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 사진=조선DB
이명박 전 대통령 1심 재판에 이어 박근혜 정부 시절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를 주도한 혐의를 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부 장관에 대한 재판도 이뤄졌다.
반면 지난 2월 국정농단 사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수감됐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35일 만에 석방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병철)는 5일 김 전 실장 등 9명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선고 공판에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전 실장 등은 2014년 2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전경련을 상대로 어버이연합 등 21개 보수단체에 총 23억 8900여만 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 전 장관 등은 2015년 1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31개 단체에 35억여 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2014년 9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국정원 특활비 총 45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은 최초로 자금 지원 방안을 마련하게 하고 구체적 단체명과 지원 금액이 적힌 목록을 보고받아 실행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 전 장관에 대해서는 “정무수석으로 취임하며 전경련 자금지원 목록을 인수인계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라며 “필요시 보수단체를 활용하는 기본적 구조를 인식하고 구체적으로 보고받고 승인, 지시한 걸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에게 적용된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1일 김 전 실장에게 징역 4년, 조 전 장관에게 징역 6년·벌금 1억 원·추징금 4500만 원을 구형한 바 있다.
같은 날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롯데는 이로써 약 8개월 만에 그룹 총수 공백 사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는 신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 경영비리 사건 1심에선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올 2월 국정농단 사건에서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다른 대기업과 달리 롯데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K스포츠재단 후원금(70억 원)을 별도 기부했다가 돌려받은 사실을 놓고 법원이 검찰 주장대로 뇌물죄 혐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신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간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면서도 신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먼저 적극적으로 금액을 지원할 것을 요구했고 피고인은 이에 수동적으로 요구했다”며 “대통령의 요구에 불응하면 기업활동 전반에 따른 직간접적 불이익이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고 판단했다. 또 “롯데의 K스포츠재단 지원금이 국가적 권력을 갖는 대통령에 의해 강요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검찰이 주장한 뇌물 공여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신 회장을 ‘강요형 뇌물’의 피해자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뇌물 공여 혐의를 벗었을 뿐 아니라 2015년 롯데 경영비리 사건 역시 유리한 판결이 내려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그대로 500억 원대 횡령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한편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큰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 명예회장의 동거인 서미경씨 등 사주 일가에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넘긴 혐의(배임)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가 인정됐다.
글=정광성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