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진정성 없이 교언(巧言)하는 황교안, 정상적 총리 아냐… 대선 나오면 민주당 거저먹기” : 월간조선

최근 정가에서 ‘총리대세론’이 돌고 있다. 전·현직 총리들이 차기 지도자로 거론된다. 과거 ‘2인자의 한계’로 대권 도전이나 공직 출마에서 쓴잔을 삼켜야 했던 총리들이 다시 주목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실제 진보-보수 진영 모두 차기 대권 후보 1위로 이낙연 총리, 황교안 전 총리를 지목하고 있다. 이 총리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부터 현재까지 차분하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선보였다. 황 전 총리도 ‘박근혜 탄핵정국’ 당시 대통령권한대행으로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었고, 최근에는 출판기념회를 열며 ‘대권 기지개’를 켰다. ‘성완종 게이트’에 연루돼 곤욕을 치렀던 이완구 전 총리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고 재기를 모색 중이다. 김황식·정운찬 전 총리도 최근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 수장으로 거론됐다.

‘강한 여당’을 주창하며 집권여당 대표로 집권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도 ‘장기집권’ ‘보수궤멸’을 주장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는 카리스마 리더십으로 당권을 장악했다. 실제 당 대표 경선 과정 도중 방송에 나와 진행자를 꾸짖고, 문재인 대통령을 “문 실장”으로 두 번씩이나 부르는 등 특유의 결기를 내보이기도 했다.

특히 이해찬·황교안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 시절 제1야당 의원과 법무부 장관으로, 선후배 총리 사이로 대면해 왔다. 이 전 총리의 정권 질타와 황 전 총리의 법치정신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부딪혔다. 그해 2월 2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선 이해찬 의원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앞에 두고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문제 삼았다. 당시 황 장관은 정부 측 대표자로 헌재에 나가 ‘통진당 해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의원은 “나는 통진당 이념과 강령에 동의하지 않지만, 해산 과정을 보면서 헌재가 이 나라를 정말 망친다고 생각했다”며 “의원직 박탈 권한은 입법부인 국회에 있는데, 헌재가 국회와 국민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석기 전 의원의 재판 결과가 나온 이후 결정을 해도 충분한데, 법무부가 바로 청구를 했고 헌재는 서둘러서 대법원 판결이 나기도 전에 정치적 결정을 해버렸다”고 정부를 질타했다.

2017년 3월 16일 오후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충남 아산시 경찰대학교에서 열린 2017년 경찰대학생 간부후보생 합동임용식에서 간부후보생들의 환호를 받으며 자리를 떠나고 있다. 사진=조선DB

이에 황 장관이 “충분히 법리를 검토해 결정한 것”이라고 대답하자, 이 의원은 “질문하지 않았다”고 소리를 질렀다. 이 의원은 재차 “질문하지 않았다”며 “내가 2년간 황 장관의 답변을 지켜봤는데 교언(巧言)일 뿐, 진심으로 답변하지 않는다. 진정성 없는 답변은 들을 가치가 없기 때문에 들어가라”고 쏘아붙였다.

이 의원은 이듬해 탄핵정국이 열리자 다시 황 총리를 조준했다. 이 의원은 11월 7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거의 유고상태와 마찬가지다. 1년 4개월 동안 대통령이 직접 나가야 하는 정상회담이 6개 이상 될 텐데 외교적으로 큰 문제”라며 “정부를 운영해 보면 총리가 대신 하는 정상회의가 있고 못 가는 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가야 하는 곳에 (총리 시절) 대신 갔더니 작은 나라만 상대해 주지 큰 나라는 총리급이라고 만나주지 않는다”며 “황교안 총리는 이미 이임식을 하려다가 취소해 정상적 총리가 아니다. 다자간 정상회의에서는 아무런 존재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황 총리의 대권 도전을 견제하기도 했다. 그는 작년 2월 6일 오후 ‘오마이TV-오연호의 대선열차’에 출연해 “황교안 총리는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 국무총리를 하청에 재하청을 주겠다는 것인데, 이건 나라 운영을 책임진다는 도리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황 총리가 대선에) 나온다고 해도 최근 10%대의 새누리당 지지율을 넘지 못할 것이다. 집안 망했다고 종자씨까지 파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며 “만약 (황 총리가 대선에) 나오면 민주당은 ‘거저먹기’하는 거다. (선거가)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황 총리가 대통령권한대행으로 활동하는 것에도 제동을 걸었다. 이 의원은 작년 2월 24일 황 총리가 시계와 명패 등에 ‘대통령권한대행’이라는 글자를 새겼다며 본인 SNS 계정에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2004년 6월 9일 이해찬 총리 지명자가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예방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선DB

“우리 헌법에 권한대행이라는 직함은 없다. ‘대통령이 궐위될 시에는 총리가 권한을 대행한다’로 되어 있다. 명패를 새겼던데.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 황...’ 위 줄은 빼야 한다. ‘국무총리 황교안 대통령 권한을 대행한다’ 이게 맞다.”

당시 총리실은 보도자료를 내고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라는 명칭은 공식 직함이며 공문서, 훈·포장 증서, 임명장, 외교문서 등에 사용되고 있다. 또한 각종 중요 행사 경조사 시 화환·조화·축전 등에도 동일 직함을 사용한다”고 이 의원의 지적을 일축했다.

최근에도 이 의원은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의혹과 관련, 황 전 총리가 개입돼있을 수 있다는 식으로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 의원은 지난 7월 2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계엄 문건 작성·계획 면에서) 상당히 고위층이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때 권한이 정지돼 있었다. (황교안) 권한대행이라든가 (김관진) 안보실장이라든가 이런 분들까지 관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