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보수 세력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뉴미디어 시장에 더불어민주당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명분은 소통 강화, 트렌드 선도지만 사실상 보수진영이 접수한 유튜브 시장을 탈환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돼 있다. 여론이 실시간으로 형성되는 디지털 세계를 제패하지 못하면 20년, 50년 장기집권 계획도 허물어지기 쉬웠다. 사실 이명박 정권 때까지만 해도 '나는 꼼수다' 등 진보 성향의 각종 팟캐스트 방송으로 뉴미디어 여론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믿었던 그들이었다. 조갑제, 정규재, 황장수, 신혜식 등 보수진영 이론가들의 유튜브 시장 석권이 믿기 어려웠을 터다. 최근까지도 그 파워를 누르기 위해 '가짜뉴스 진원지'라는 프레임을 걸었지만 호응 세력이 드물었고 파급효과도 미미했다. 결국 유튜브 채널 개설이라는 '정공법'으로 진검승부를 해보겠다는 심산이다.

민주당은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 지하 1층에 스튜디오를 개설, 대국민 소통 강화를 명분으로 한 유튜브 채널 '씀'을 공개했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해 권칠승·윤호중·홍익표·이재정·박주민·김성환·김경협 의원 등이 남색 후드집업 차림으로 나타나 이날 오픈 행사를 진행했다.

채널명 '씀'은 '쓸모있다'·'쓰다'·'쓰이다' 등의 의미가 담긴 표현이다. 엄숙하고 진지한 기존 유튜브 방송의 틀에서 벗어나, 보다 젊고 왕성한 기운의 방송을 추구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스튜디오 온에어 버튼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 "씀 파이팅"을 외치며 행사를 시작했다. '씀'의 티저 영상부터 의원들과 당직자들의 오전 일상이 담긴 영상, 박주민·박경미·박정 의원 등이 출연한 '수능 응원 영상' 등이 공개됐다. 포털사이트에 달린 댓글에 이 대표와 당직자들이 대답하는 코너도 열렸다.

이해찬 대표는 "우리 유튜브는 진짜다. (옛날에) '진짜가 나타났다'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지 않나"라며 "우리 유튜브는 진짜만 다루고 진정성 있는 내용만 다루겠다. 그렇게 안하면 퇴출시키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여기(유튜브 채널에서)에 많은 의원과 당직자들이 와서 자기가 전할 메시지를 방송할 것이다. 모든 의원들이 자기 소신과 정책을 간명하고 재밌게 전달하는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이다.

"미디어가 다양해져서 많은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소통할 수단들이 개발됐다. 저도 대선 때 팟캐스트에 처음 나갔는데 많은 사람들이 다운로드를 받고, 유튜브에 (그를) 퍼나르는 것을 보고 소통의 방식이 정말 다양해졌구나를 느꼈다.

(...) (보수진영을 꺾기 위해 나선 것이냐는 지적에) 그런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정도와 우리를 비교하지 말아달라. 내용으로 보면 (그쪽에는) 우리가 안 봐야 할 내용이 있고, 우리 (콘텐츠는) 안 보면 손해인 것들을 싣는 것이기 때문에 전혀 비교대상이 아니다."

이 대표는 "어차피 우리는 노출된 대화를 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어항속에 산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기에 투명한 생활을 해야 된다"며 "(자유한국당에서) 전원책 전 조강특위 위원과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싸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민주당) 것도 잘 알리고, 유튜브를 통해 상대방의 흐름도 잘 짚어보는 쌍방향 소통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씀' 방송 첫날부터 이 대표가 KTX 안에서 땅콩을 먹는 모습을 '미공개 티저 영상'으로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는 영상을 보고선 "광주 갈 때구나"라고 말하며 살며시 웃었다. 이 대표가 최근 시청한 유튜브 영상 목록도 소개됐다. 전원책 전 한국당 조강특위 위원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 대표는 "(한국당이) 어떻게 싸우는지 들여다보려고 (봤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씀' 채널을 통해 2인1조 정치수다쇼 '2+1', 의원생활 관찰일지 '브이로그', '의원브리핑' 등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상들의 특징을 반영한 콘텐츠를 차례로 공개할 예정이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