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엘리트 해커, "김정은은 우릴 노예처럼 부려먹었다" : 월간조선

북한이 지난 4년간 미국·멕시코·브라질·러시아·베트남 등 최소 11개국의 주요 금융기관과 NGO(비정부기구)를 해킹, 약 1조 2300억 원(11억 달러)어치 외화 탈취를 시도해 수억 달러를 북한으로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10월 3일 보안 기업 파이어아이의 샌드라 조이스 부사장에 따르면 북한 해커 조직은 'APT(Advanced Persistent Threat·지능형 지속 보안 위협)38'이라 불린다.

보안업계는 이름을 밝히지 않는 해커 조직을 발견하면 이렇게 APT38과 숫자로 이름을 붙인다. APT33(이란에 거점을 둔 해커 조직), ATP29(러시아 조직)와 같은 식이다. APT는 장기간에 걸쳐 타깃을 분석·공격하는 치밀한 해킹 수법을 일컫는다.

이들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2013년 3월) 이후 약 1년 뒤인 2014년 2월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수사국(FBI)을 비롯한 각국 정보·수사기관은 이미 APT38의 존재를 확인하고 파이어아이와 함께 이들의 활동을 추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언론에 따르면 북한의 해커부대는 규모 면에서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북한은 이들을 정찰총국 산하에 두고 사이버 테러 전담부대로 운영하고 있다.

북한은 1990년대 들어 사이버 테러를 미래전과 도발의 핵심 전략으로 인식, 해커 양성에 힘을 기울였다. 2000년대 들어서는 김일성군사대학(옛 미림대학)을 통해 매년 수백 명의 해커를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북한은 '사이버 테러'와 '불법 외화벌이'의 핵심인 해커, 즉 IT요원을 노예처럼 부려먹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중학생 때부터 IT 요원(사이버 테러) 양성을 시작한다. 그 중심은 북한 전역에 있는 영재 교육기관인 ‘제1중학교’다. 김정일은 1985년 각 시·군 구역 단위마다 제1중학교를 신설했다. 이 중 최고는 ‘평양 제1중학교(우리의 중·고교 통합 과정)’라고 한다. 제1중학교는 소학교(초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시험을 통해 선발하는데 평양 제1중학교의 경우 항일 투사나 6·25 참전 군 장성 자손, 중앙당과 중앙 부처 고위직 자녀, 평양시 갑부 자녀가 주로 다녀 ‘귀족 학교’로 꼽힌다. 하지만 집안 배경과 상관없이 전국에서 실력으로만 뽑히는 이들도 있는데, 주로 수학·과학 성적 우수자다.

A씨는 후자였다. ‘금수저’는 아니지만, 성적 우수로 김책공대에 진학한 A씨는 졸업 후인 2015년 중국 베이징 소재 ‘조선○○○ 기술회사’에 파견됐다. 그의 임무는 애플의 아이폰용 앱 개발이었다. 그는 노예처럼 일했다. 예닐곱 명의 동료와 함께 잠자는 4시간을 제외하고 18시간 넘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한 것이다.

그의 이야기다.

"장시간 노동으로 월 2000~5000달러를 벌었지만, 생활비 10% 정도만 수령하고 나머지는 모두 상납했다."

A씨 같은 해커, IT 전문가를 관리하는 조장은 실적 우수자에겐 현금을 지급하고 부진자는 북한으로 소환시키는 방식으로 경쟁을 유도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사정 당국 관계자는 “조장은 조원이 벌어들인 돈에서 운영비 등을 뺀 뒤 평양에 현금으로 상납했다”며 “금융 제재 때문에 상납에는 외교행낭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당의 상납금 독촉이 심해지자 A씨는 귀순을 결심했다. 2016년 4월 22일 사무실을 탈출해 4월 28일 국정원에 귀순을 요청했다. 국정원은 해외 안가에서 그를 보호하다 6월 10일 국내에 입국 조치했다.

A씨는 “중국 단둥과 선양, 옌지 일대를 중심으로 러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무대로 1500여 명의 자신과 같은 북한 정보기술(IT) 전문가가 활동하면서 외화벌이를 한다”고 증언했다.

이런 식의 외화벌이는 2010년경 인도에 체류하던 북한 연수생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고수익을 낸 것을 계기로 “IT 분야가 돈이 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본격화됐다.

이런 해외 파견 IT 전문가들은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난 다양한 해킹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