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수 前 사령관이 '혼비백산했다'고 전하더라” : 월간조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변호인인 석동현 변호사는 “이 전 사령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하루 전까지 집을 구하러 다녔다”면서 이 전 사령관이 원래 살던 집에서 사실상 퇴거 조치를 받았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월간조선>은 12월 8일 오후 석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세한 전말을 들어봤다. 그와의 일문일답 요지다.

― 이 전 사령관이 집을 구하러 다녔다는데, 그 이유가 뭔가.

이 전 사령관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는 세종시였다. 그의 부인은 세종시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다. 이 전 사령관은 예편 후, 서울에서 일을 보기 위해 건대 입구에 있는 주거형 오피스텔에 머물고 있었다. 적어도 1년 이상 기거해 왔던 임시 주거지였다.

― 그 오피스텔은 누구 소유였나.

이 전 사령관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 소유하고 있었는데, 어떤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인 것 같더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으니까 이 전 사령관에게 서울에서 머물 때 사용하라고 빌려준 것 같다. 다만, 오피스텔은 그 회사의 다른 사람 명의로 등기가 돼 있었던 것 같더라.

이 전 사령관이 검찰 조사 받은 다음 날, 검찰이 그 오피스텔을 소유한 회사와 실소유주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왜 (이 전 사령관에게) 집을 빌려줬냐’ ‘회사 업무용 부동산인 듯한데 왜 관계가 없는 사람(이재수 전 사령관)이 거주를 하느냐’는 식으로 추궁했다고 한다.

― 이 전 사령관이 그렇게 말하던가.

이 전 사령관의 표현을 빌리면 그들이 ‘혼비백산을 했다’고 하더라. 짐작건대 일반적인 계약 관계를 통해 이 전 사령관이 세(貰) 들어 산 건 아닌 것 같았다. 개인의 호의(好意) 차원에서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뭐라고 그 사람들에게 전화했는지 내용은 잘 모른다. 하지만 오피스텔에서 살게 해준 건 사건과 관계없는 사적인 부분 아닌가. 결국 소유주와 지인의 회사 측에서 이 전 사령관에게 ‘그 집에서 나가줬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다.

― 그때 이 전 사령관은 뭐라고 하던가.

그래서 내가 이 전 사령관에게 ‘검찰이 당장 어떻게 하겠느냐. 좀 더 (그 오피스텔에) 계시라. 구속 문제가 어떻게 풀릴지도 모르지 않으냐’며 위로했다. 이 전 사령관은 혹시라도 자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불이익을 당하거나 (검찰에) 시달릴까 봐 걱정했다. 그러던 중 이 전 사령관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그리고 월요일(12월 3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그 전날까지 이 전 사령관은 집을 구하러 다녔다.

― 어떤 용도로 구하는 것 같았나.

아마도 자기가 구속되면 몇 년간 못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 전 사령관이 나한테 ‘부인과 함께 집을 구했다. 다행이다’라고 하더라. 이 전 사령관은, 자신이 구속되면 부인이 면회라도 왔을 때 머물러야 할 숙소라도 있어야 한다고 판단해 집을 구한 것 아니겠나.

본 기사가 나간 직후인 12월 9일 새벽, 석동현 변호사는 위와 같은 문자 메시지를 기자에게 보내왔다. 이재수 전 사령관의 의연한 행동을 꼭 전해달라고 당부해 온 것이다. 석 변호사의 심경과 이 전 사령관의 생전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문자 메시지 자체를 캡처해 첨부한다. 사진=월간조선(조성호)

석동현 변호사는 “아니, 영장실질심사 전에 집을…”이라며 “내가 그 부분에서 목이 메인다. 영장실질심사 전날 집을 구하러 다니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분개했다.

석 변호사는 “(검찰이) 집주인에게 전화를 왜 하나. 그게 세월호와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느끼기에 이 전 사령관이 분노하기보다는 외포심을 가졌던 것 같다. 지인 덕에 숙소를 썼는데 혹시라도 그 지인에게 피해가 갈까 봐… 해가 갈까 봐…”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석동현 변호사는 “이것(퇴거) 역시 자살의 한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석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정에 갈 때 이 전 사령관에게 수갑을 꼭 채워야 했는지 의문"이라며 "피조사자는 검사의 사소한 말 한마디, 무심한 동작 하나에 정신이 무너지거나 절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람에 따라서, 신분에 따라서 누구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누구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검찰은 이 전 사령관에게 도움을 준 한 변호사도 조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석동현 변호사에 따르면 해당 변호사는 군(軍) 법무관 출신이라고 한다.

앞서 이 전 사령관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약 1시간 40여 분 전인, 12월 7일 오후 1시 5분께 석동현 변호사와 통화를 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석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이 전 사령관은 “앞으로 수사가 어떻게 될 것 같은가”라며 “세종시에 살고 있는데 세종시에 내려가도 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석 변호사는 이 전 사령관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어떤 낌새도 없었다고 전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