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향민은 방북해도 되고 탈북민은 방북하면 안 된다? : 월간조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5일 북한 출신 <조선일보> 기자를 남북회담 취재에서 배제시켰다. 남북 고위급회담의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한 판단이라는 이유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한정된 공간에서 고위급회담이 열리는데 언론을 제한한다기보다는 그런 특수한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백 대변인은 ‘특수한 상황’이 신변안전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했다.

백 대변인은 ‘북한이 이의를 제기한 것이냐’는 질문에는“북한의 이의제기는 없었고 자체적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만 했다. 백 대변인의 주장대로라면 북한이 이의제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통일부가 알아서 출입 기자의 취재활동을 방해한 셈이다.

특히 통일부는 이번 사태가 ‘현 남북관계의 종합적인 상황·특수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남북한이 처한 상황에서 남북관계 상황에서 북한 출신 기자의 등장으로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통일부의 논리라면 실향민의 아들인 문재인 대통령과 조명균 장관도 북한에 올라가선 안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에서 실향민들을 김일성 사회주의 조선을 버리고 도망간 배신자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북한 입장에선 실향민이나 탈북민은 똑같은 배신자다. 실향민은 6.25전쟁 당시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공산주의 혁명에서 이탈한 사람들이고, 탈북민은 90년대 후반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자 북한을 탈출한 반동이라고 북측은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이런 이유로 실향·탈북민 모두에게 '빨간딱지'를 붙여놓고 있다.

대통령·장관을 기자랑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있다. 그러나 모두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러 가는 것이다. 대통령이나 장관 모두 북한과 평화를 시대를 열고자 일하고 기자는 그런 성과를 국민에게 알리는 사람이다. 만약 기자들이 취재를 거부한다면 아무리 좋은 성과를 이룩하더라도 제대로 된 홍보를 하는 데 무리가 있을 것이다.

사실은 기자도 북한 출신이다. 기사가 나오고 여러 통의 전화와 문자가 왔다. 다들 놀란 눈치였다. 한 지인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생기는지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특히 탈북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통일부가 탈북자라는 이유로 특정 기자의 활동을 제약하는 건 부처(部處)의 역할에 반(反)한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글=정광성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