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외 활동을 재개했다. 유 의원은 이번 주 연세대, 이화여대 등에서 정치, 경제 문제를 주제로 강연하는 자리를 갖는다. 내달 초에도 서울대 등 타 대학 1~2곳에서 강연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이 기존 의정 활동 외에 강연 같은 대외 활동을 재개한 것은 당 대표직 사퇴 후 5개월여 만이다. 유 의원은 지난 6.13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안철수 전 의원과 함께 바미당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최근 유 의원이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함께 차기 보수 진영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그의 공개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단 유 의원 측은 대학 강연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경계하는 모양새다. 유 의원 측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오래전부터 요청이 있어서 몇 달 전에 잡은 약속인데 학기 말로 강연이 미뤄진 것"이라며 "강연에서는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 없이 경제 이야기만 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유 의원의 이러한 대외 활동 재개는 당과 계파로 분열된 현 보수 진영에서 의미하는 바가 작지 않다. 한동안 잠행해 온 그가 다시 강연 등으로 나라와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차후 어떤 정치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보수 정계 개편 시나리오'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유한국당 일각에서는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박-친박 세력 간 물밑 당권 경쟁을 벌이면서 신당(新黨), 분당(分黨)론까지 나오고 있다. 개혁보수를 기치로 내건 바미당에서도 '보수 단일대오'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근래 주목받는 이언주 의원의 '신보수(新保守)'론도 '보수 양당 체제'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가운데 유 의원의 정치적 선택은 정계개편의 판을 뒤흔들 수 있을까.
反文 기치 아래 親朴과도 연합?
'반문(反文)연대'론을 내세우는 쪽에서는 계파를 떠나 유 의원과 협력할 수 있다고 본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은 지난 19일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 인터뷰에서 "(보수의 정치적 위기 등) 무서운 현실을 직시하면 반문연대를 통해 같이 가야 한다"라며 "조원진·유승민·하태경 의원, 탄핵을 찬성했든 반대했든 다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우리가 대한민국 체제를 좌파 세력들한테 헌납한 장본인들 아니냐. 나도 죄인이고 유승민, 하태경 이런 분들도 탄핵 찬성했지만 그분들도 죄인"이라며 "용서받기 위해서는 우리가 한목소리로 반문연대를 통해서 대한민국 자유주의 체제를 끝까지 지켜내고 바로 살리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하는 게 첩경"이라고 했다.
비박계 수장으로 불리는 김무성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통장들의 지위와 처우 개선을 위한 토론회' 축사 후 기자들을 만나 "나도 유 전 대표가 보고 싶었는데 안 와서 섭섭하다"며 "오다 가다 만나면 인사도 하고 있다. 언론에서 (우리 관계가) 소원하다는 보도가 나와 오히려 이상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을 잘못 이끌어가고 있는데 이것을 제지하기 위해서는 선거를 이겨야 된다. 선거를 이기기 위해서는 단결해야 한다"며 "선거 직전에 전당대회가 있기 때문에 전대를 통해 우파를 통합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친박계 측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탄핵까지 찬성한 유 의원과 섣불리 연합하는 것은 어렵다"는 일종의 신중론도 나온다. 차기 한국당 당권 후보로 거론되는 정우택 의원은 지난 1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말씀드린 대로 (반문연대, 보수통합 등) 그런 여건이 전혀 성숙돼 있지 않다"며 "또 우리 당내에서 유승민 의원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큰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언젠가는 (유 의원과의 연대) 여건이 성숙될 거라 보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적당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개혁보수 외길 걷나
유 의원 성향상 개혁보수를 고집하며 인위적인 '보수 빅텐트'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그는 작년 대선 후보 시절 홍준표 한국당 후보와의 단일화도 시도하지 않았고, 올해 초에도 한국당 행(行)보다는 오히려 국민의당 안철수계와 통합을 추진하는 파격을 보였다. 본인이 생각하는 '수구보수의 잔재'가 사라지지 않는 한, 한국당과의 연대는 어렵다는 심리가 다시 작용할 수 있다.
하태경 바미당 최고위원은 지난 2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유 전 대표라면 본인이 (개혁보수의) 비전을 만들어서 야권 정계 개편을 주도하겠다"라며 "야권 대권 주자 1등인 유승민 전 대표가 갑인데, 갑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 최고위원은 "우리 당이 현재까지는 정계 개편에 있어서 조금 소극적인 측면이 있었지만, 예산 국면이 끝나면 당내에서 원칙과 방향을 정해 정계 개편을 주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묻지 마 통합이 아니라, 혁신적인 정계 개편이 될 수 있도록 당내 공론화 작업을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언주 의원은 지난 14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떻게 보면 유승민 (전) 대표 같은 경우는 개혁보수라는 게 (저와) 비슷한 면이 좀 있을 수 있다"라며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너무 조용하셔서 잘 모르겠다. 그러나 지향하는 바는 비슷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유 의원 측이 직접 한국당과의 연대설을 제기한 언론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지난달 30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모 매체가 '유승민, 보수통합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유 의원이 한국당 고위당직자에게 '(한국당과 통합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다'라고 말했다(고 적었다)"면서 "본 의원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책임도 있고, 고민도 깊고..."
유 의원은 사분오열된 보수 진영에서 본인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지난 5일 자 <중앙일보> 중 강민석 논설위원이 쓴 칼럼 '유승민의 깊은 고민, 김한길의 의미있는 좌절'의 한 대목이다.
<유 전 대표는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언론 접촉을 일체 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그의 거취에 관해 탈당설 등 갖가지 억측이 나도는 중이다. 그런 유 전 대표와 지난 2일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정치 돌아가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했더니 그는 완곡하나마 분명하게, 그리고 예상대로 거절의 뜻을 밝혔다.
“고민은 깊고… 지금은 어떤 말도 하기 힘들어요. 자유한국당 저러고 있지, 바른미래당은 결국 정체성, 생각들이 많이 다르고… 그런데 나는 또 책임이 있잖아요. 안철수 대표는 지금 없지만, (함께) 당을 만들었고, 지방선거에 진 책임도 있고. 그동안 조용히 사느라고 일체 인터뷰를 안 했는데, 당분간 계속 안 할 겁니다.”
유 전 대표와 만날 수 있었다면 이걸 먼저 물어봤을 것이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고민 중입니까.’ 그런데 어렴풋이나마 거절의 말속에 고민의 지점을 느낄 수 있었다. 야권의 명제는 사실 ‘통합’, 정확히는 ‘보수통합’이다.>
강 논설위원은 "보수통합 운운하던 한국당은 점점 원내대표 경선(12월)과 전당대회(내년 2월) 분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도생을 위한 당권 경쟁의 소용돌이만 커져갈 것"이라며 "유 전 대표의 고민도 얼른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지금 야권을 보면 왠지 축이 빠진 바퀴의 살이 생각난다"고 평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일단 유 의원 측은 대학 강연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경계하는 모양새다. 유 의원 측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오래전부터 요청이 있어서 몇 달 전에 잡은 약속인데 학기 말로 강연이 미뤄진 것"이라며 "강연에서는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 없이 경제 이야기만 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유 의원의 이러한 대외 활동 재개는 당과 계파로 분열된 현 보수 진영에서 의미하는 바가 작지 않다. 한동안 잠행해 온 그가 다시 강연 등으로 나라와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차후 어떤 정치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보수 정계 개편 시나리오'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유한국당 일각에서는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박-친박 세력 간 물밑 당권 경쟁을 벌이면서 신당(新黨), 분당(分黨)론까지 나오고 있다. 개혁보수를 기치로 내건 바미당에서도 '보수 단일대오'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근래 주목받는 이언주 의원의 '신보수(新保守)'론도 '보수 양당 체제'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가운데 유 의원의 정치적 선택은 정계개편의 판을 뒤흔들 수 있을까.
反文 기치 아래 親朴과도 연합?
'반문(反文)연대'론을 내세우는 쪽에서는 계파를 떠나 유 의원과 협력할 수 있다고 본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은 지난 19일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 인터뷰에서 "(보수의 정치적 위기 등) 무서운 현실을 직시하면 반문연대를 통해 같이 가야 한다"라며 "조원진·유승민·하태경 의원, 탄핵을 찬성했든 반대했든 다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우리가 대한민국 체제를 좌파 세력들한테 헌납한 장본인들 아니냐. 나도 죄인이고 유승민, 하태경 이런 분들도 탄핵 찬성했지만 그분들도 죄인"이라며 "용서받기 위해서는 우리가 한목소리로 반문연대를 통해서 대한민국 자유주의 체제를 끝까지 지켜내고 바로 살리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하는 게 첩경"이라고 했다.
비박계 수장으로 불리는 김무성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통장들의 지위와 처우 개선을 위한 토론회' 축사 후 기자들을 만나 "나도 유 전 대표가 보고 싶었는데 안 와서 섭섭하다"며 "오다 가다 만나면 인사도 하고 있다. 언론에서 (우리 관계가) 소원하다는 보도가 나와 오히려 이상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을 잘못 이끌어가고 있는데 이것을 제지하기 위해서는 선거를 이겨야 된다. 선거를 이기기 위해서는 단결해야 한다"며 "선거 직전에 전당대회가 있기 때문에 전대를 통해 우파를 통합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친박계 측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탄핵까지 찬성한 유 의원과 섣불리 연합하는 것은 어렵다"는 일종의 신중론도 나온다. 차기 한국당 당권 후보로 거론되는 정우택 의원은 지난 1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말씀드린 대로 (반문연대, 보수통합 등) 그런 여건이 전혀 성숙돼 있지 않다"며 "또 우리 당내에서 유승민 의원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큰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언젠가는 (유 의원과의 연대) 여건이 성숙될 거라 보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적당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개혁보수 외길 걷나
유 의원 성향상 개혁보수를 고집하며 인위적인 '보수 빅텐트'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그는 작년 대선 후보 시절 홍준표 한국당 후보와의 단일화도 시도하지 않았고, 올해 초에도 한국당 행(行)보다는 오히려 국민의당 안철수계와 통합을 추진하는 파격을 보였다. 본인이 생각하는 '수구보수의 잔재'가 사라지지 않는 한, 한국당과의 연대는 어렵다는 심리가 다시 작용할 수 있다.
하태경 바미당 최고위원은 지난 2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유 전 대표라면 본인이 (개혁보수의) 비전을 만들어서 야권 정계 개편을 주도하겠다"라며 "야권 대권 주자 1등인 유승민 전 대표가 갑인데, 갑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 최고위원은 "우리 당이 현재까지는 정계 개편에 있어서 조금 소극적인 측면이 있었지만, 예산 국면이 끝나면 당내에서 원칙과 방향을 정해 정계 개편을 주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묻지 마 통합이 아니라, 혁신적인 정계 개편이 될 수 있도록 당내 공론화 작업을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언주 의원은 지난 14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떻게 보면 유승민 (전) 대표 같은 경우는 개혁보수라는 게 (저와) 비슷한 면이 좀 있을 수 있다"라며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너무 조용하셔서 잘 모르겠다. 그러나 지향하는 바는 비슷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유 의원 측이 직접 한국당과의 연대설을 제기한 언론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지난달 30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모 매체가 '유승민, 보수통합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유 의원이 한국당 고위당직자에게 '(한국당과 통합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다'라고 말했다(고 적었다)"면서 "본 의원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책임도 있고, 고민도 깊고..."
유 의원은 사분오열된 보수 진영에서 본인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지난 5일 자 <중앙일보> 중 강민석 논설위원이 쓴 칼럼 '유승민의 깊은 고민, 김한길의 의미있는 좌절'의 한 대목이다.
<유 전 대표는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언론 접촉을 일체 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그의 거취에 관해 탈당설 등 갖가지 억측이 나도는 중이다. 그런 유 전 대표와 지난 2일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정치 돌아가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했더니 그는 완곡하나마 분명하게, 그리고 예상대로 거절의 뜻을 밝혔다.
“고민은 깊고… 지금은 어떤 말도 하기 힘들어요. 자유한국당 저러고 있지, 바른미래당은 결국 정체성, 생각들이 많이 다르고… 그런데 나는 또 책임이 있잖아요. 안철수 대표는 지금 없지만, (함께) 당을 만들었고, 지방선거에 진 책임도 있고. 그동안 조용히 사느라고 일체 인터뷰를 안 했는데, 당분간 계속 안 할 겁니다.”
유 전 대표와 만날 수 있었다면 이걸 먼저 물어봤을 것이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고민 중입니까.’ 그런데 어렴풋이나마 거절의 말속에 고민의 지점을 느낄 수 있었다. 야권의 명제는 사실 ‘통합’, 정확히는 ‘보수통합’이다.>
강 논설위원은 "보수통합 운운하던 한국당은 점점 원내대표 경선(12월)과 전당대회(내년 2월) 분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도생을 위한 당권 경쟁의 소용돌이만 커져갈 것"이라며 "유 전 대표의 고민도 얼른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지금 야권을 보면 왠지 축이 빠진 바퀴의 살이 생각난다"고 평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