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책 쳐낸 자유한국당 앞날은 : 월간조선

⊙ 조강특위에 처음으로 외부위원 대거 영입했지만 “결국 당내 조직… 전원책 패배는 예상했던 것”

⊙ 이진곤 조강특위 위원 “全權이라는 단어에 대해 김병준과 전원책 생각 달랐다”

⊙ 2014년 새누리당 조강특위는 ‘계파싸움’ ‘서청원계 학살’이라는 汚名만

⊙ 부담 벗은 친박-비박 계파 중심 인물들 기지개, 원내대표 및 당대표 경선 준비 중

자유한국당이 11월 9일 전원책 조직강화특위 위원직을 해촉하면서 자유한국당의 앞날이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사실 당내에서는 쾌재(快哉)를 부르는 사람이 더 많을 수도 있다. 내년 전당대회와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숨을 죽이고 있던 당권주자와 계파의 중심 인물들은 하나둘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당권이나 원내대표에 도전하는 의원들 중 일부는 조강특위가 매서운 칼날을 휘두르면 선거 출마는 고사하고 지역구조차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는데, 전원책 변호사의 위원직 해촉은 숨통을 트이게 해준 셈이다. 결국 조강특위도 당내 조직이라는 점만 국민 앞에 보여주고 말았다.

전원책 “이제 한국당에 쇄신은 없어”

자유한국당 조강특위 위원으로 영입된 지 약 한 달 만에 해촉된 전원책 변호사는 14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자유한국당에 인적 쇄신은 없다”고 밝혔다.

전 변호사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제게 전권을 줬다면 더 이상 말이 없어야 하는데 내게 준 건 전권이 아니었다”며 “김 위원장이 전권이 아니고 전례없는 권한이라고 해 말장난처럼 들렸다”고 밝혔다. 그는 “보수 단일대오나 친박-비박 끝장토론 얘기를 한 것은 의원들이 이런 자질과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인데 그게 어찌 월권인가”라며 “당 쇄신을 책임질 전권을 가진 사람이 그 정도 말도 못해서야 어떻게 당을 쇄신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전 변호사는 이날 애초 예고했던 김병준 위원장의 인사청탁 등 폭로는 하지 않았다. 기자들의 질문에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결국 전 변호사가 김병준 위원장과의 기싸움에서 패배했고, 이는 예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강특위의 역할

전 변호사의 말대로 조강특위 위원이 ‘전권’을 행사하는 것은 가능할까. 자유한국당의 조강특위는 상시조직이 아니라 특별한 경우에만 구성되는 위원회다. 당규에 규정된 당무감사위원회의 상위조직으로, 당무감사위원회는 당규상 당내외 인사 15인 이내로 구성하며 위원장을 포함해 위원의 3분의 2 이상을 당외인사로 구성하도록 돼 있다.

당무감사위원회가 중앙당 사무처 조직국, 당무감사실 등과 함께 전국 당원협의회를 대상으로 당무감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내놓으면 조강특위가 당협위원장 평가 및 자격여부 심사를 맡는다. 현재 자유한국당의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월 임명된 황윤원 중앙대 교수다.

조강특위는 당이 위기에 처했거나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 등 ‘강력한 물갈이’가 필요한 시점에 구성된다.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자리이며, 당무감사위원회가 대부분 외부 인력으로 구성되는 만큼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조강특위 위원장은 사무총장이 당연직으로 맡게 돼 있어 기존의 조강특위는 당 지도부의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2014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시절 당을 재정비하기 위해 구성됐던 조강특위는 위원장 이군현 사무총장 등 당내 인사 6명(원내 5명, 원외 사무부총장 1명)이 전부였다. 당시 비박계가 장악한 조강특위는 친박 핵심 서청원 의원과 가까운 당협위원장들을 대거 교체하겠다고 나서 ‘계파싸움’ ‘서청원 죽이기’라는 오명을 얻은 바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전원책 변호사를 '십고초려'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약 한 달 만에 해촉했다. 사진=뉴시스

외부위원 영입한 뜻은

조강특위가 계파갈등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을 의식한 듯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의 대규모 쇄신을 위해 외부 위원을 대거 영입하겠다며 전원책, 이진곤, 전주혜, 강성주 위원을 위촉했다. 당내 인사가 김용태 사무총장과 김석기 전략기획부총장, 김성원 조직부총장 등 3명인 것에 비해 외부 위원이 더 많은(4명) 형태로 구성되면서 자유한국당이 강력한 조직 정비에 나설 것이라는 시선이 이어졌다. 특히 전원책 위원은 “전권을 약속받고 (조강특위에) 들어왔다”고 강조해 이 같은 예상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결과는 전원책 변호사가 자유한국당의 단단한 벽을 뚫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원책 변호사와 함께 조강특위 위원으로 위촉됐던 이진곤 위원은 “전권이라는 문제에서 김병준-전원책의 인식이 달랐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준 위원장은 조강특위에 대해서는 당에서 전혀 간섭하지 않겠다고 한 거고 전원책 변호사는 정치적인 문제, 이를 테면 전당대회 일정과 야권통합 같은 데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향후 조강특위는

이진곤 위원 등 전원책 변호사와 함께 위촉된 외부 위원 3명은 조강특위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와 조강특위는 전 변호사의 공석에 다른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 위해 인선 작업 중이다. 그러나 전원책 변호사의 빈자리에 어떤 인물이 들어오더라도 전 변호사가 예고했던 ‘강력한 물갈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한 고위직 당직자는 “애초 전원책 변호사를 영입할 때부터 당내에서는 ‘끝까지 가겠냐’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당 대표 격인 비대위원장과 조강특위 위원장도 아닌 외부 위원이 붙으면 누가 이길지는 예상할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쇄신은 의욕만 갖고 되는 게 아니라 조직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전 변호사는 조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전 변호사가 ‘본인과 말이 통하는’ 방송 패널 출신과 언론인들을 이끌고 들어온 데 대한 당내 불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진곤 위원과 전주혜 위원은 전 변호사와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을 같이한 사이이며, 강성주 위원은 TK(대구경북) 출신 언론인이다.

향후 조강특위는 김용태 위원장 등 당내 인사들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김용태 의원은 《월간조선》 12월호 인터뷰에서 “조강특위는 야당 의원으로서의 존재감과 전투력을 보겠다”며 위원장의 판단 역할을 강조했다.

전원책 변호사 해촉이 결정된 9일 조강특위 위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내대표 후보들 몸풀기

한편 전원책 변호사가 조강특위에서 해촉되면서 그동안 긴장하고 있던 당협위원장들은 한숨 돌린 상황에서 원내대표와 당 대표 경선 준비에 나서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은 12월 원내대표 경선,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경선을 치른다. 특히 12월 초중순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동안 조강특위를 의식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후보들이 조강특위의 혼란을 틈타 적극적으로 선거 준비에 나서고 있다. 또 차기 원내지도부는 내년 전당대회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만큼 원내대표직을 선점하려는 계파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군은 5명이다. 나경원·유기준 의원(이상 4선), 강석호·김영우·김학용 의원(이상 3선)이다. 이 중 김영우·김학용 의원은 복당파(바른정당에서 복당)이며 유기준 의원은 친박계로 분류된다. 강석호 의원은 비박계, 나 의원은 중립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크게 앞서가는 후보는 아직 보이지 않는 상태다. 복당파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과 가까운 김영우-강석호 의원이 연합하고 김무성 의원이 이를 지원해 강력한 후보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지만,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용태 사무총장 등 복당파 비박계가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친박계의 반격 가능성도 예상된다.

당권주자들 ‘세미나 정치’ 나서

당권주자들도 ‘전원책 사태’ 이후 적극적으로 활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 핵심인 김무성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열린토론, 미래’ 모임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참석한 15명의 의원은 대부분 비박계 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지지했던 사람들이다.

김무성 의원은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계파모임 여부 및 당권경쟁에 대한 질문을 받자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모임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경계를 넘어 우리 당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임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 중진 의원들도 같은 날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재건비상행동’의 ‘우파 대통합을 위한 1차 모임’에 참석했다.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심재철 정우택 김진태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참석했으며 친박계 원내대표 주자 후보인 유기준 의원이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비대위가 당을 혁신하기는커녕 당을 더 큰 수렁으로 빠뜨렸다며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했다. 정우택 의원은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아직까지 전열 정비도 못 하는 등 정치적 실책을 범했다고 본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또 “친박 비박이라는 말은 아직 구태를 못 벗어난 것”이라며 김무성 의원을 겨냥하기도 했다.

당무감사 흐지부지될까… 조기 전당대회설도

애초 전원책 변호사는 조직을 강력하게 정비한 후 내년 6~7월에 전당대회를 열자고 주장하다 비상대책위원회와 이견을 보이며 해촉됐고, 전 변호사 해촉으로 전당대회는 비대위 계획대로 내년 2월 열릴 전망이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조기전당대회까지 주장하고 있다.

내년 초 전당대회가 열린다고 가정할 때 조강특위는 늦어도 2개월 안에 전국 당협을 정비해야 한다. 이미 김병준 위원장은 당무감사위원회에 당무감사 일정을 당기라고 지시한 상태다. 애초 조강특위는 전국 253개 모든 당협에서 위원장 사퇴서를 받고 처음부터 새로 임명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전당대회 일정상 흐지부지될 수 있다. 기존 당협위원장에 대해 형식적인 감사만 실시하고 사고당협을 정비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한 중진급 의원은 “완전히 새로운 외부인사를 영입해 조직을 재정비한다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솔직히 전원책이라는 인물이 정치권에서 새롭지는 않았다”며 “말을 앞세우기보다 당이 쇄신하는 모습을 진지하게 보여줄 수 있는 조강특위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