디부터를 항명으로 볼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 보자는 거죠.
 
  경찰 조직에서도 군대처럼 위계질서가 강조됩니다. 하지만 경찰은 對民업무를 하고, 수사 업무를 해야 합니다. 수사 업무는 일사불란함보다는 독립성이 강조돼야 합니다. 경찰 조직에서 위계질서를 더 강조하는 시각은 전근대적인 생각이라고 봅니다.
 
  선진국에서는 경찰을 「準사법 조직」으로 간주합니다. 개개인의 경찰관이 소신과 양심에 따라서 법집행을 합니다.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것은 경찰을 「準군사 조직」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軍 조직은 軍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절대충성을 해야 하지만, 경찰 전체의 통수권자는 대통령이 아닙니다.
 
  선진국처럼 경찰이 독립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할 경우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경찰이 수사할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 경찰 조직에 군대처럼 일사불란하게 명령이 침투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남북분단이라는 우리의 특수한 현실이 경찰 조직에 대해 軍 수준의 위계질서를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경찰 업무 중에는 시위진압 같은 다분히 군사작전과 유사하게 일사불란한 지휘가 필요한 때가 있습니다. 남북대치 상황에서 소규모 군사작전과 비슷한 일을 경찰이 해야 할 때도 있겠죠. 경찰은 어쨌든 합법적인 무장을 할 수 있는 조직이니까요. 그런 성격을 감안해야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 양 보는 것은 시대착오적입니다』
  
 
  감봉 3개월은 경징계 중 중징계
 
  ―李宅淳 청장이 직접 징계위원회에 黃총경에 대한 중징계를 요청한 것이 사실입니까.
 
  『총경에 대한 징계요구권자가 경찰청장입니다. 징계요구권자가 청장이기 때문에 저 아닌 어떤 대한민국의 총경도 징계를 요구하려면 청장이 해야죠. 개인적인 문제는 아니죠. 「파면·해임·정직 등 중징계를 요구했다」고 하는데, 징계요구권자의 속마음이 밖으로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로서는 중징계 중 무슨 징계를 요구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에는 중징계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였습니다. 「감봉 3개월」이라는 경징계가 내려졌는데 경찰 조직 내부의 반발이 영향을 끼쳤다고 보십니까.
 
  『감봉 3개월은 중징계는 아니지만 경징계 중에는 가장 무거운 징계입니다. 저로서는 제 행위가 징계대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감봉 3개월의 징계라고 해서 가볍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중징계를 하려고 했다가 경징계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게 없어요.
 
  경찰청은 공식발표를 통해서 「정직에 해당될 만한 잘못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훈장을 받고 조직에 기여한 바가 있으니 감경해서 감봉으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실제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보복성 징계」라는 시각이 있는데 본인도 그렇게 생각합니까.
 
  『「사퇴하라」고 하면 어느 누가 기분이 안 나쁘겠습니까. 그렇지만 조직의 총수고 나아가서 그보다 더 높은 직책에 있는 사람은 쓴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조직이 크면 클수록 여러 견해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중에는 비판적 견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견해를 포용해 나가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봐야죠.
 
  마음에 들지 않는 주장이라고 해서 징계를 해서는 조직의 기강이 확립되거나 조직이 결속되는 효과를 가져오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오히려 내부적으로 갈등과 반목이 생기고, 리더십은 약화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이 문제를 「징계」라는 징벌적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 공감하기 어려운 거죠. 공감하기 어려운 접근 방법이다 보니 보복성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고요』
 
  ―지금도 李宅淳 청장이 퇴진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당시 경찰청장이 퇴진하는 것이 옳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공무원 조직이 시도 때도 없이 수장의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기강의 문제죠. 그때 제가 청장 퇴진 주장을 했고, 그 직후 청와대가 「퇴진 곤란하다. 교체할 이유가 없다」는 식으로 입장 정리하면서 내부 퇴진론이 사그라지고 정리가 됐습니다.
 
  퇴진 주장이 나오면 결단이 필요한 분이 두 분입니다. 자진사퇴해야 할 분과 임용권자죠. 그런데 둘 다 안 됐잖습니까. 본인이 용퇴하지 않았고, 인사권자는 교체불가라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그 문제는 정리가 된 겁니다.
 
  정리가 된 다음에는 계속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공무원으로서 기본적인 도의에 어긋나는 거죠. 무슨 시정잡배들이 자리싸움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 「물러나라, 물러나라」 하는 것은 안 되죠. 저는 입장이 그렇게 정리된 이후에 한 번도 퇴진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어요』
 
 
  사건의 본질은 경찰 수사권 독립 문제
 
  ―黃총경에 대한 징계가 결정되면서 또 청장 퇴진 요구가 나오는데.
 
  『「자꾸 시끄럽게 된 것이 黃모라는 저 친구 때문이다. 黃모라는 친구 튀는 거 그만 튀게 하면 안 되겠느냐」 이런 생각이 있을 수 있죠.
 
  「그 당시 퇴진 주장이 정당하냐, 아니냐」는 차치하고라도 일단 퇴진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한 성찰은 해야 됩니다. 왜 또 조직 내부에서 퇴진 주장이 나오는지」 성찰이 필요합니다.
 
  저 개인의 문제로 조직이 너무 흔들려서도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상황은 원치 않고 이제는 미래를 향해서 화합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그 바닥 깊은 곳에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가 깔려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부는 아니지만 이번 사태의 내면에 있죠. 자칫하면 밥그릇 싸움, 조직 이기주의 쪽으로 비치기 때문에 아무 데나 경찰 수사권을 연결시키는 것은 공감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제가 공개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경찰관들이 왜 그토록 분노하고 자신의 최고 수장의 퇴진을 주장했느냐, 그 배경이 무엇이냐」를 따지고 들어가면, 거기에는 李宅淳 경찰청장 취임 이후 경찰 수뇌부가 현재까지 경찰 수사권 독립 추진을 굉장히 미온적·소극적으로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통령 공약 사항인 경찰 수사권 독립 문제에 대해 경찰 내 많은 사람들은 「참여정부 임기 안에 이루어져야 하고, 이런 기회는 다시 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사실상 물 건너가 버렸거든요. 그 결정적인 실패 원인이 현재 청장에게 있다고 보는 것 같아요. 현 경찰 수뇌부는 경찰수사권 독립에 관한 역사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사권 독립과 관련해 경찰청장에 대한 불신이 내면에 잠재돼 있었던 거라는 말씀인가요.
 
  『한화사건을 보세요. 경찰청장이 경찰 수사권 독립에 대해 신념이 강하고 열정이 있다고 평가를 받는 분이었다면, 한화사건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데 대해서 직원들이 이해하려고 노력했을 겁니다. 「뭔가 사정이 있었겠지,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겠지, 더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겠지, 최선의 방안이었겠지, 얼마나 고심하셨을까」 그러면서 이해하려고 했겠죠. 그런데 반응은 「자기 혼자 살기 위해서 새끼들 검찰에 다 팔아먹었다」는 극단적인 표현들이 나왔습니다』
 
 
  수사권 독립과 경찰 자질은 관련 없다
 
  ―우리 사회 일반에는 「경찰들 개개인의 자질을 보면 아직은 수사권 독립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한화의 로비에 전직 경찰청장까지 동원되는 것을 보면서 그런 인식이 더욱 퍼지는 것 같습니다.
 
  『시기상조론이라고 하는데요. 제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경찰 수사권 독립은 적어도 법리적·논리적으로는 경찰관 개개인의 자질과 관련이 없습니다. 경찰 수사권 독립 문제는 형사사법 제도의 민주화와 관계된 문제입니다. 권력이 분권화되고 상호견제가 가능한 시스템이 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본령 아닙니까. 형사사법제도는 더 그렇거든요.
 
  수사권·기소권·재판권 등 다 엄청난 권력인데 적어도 재판에 관한 사법 권력분리는 된 거죠.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기관이 독점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 없습니다. 非민주적이죠. 우리나라 경제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이 시점에서 형사사법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합니다. 선진국 기준에 맞춰 가면 돼요』
 
  ―「선진국 기준」이라는 게 어떤 겁니까.
 
  『우리 사법제도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가기 위해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 로스쿨 도입이 결정됐습니다. 배심제도 됐어요. 그전에 비하면 혁명적인 변화입니다. 로스쿨 도입으로 법조인 충원 방법이 바뀝니다.
 
  재판은 오로지 법관이 해야 했는데 배심제가 도입됨으로써 시민들이 재판에 참가하게 됩니다. 혁명적인 변화가 왔는데 이게 전부 형사사법제도의 민주화로 가고 있는 거죠』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했던 경찰수사권 독립 문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제일 큰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한마디로 검찰의 반대 때문입니다. 검찰의 반대를 누르려면 두 가지가 있어야 합니다. 국민여론이 경찰의 편을 들거나, 정치권에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경찰이 국민여론에서 약간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 부분이 아직 검찰의 반대를 누를 만큼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공판중심주의의 강화로 인해서 검사가 조서를 하나 쓰면 그걸로 재판이 끝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검찰이 역량을 공판 기능에 쏟을 수밖에 없고, 수사에서 점점 손을 뗄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경찰의 수사 역량은 상승할 수밖에 없죠. 검찰이 서서히 경찰과의 수사력 경쟁에서 밀리게 될 겁니다. 그러면 검찰이 수사에서 손을 떼게 될 겁니다. 검찰이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아주 정치적인 사건이나 특검이 될 만한 사건들을 검찰이 하게 되겠죠』
  
 
  검찰에는 눈엣가시 黃총경
 
  黃총경은 대전서부경찰서장으로 6개월 동안 일하다가 지난해 9월 현재의 경찰행정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검찰과의 대립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 수뇌부가 검찰의 압력에 굴복한 人事(인사)였다며 李宅淳 청장 퇴진운동이 벌어졌다. 李총장 재임 중에 벌어진 세 번의 퇴진 요구가 모두 黃총경과 관련 있는 셈이다.
 
  ―작년에 대전서부경찰서장을 하다가 행정학교로 올 때 「검찰에서 한 인사」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저도 그 인사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검찰은 법과 제도가 인정하는 권력 이상의 권력을 많이 행사합니다. 때로는 횡포에 가까운 일을 하고, 어떤 때는 경찰을 심부름꾼 취급하기도 합니다. 법과제도가 검찰에 권력을 주는 것은 경찰을 견제하라는 거지 심부름꾼으로 부려먹으라는 건 아니거든요.
 
  제가 대전서부경찰서장을 할 때 검찰의 요구는 명백한 권력남용이었어요. 제가 검찰의 권력남용과 인권침해에 대해 거부하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물론 「다른 경찰서에서는 다 들어 주는데 왜 당신만 거부하느냐」고 하는데, 다른 경찰서에서 다 들어 준다고 해서 정당한 것은 아니잖아요. 누군가가 이것을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누군가가 이것을 거부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공론화가 이루어지길 원했습니다』
 
 
  검찰의 「피의자 인치」 거부
 
  ―검찰의 요구를 거부했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는 겁니까.
 
  『「피의자 인치 요구」라는 게 있습니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사건에 대해서 「검사 앞으로 데리고 오라」는 것인데, 그것이 일종의 검사 앞 영장실질심사와 비슷한 겁니다. 영장실질심사는 법원이 하는 거지 검사가 하는 게 아닙니다.
 
  그걸 하려면 영장실질심사 규정처럼 형사소송법에 규정을 해야 합니다. 법에는 그런 규정이 없어요. 검찰은 법에 근거 없이 전화로 피의자를 데리고 오라고 해요. 「우리가 지휘권을 가지고 있으니까, 우리가 말하면 들으라」는 거죠. 그런데 피의자에게는 방어권이라는 게 있어요.
 
  피의자는 유치장에 있는 동안 변호인이나 가족을 통해서 자기한테 유리한 증거를 수집해 가면서 방어 준비를 할 수 있는데, 검찰에 하루 종일 잡혀 있는 사이에 방어권 행사에 중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어요. 피의자의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해 주고 그 다음에 증거에 의해서, 법에 의해서 잘못한 부분만큼 처벌하면 되는 겁니다. 제가 검찰의 피의자 인치 요구를 거부했던 거죠』
 
  ―다른 경찰서도 거부했습니까.
 
  『저는 누군가가 먼저 그런 주장을 하긴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결과적으로 제가 그걸 처음 하게 된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검찰에서 흘러나오는 얘기가 「黃총경이 인사조치될 것 같다」는 거였어요. 경찰 내부가 아닌 검찰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니까 얼마나 자존심 상해요. 그런 인사를 한 경찰 수뇌부도 문제가 많았고요.
 
  그 당시 경찰 수사권 독립 문제를 가지고 검찰과 첨예하게 대립된 상황에서 전방에 나가서 정신없이 싸우고 있는 와중에 우리 편에서 저를 저격한 거나 다름없어요. 말 타고 막 싸우려는 사람의 뒷목덜미를 잡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 상황이죠. 그래서 당시 청장 퇴진 요구가 있었던 거죠』
 
  ―李宅淳 청장 퇴진 관련한 사건 세 번이 다 黃총경과 관련이 있네요.
 
  『그렇네요. 저를 인사조치한 것 때문에 퇴진운동이 있었고, 지난번에 한화사건과 관련해서 청장 퇴진 주장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서 내부망에 띄웠고, 제 징계 때문에 퇴진운동이 일어났네요』
 
 
  경찰은 검찰의 심부름꾼 아니다!
 
  ―검찰이 직접 수사하고 있는 피의자를 호송해서 유치장에 수감하는 일도 거부하는 겁니까.
 
  『검찰이 직접 수사하다가 검찰에는 유치장이 없으니까 경찰의 수감 장소인 유치장에 입감 의뢰하는 경우입니다.
 
  의뢰 입감 자체는 국가기관끼리니까 경찰이 당연히 협조해야죠. 문제는 유치장을 이용하려면 검찰이 피의자를 직접 데려와야 하는데 그렇게 안 하고 전화 한 통화로 「데려가라」는 식의 명령을 해요. 경찰에는 그런 일을 하는 인력이 따로 편성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자기가 하던 일을 제쳐 두고 해야 돼요. 경찰청도 「특수수사과」라는 수사조직이 있어요. 서울 경찰청이나 본청에 유치장이 없거든요. 그래서 피의자 수사하다가 입감을 시키려면 서대문경찰서나 종로경찰서에 의뢰 입감을 해요. 그런 경우 서울경찰청이나 본청의 수사요원이 피의자를 데리고 가 서대문경찰서에 입감시키지, 「피의자를 데리고 오라」고 전화하지 않아요. 그런데 검찰은 자기 사건을 수사하면서 근거도 없이 경찰을 심부름꾼으로 만드니까 문제라는 거죠』
 
  ―지금 그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지금도 검사가 하라는 대로 하고 있죠. 지난해 초 강릉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인 장신중 경정이 「검찰 직수사건 피의자 사건 호송을 안 하겠다」고 했는데, 검찰이 직무유기 등 혐의로 기소했어요. 지금 재판이 진행 중인데 명백한 직권남용이죠』
 
  2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끝내면서 기자는 검찰과 경찰 수뇌부가 黃총장을 왜 꺼려하는지를 알 수 있었고, 경찰 조직이 왜 그를 필요로 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2007년 10월호)

입력 : 200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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