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백두칭송위원회 네이버 블로그 캡처
‘김정은 방한(訪韓)’을 환영하는 백두칭송위원회(이하 칭송위)가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었다. 소속 회원 100여 명은 이날 오후 광화문 KT빌딩 앞에서 김정은의 서울 방문을 환대하는 ‘연설대회 김정은’을 개최했다. 발언에 나선 회원들은 남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맞이하던 김정은의 품성과 태도 등을 칭송했다. ‘예의 바르고 소탈했다’ ‘농담으로 파격의 연속을 보여줬다’ ‘천리안을 가진 것 같다’ ‘젊은 나이의 지도자로는 믿기지 않는 추진력과 대담함을 가졌다’는 등 예찬의 말들이 쏟아졌다.
이날 행사에서는 ‘김정은 칭송 영상’이 송출됐고, 회원들이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이름을 연호하는 풍경이 벌어졌다. 인근에서는 우파단체인 새벽당, 자유로정렬 등이 결성한 ‘백두청산위원회’가 김정은 방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청산위 회원들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칭송위의 김정은 찬양 행위를 규탄했다.
칭송위는 소속 단체 13개, 회원 200여 명을 보유한 ‘김정은 찬양’ 조직이다. 지난 7일 ‘결성 선포식’을 가진 이래 도심에서 김정은 환영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 순회 예술공연, 통일 사진 전시회, 통일박람회, 환영 차량 스티커 부착 등의 행사도 예정돼 있다. 페이스북과 네이버 블로그 등 온라인상에도 자신들의 활동 내용을 보도한 기사와 찬양 게시물을 올리며 조직을 홍보하고 있다. 우파단체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자유연대’ 등은 칭송위 회원 70여 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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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1월 18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백두칭송위원회가 주최하는 김정은 서울 방문 환영 연설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조선DB |
칭송위 측은 자체 블로그에서 ‘김정은 칭송 배경’과 ‘조직 결성 의의’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일 의지를 받아 안고 반드시 가까운 시기에 통일의 새날을 열어낼 것입니다. 그 길에서 중대한 사변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바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입니다. 사상 최초로 이루어질 북한 최고지도자의 대한민국 방문은 무너져 가는 분단의 장벽을 완전히 부수고 우리의 마음속에 남은 마지막 불신과 갈등의 앙금까지 완전히 가셔버릴 것입니다.
너도 나도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 방문을 어떻게 환영할 것인가, 어떻게 환대할 것인가 기쁨과 희망에 넘쳐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한의 지도부, 북한 국민들이 보여준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열망은 가히 경이적이었습니다. 민족의 숙원인 자주통일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진정 어린 모습에 우리 국민들도 모두 감동했습니다. 그리고 그 정점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 결단이 있습니다.〉
칭송위 측은 “이미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면서 국민들 속에서는 남북 두 정상을 칭송하는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을 치하하는 여론이 쏟아지고 지지율도 급등했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는 처음에 반신반의하던 사람들도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보면서 경탄하고 있다”고 밝혔다.
칭송위 측은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분단적폐세력인 태극기부대가 준동하고 있다. 보수야당들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극렬 부정하고 있다”며 “극우세력에 의한 테러와 폭력사태도 횡행한다. (그럼에도) 통일을 위해 자신의 안위도 버리고 목숨을 걸고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지”라고 칭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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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백두칭송위원회 네이버 블로그 캡처 |
이어 “이런 상황에서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응당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뜨겁게, 열렬히 환영하여야 할 것”이라며 “목숨을 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단에 걸맞은 자세와 태도로 환영 준비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칭송위는 위원장단, 위원(각 소속단체 대표), 소속단체, 회원, 지역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추진 중인 주요 사업으로는 ‘김정은 서울 방문 환영음악회’ ‘김정은 서울 방문 기념강연’ ‘남북회담 소감 발표회 및 사진 전시회’ ‘북한 노래 보급 사업’ ‘단일기(한반도기) 걸기, 단일기 배지와 스티커 제작’ ‘시민환영단, 축하상경단, 자원봉사대 활동’ 등이 있다.
칭송위 측은 블로그에 김정일·김정은 사진을 여러 컷 게재하기도 했다. 김정일이 생전 현지 시찰을 하는 모습, 김정은이 연설하는 모습 등 북한 지도자들의 정치 활동이 담긴 사진들을 연도별로 올렸다. ‘김정일이 자강도 희천청년전기련합기업소를 현지 지도한 사진(2010.12.)’ ‘김일성 탄생 100돌 기념 열병식에서 연설을 한 김정은(2012.4.15.)’ ‘김정은이 수소탄 실험 명령서에 사인하는 사진(2016.01.03.)’ 등이다.
김정은의 리더십을 찬양하는 기획기사들을 연속으로 게재하기도 했다. ‘이목을 집중시키는 미디어형 리더십’ ‘풍자와 유머를 구사하는 여유형 리더십’ ‘직접 현장을 지휘하는 실무형 리더십’ 등이다. 평양회담에서 본 김정은에 대해 ‘배려로 한국인의 마음을 열다’ ‘소탈함으로 더 친근해지다’ ‘온 겨레에 감동을 준 평양정상회담의 진심’ 등의 문구를 써가며 찬양했다. 칭송위 측이 블로그에 올린 한 ‘김정은 신드롬 예찬 기사’의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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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백두칭송위원회 네이버 블로그 캡처 |
〈한편 김정은 신드롬은 ‘세계적으로도 확산’되었다. 이미 지난해 북한의 핵 시험, ICBM 발사가 이어지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세계적 관심의 인물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런 흐름에서 2018년 1월 14일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상당히 영리(pretty clever)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 어떤 나라 지도자도 미국을 폭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 사람은 없었다면서 이렇게 덧붙인 것이다.
“솔직히 김정은… 대단한 사람임엔 틀림없음.” “납득이 되네요. 대단한 인물인 건 맞습니다.” ‘한류열풍 사랑’ 카페의 아이디 ‘fl***’의 글과 아이디 ‘꿀*’의 댓글이다. 불과 20일 전만 하더라도 누군가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대단하다’라는 표현을 하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신드롬이 그뤠잇 신드롬(Great Syndrome)이 될지도 모른다. 김정은 신드롬. 이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 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
칭송위 측이 블로그에 올린 ‘김정은 위원장의 담대한 모습을 보다’라는 제하의 기사는 김정은을 이렇게 칭송한다.
〈9월 평양정상회담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세심하고 꼼꼼한 모습과 함께 담대한 모습도 보여주었다. 백두산 천지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백두산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듯이 이 천지 물에 새 역사의 붓을 담가서 앞으로 북남 간의 새로운 역사를 또 써 나가야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이 발언은 거인이 백두산 천지를 벼루 삼아 큰 붓으로 글씨를 쓰는 상상을 하게 한다. 마치 조선시대 남이 장군이 “백두산 돌은 칼을 갈아 다 없애고, 두만강 물은 말을 먹여 없애리, 남아 이십에 나라를 평정하지 못하면 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일컬으리오”라고 쓴 시가 연상되기도 하는데 더욱 담대함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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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백두칭송위원회 네이버 블로그 캡처 |
김정은 위원장의 대담한 모습은 전부터 유명했다. 사실 지난해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미국을 상대로 미사일을 쏘면서 일전을 불사한 것도 이런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전 세계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막말 외교를 하던 트럼프 대통령과 맞서면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고 오히려 배짱에서 한 수 위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을 상대로 이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인물이 또 있을까?〉
이 밖에도 칭송위 측은 본인들의 활동 내역 홍보는 물론, 블로그에 김정은의 풍모와 업적을 정리한 기획기사들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1년을 10년 맞잡아 만리마 시대 열다’ ‘김정은 위원장의 주민에 대한 헌신성’ ‘김정은 위원장의 여성 위한 세심함’ ‘김정은 위원장의 아이들을 좋아하는 성품’ 등이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