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가 추문에 휩싸였다. 자유한국당은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경서 적십자 회장이 '황제 의전'을 받는 등 각종 비위를 저질렀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김순례 한국당 의원은 본인이 입수한 적십자 내부 자료를 근거로 박 회장이 기본 업무추진비 외에 별도의 활동비를 매월 받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이날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박 회장은 작년 9월부터 활동비 720만 원을 추가로 받아왔다.

적십자 회장직은 사실상 무보수 명예직으로 불려왔다. 봉급이 없는 대신 연 2,900만 원의 업무추진비, 의전 차량을 지원받는다.

박 회장은 "완전 근거 없는 잘못된 뉴스로, 저는 제 봉급이라며 은행으로 582만 원을 받는 것 외에는 전혀 돈을 받은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감장에선 박 회장의 성희롱 발언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박 회장은 지난 6월 팀장급 간담회에서 "여성 3명이 모인 것을 두 글자로 뭐라고 하는지 아느냐"며 여성의 가슴을 빗댄 농담으로 '성희롱' 지적을 받았다. 여야(與野) 모두, 특히 여성 의원들이 박 회장의 해당 발언을 집중 비판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회장직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김순례 의원은 "박 회장이 성희롱 사건을 인정했음에도 적십자사 내부에서 징계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며 "성희롱 사건 이후 후속 조치로 직원 대상 성희롱 예방 특별교육을 했다는데, 성희롱은 회장이 하고 교육은 직원이 받느냐"고 질타했다. 그의 지적이다.

"박 회장이 성희롱 발언 후 팀장들에게 사과 문자를 보내고, 답장을 안 보낸 사람들을 따로 불러 '언론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며 공포 분위기를 띄웠고, '분위기를 위해 농담했던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내부 제보를 받았다. 박 회장의 사과에 진정성이 매우 의심된다."

박 회장은 "성차별 발언은 어느 경우를 막론하고 그 발언이 누구에게든지, 한 사람에게라도 상처를 줬으면 공인으로서 즉각 사죄해야 한다"며 "그리고 '내가 소통을 위해서 한 언어가 성차별일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바로 즉각 사죄를 드렸다. 무조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여야 의원들은 박 회장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저도 성희롱 발언을 보고 굉장히 불쾌했다.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계속 말하고 토를 달기 때문에 진정성에 의심을 받는 것"이라며 "오늘 사과 내용도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질책에 대해 엄중히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김세연 한국당 의원은 "진정한 사과로 보이지 않는다. 사과 앞에 '그럴 의도가 없었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불쾌감을 느꼈다면'이라는 전제를 왜 붙이나"라며 "권위의식과 왜곡되고 삐뚤어진 의식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적십자사 회장으로 있는지 모르겠다"고 맹공했다. 박 회장은 "진정으로 사과드린다"고 답했다.

박 회장의 의전 차량 교체 문제도 논란을 일으켰다. 김순례 의원은 "(기존 의전 차량인) 제네시스 G80을 리스로 구입했다가 사무총장 등에게 '차가 작다' '내 의전에 맞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돌연 9개월 만에 위약금 300만 원을 물고 1억 원이 넘는 (업그레이드 버전인) EQ900으로 차량을 바꿨다는 의혹이 있다"고 쏘아붙였다. 박 회장은 "그게(EQ900) 뭔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순례 의원은 적십자 사무총장을 일으켜 세워, 현재 박 회장의 의전 차량 모델명이 EQ900임을 확인받았다. 박 회장은 "저는 자동차가 뭐가 뭔지도 모른다. 평생 차를 갖고 으스대며 살지 않았다"며 "사무총장이 답변할 것"이라고 부인했다.

박 회장은 "(그렇다면) 차량을 다시 바꿀 의향이 있는가"라는 김세연 의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해 논란을 다시 일으켰다.

"차량을 꼭 바꿔야 한다면 바꾸겠다. 그런데 꼭 바꿀 필요가 없다면 안 바꿀 것이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