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권분립 파탄? 양승태 前 대법원장 압수수색... 헌정 사상 최초 : 월간조선

전직 대법원장이 압수수색을 받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태가 벌어졌다. 검찰은 9월 3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차량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30일 오전 양 전 대법원장이 소유한 차량과 박병대 전 대법관의 사무실, 고영한 전 대법관의 주거지, 차한성 전 대법관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9월 30일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들이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경기 성남시의 양 전 대법원장 집을 방문했다가 나오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이들은 현직 시절 대법원과 법원행정처가 연루된 각종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이를 보고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포함해 재판거래 의혹 관계자들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수차례 청구했으나 기각됐고, 검찰은 법원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한다며 반발해 왔다.

이번에도 양 전 대법원장 자택과 차량 모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차량에 대해서만 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주거의 안정을 해칠 만큼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재임 시절 권한을 남용해 정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건 처리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사법농단에 깊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차한성·박병대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 지연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 시절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주관한 공관 회의에 참석해 재판과 관련한 논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영한 전 대법관의 경우 부산 스폰서 판사 의혹과 관련해 재판에 개입하고 헌법재판소를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해 언론사에 건네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법조계에서는 헌정 사상 초유의 전 대법원장 압수수색이 헌정사에 나쁜 선례를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적폐청산을 빌미로 행정부가 사법부를 장악하려 해 삼권분립의 파탄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법원장 등 사법부를 짜맞추기 수사의 희생양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