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북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제공받은 물품들을 중간에서 빼돌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 정권이 들어선 후 남북 유화 국면이 조성됨에 따라 국내 민간단체가 분유 등을 지원했지만, 북한 당국에 의해 '포대갈이'가 된 후 대부분 다른 용도로 쓰인다는 것이다. 인도적 지원품에 대한 북한 고위 관리들의 '개인적 착복'이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이하 현지시각)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따르면, 국제사회가 북한 취약계층을 위해 지원한 물품들이 어디론가 빼돌려지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19일 "현재 청진시 물류창고에 쌓여 있는 분유는 20톤가량 된다. 남한의 한 기독교 단체가 취약계층 어린이의 영양 공급용으로 지원한 것"이라며 "당초 25톤의 분유가 도착했는데 이 중에서 3톤만 어린이 공급용으로 풀고, 나머지는 모두 정부 창고에 보관된 채 다른 용도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창고에 보관 중인 분유는 겉포장을 모두 제거한 상태라 분유의 생산지나 출처를 알 수 없게 돼 있다"면서 "(당초) 분유 포대가 세관을 통관하자마자, (북한 관리 등) 사람들이 '대한민국'이란 글자와 제조사 마크가 붙어 있는 겉포장을 제거한 후 속포장 상태로 운반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분유가 지원된 시기는 지난 9월로, 한창 북남수뇌상봉(남북정상회담)으로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던 시기"라며 "분유 외에도 국제사회의 지원 단체로부터 식량, 의약품, 생필품 등 다양한 물자가 제3국을 통해 들어온다는 사실을 정부 관계자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식통은 20일 "요즘에도 한국의 시민단체와 재미(在美) 한인단체들이 상당량의 인도 지원 물품을 (북으로) 들여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단체들은 '모금 운동'을 통해 조달한 현금으로, 중국에서 식품과 의약품을 구입해 우리에게 지원해 주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 소식통은 "이런 식으로 우리 쪽에 들어오는 인도 지원이, 남한 당국이나 유엔 대북 제재가 허용하는 틀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면서 "어떤 형식이든 인도 지원 물자에 대한 고위 간부들의 개인 착복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년 동안 대북 지원을 지속해 왔던 호주 정부는 최근 대북 인도적 지원 중단 결정을 내렸다. 내년도 지원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호주 정부가 한국과 '안보 협력'을 강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호주 외교통상부가 최근 공개한 2018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핵 개발 계획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가장 큰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보고서에서 자국의 독자 대북 제재뿐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매년 평균 450만 달러 상당의 대북 지원을 했던 호주 정부는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한 2002년부터 직접적인 개발 지원을 중단한 바 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