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조선DB
문재인 정부 들어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기이한 논리가 판을 치고 있다.
2014년 11월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던 최민희 전 의원은 "조달청으로부터 받은 '대통령 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물품 취득원장'에 따르면 청와대는 2013년 3월부터 2014년 6월까지 1억 2000만 원 상당의 헬스장비를 구입했으며 이 중 8800만 원어치가 대통령 집무실과 부속실이 있는 본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장비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최 의원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박근혜 청와대는 H사의 669만 원짜리 침대를 산 뒤 식별명과 식별번호를 부여할 때는 이보다 싼 A사 침대를 구입한 것으로 기재했다.
545만 원 책상, 213만 원 서랍장도 마찬가지로 실제 산 제품과 서류에 등록한 제품이 달랐다. 2013년 3월 구입한 190만 원대 장식장은 서류에 50만 원대로 등록했고, 180만 원대 의자는 40만 원짜리 의자로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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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2월 16일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긴급 현안 질문에서 청와대 제2부속실이 시계형 캠코더를 사들인 사실을 지적하며 “몰래 카메라를 왜 구입하느냐”고 했다. 사진=조선DB |
청와대가 구입해 논란이 됐던 '몰카형 손목시계'는 청와대 서류상에는 34만 원과 20만 원짜리 일반 손목시계로 나와 있다. 청와대는 U사가 만든 휴지통과 화장지함(函) 4개를 구입하면서 식별명에는 쓰레기통 등으로 표기했다. 가격은 한 개에 90만 2000원이었다. 청와대가 2012년 12월부터 2013년 9월까지 자체 구입한 물품의 62%인 779개가 이렇게 실제 물건과 서류에 등록하는 식별명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청와대 측은 "새로 구입한 물품의 식별번호가 없어 임시로 비슷한 물품의 식별번호를 붙였다"며 "그 과정에서 실제 제품과 장부상 가격이 안 맞는 경우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최 전 의원은 "식별명이 없는 물품을 살 때는 조달청장에게 식별명을 미리 부여받아야 한다"며 "청와대가 법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최 전 의원의 폭로로 청와대가 구입한 물품 목록은 큰 논란이 됐다. 특히 고가의 헬스기구 구입은 국민적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당시 최 전 의원 등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청와대를 상대로 더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대통령께서 사용하는 생활용품이나 음식재료, 운동기구 등은 대통령의 안위와 관계되고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사항"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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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월 9일 청와대 문건 유출 관련 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민희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이에 2014년 11월 7일 지금 민주당 공보실은 이 같은 내용의 논평을 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대통령께서 사용하는 생활용품이나 음식재료, 운동기구 등은 대통령의 안위와 관계되고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사항”이라고 한 메모 내용까지 공개되어서 국민이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청와대의 계속되는 잘못된 대응이 오히려 대통령의 행적과 일상에 대한 국민의 관심만 더욱더 부추긴다는 사실을 도대체 왜 모르는 지 알 수가 없다. 대통령의 안위와 관계되고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라고까지 강조하니 이제부터라도 대통령의 안위, 그리고 청와대 안보와 관계된 사업들은 국방부 방위사업 예산에서 집행하라고 조언 드린다. 하지만 국가 안보 사업으로까지 대접받고 있는 대통령의 헬스기구에 대해서도 방산비리를 언급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2018년 9월 29일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은 지난해 5월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청와대가 1년간 TV, 차량, 컴퓨터 등을 구매하기 위하여 총 24억 5400만 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이 대통령비서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 11일까지 TV, 차량, 컴퓨터, 냉난방기, 복사기, 선풍기 등의 기기를 구매하기 위하여 총 24억 5400만 원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유형별로 보면 ‘컴퓨터·복사기·프린트 등 사무용기기’ 구매비용이 9억 6500만 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냉난방기·공기조화기 등 산업기계’(8억 원), ‘차량·부속품 등’(3억 3100만 원), ‘무선데이터통신장비 등 전기통신기기’(1억 2300만 원), ‘TV·선풍기 등 기타잡기기’(7100만 원), ‘책상·의자 등 사무용집기’(6400만 원), ‘카메라 등’(5600만 원), ‘잔디청소기·주유기’(4400만 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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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뉴시스 |
홍 의원은 청와대에 각 구매물품의 구체적 가격 및 수량, 계약방식, 구매목적, 구매처 등의 자료를 요청했다. 과거처럼 청와대가 고가(高價)의 물건을 산 뒤 서류에는 이보다 싼 다른 물건을 산 것으로 등록·관리해 온 것이 아닌가 확인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의 요청에 청와대는 세부내역의 경우 “대통령 경호·안전 및 청와대 보안관리 등 중요한 보안 사항에 해당하므로 제출이 불가하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4년 전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대통령이 사용하는 물품은 국가 안위,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항이라고 했던 박근혜 청와대에 국민이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며 비꼬았다.
컴퓨터, 복사기의 구체적 가격 및 수량을 밝혀달라고 한 홍 의원의 요청에 문재인 청와대는 대통령의 경호, 안전을 이야기했다.
현재 여당인 민주당은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