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DB, TV조선 캡처
'친(親)전교조' 성향의 교육감들이 대표 집필한 중·고교 역사 보조 교재에 북한의 군사 도발 내용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서적은 명칭만 '보조 교재'일 뿐, 현재 학교에서 사용하는 검정 한국사 교과서와 구성이 거의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재에는 대한민국이 UN으로부터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이 빠져 있다. '자유민주주의' 표현도 없다. 고교 보조 교재는 '6·25 남침'을 명시했지만, 중학교 교재에는 이 내용이 빠졌다. 중학교 교재는 '연평도 포격 사건'을 언급했으나, 고교 교재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을 다 뺐다. '북한의 군사 도발사(史)'만 통째로 들어낸 셈이다.
중·고교 교재 모두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미국 등 자유 우방국의 한국전쟁 참전 공로, 전쟁을 극복하기 위한 한국의 노력 대신 '각종 양민 학살 사건'만을 다뤘다.
이 교재는 북한의 도발과 침략 내용을 빼면서, 지난 보수 정권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혹평했다.
1. 이명박 정부: "2008년 촛불 집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추진하다가 일어난 사건이었다. 많은 국민과 전문가들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였다. 환경문제는 물론 막대한 국가 예산이 낭비됐다."
2. 박근혜 정부: "세월호 사건으로 (…) 시민들은 '이게 나라냐?'며 분노하였다. 거대한 촛불의 물결은 지금도 한국 정치를 바꾸어 나가고 있다."
'천안함 폭침' 삭제된 역사 교재... 김영철의 농담 빙자한 '조소'
최근 한미북(韓美北) 연쇄정상회담 등으로 '대북 유화 국면'이 조성됨에 따라 사회적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는 걸까. 누구의 심기, 누구의 눈치를 살피기에 북한의 각종 도발 사실을 '불편한 진실'로 치부하고 묻어두기로 한 것일까.
역사 보조 교재서 빠진 '천안함 폭침'의 주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백두산 천지를 방문한 것에 대해 이렇게 미화했다.
"최근 천지에서 대형 제삿상이 발견됐다. 그게 옛날에 왕들이 나라의 국태민안을 빌 때 사용하던 제삿상이다. 예전부터 (조상들이) 천지에 올라와서 제사를 지냈던 증거물이다. 오늘 두 분 정상이 같이 올라오셨으니, 백두산 신령께 조국의 미래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긴 것이다."
이랬던 김영철은 앞서 4월 2일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장에서 한국 기자단을 만나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입니다."
'천안함 폭침' 사건을 농담의 수단으로 삼고, 마치 음모론이라도 되는 양 말한 것이었다. 2010년 당시 김영철은 북한의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인민군 정찰총국장으로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수괴였다. 46명 국군 장병의 목숨을 앗아간 주범이었다. 그런 자에게 우리는 '찬사와 조롱'을 듣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김영철이) 대한민국을 능멸했는데 청와대와 국방부, 통일부는 (이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한다"며 "정부의 이런 행태를 보면서 어이가 없어서 제가 할 말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반성하라"고 지적했다.
지난겨울, 김영철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차 방한할 당시 '천안함46용사' 유족회 유가족 60여 명은 서울 광화문에 모여 이를 수용한 정부를 규탄했다. 유족들은 성명에서 "(김영철은) 2010년 당시 정찰총국장으로서 3월 26일 천안함을 폭침해 승조원 46명을 숨지게 하고 연평도 포격 도발을 진두지휘한 장본인"이라고 밝혔다.
천안함 용사 유족들은 문재인 정부에 ▲김영철 방한 수용 불가 ▲문 대통령이 김영철 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즉각 철회할 것 ▲북한은 폭침 만행을 인정하고 유족과 국민에 사죄할 것 ▲정부는 유가족과 생존 장병·국민에 두 번 다시 고통을 주지 말 것을 촉구했다. 유족들의 바람은 실현되지 못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기사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한국과 미국이, 천안함 폭침 주범(主犯)으로 규정, 제재 명단에 올린 김영철을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여하도록 허용하고 그를 상대로 한반도 평화를 논의하며 국방부, 국정원, 통일부에 김영철이 주범이 아니라는 허위보고를 국민들에게 하도록 한 행위: 헌법 66조(영토의 보전), 헌법 69조(국가 보위), 헌법 7조(공무원의 정치중립 보장) 위반이다.>
'천안함 폭침'을 해석하는 文 대통령의 두 가지 인식
문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 사태가 발발했던 그해, 2010년 5월 17일 자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천안함 폭침은) 미스터리입니다. 다만 정부가 정확한 물증이나 과학적 검증 없이 북한의 소행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습니다. 북한이 한·미합동훈련기간 중에, 그처럼 깊숙이 침투해, 감쪽같이 공격한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쉬 믿기지 않습니다. 만약 근거가 박약한데도 어설프게 발표하면 국제사회의 불신을 살 수도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연평도 포격 사태가 일어난 직후인 같은 해 12월 27일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정부 기간 동안에는 북한과의 충돌이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제 통일이 언제 될지 몰라도 평화만큼은 안심해도 되겠다는 단계에 온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불과 2~3년 만에 이 모든 것을 홀랑 다 까먹었다. 눈물 나는 상황이다."
이랬던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들어 제1야당(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되자 다시 논조를 바꿔 입장 정리를 한다. 당시 문 대표는 천안함 폭침 5주기를 하루 앞둔 2015년 3월 25일 "천안함 폭침 때 북한 잠수정이 감쪽 같이 몰래 들어와서 천안함 공격 후 북한으로 도주했다"며 "남북 평화와 신뢰를 깨뜨리는 어떤 군사적 위협 도발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북한에 경고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대북 인식은 이제 어느 쪽으로 확고해졌을까.
이 교재에는 대한민국이 UN으로부터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이 빠져 있다. '자유민주주의' 표현도 없다. 고교 보조 교재는 '6·25 남침'을 명시했지만, 중학교 교재에는 이 내용이 빠졌다. 중학교 교재는 '연평도 포격 사건'을 언급했으나, 고교 교재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을 다 뺐다. '북한의 군사 도발사(史)'만 통째로 들어낸 셈이다.
중·고교 교재 모두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미국 등 자유 우방국의 한국전쟁 참전 공로, 전쟁을 극복하기 위한 한국의 노력 대신 '각종 양민 학살 사건'만을 다뤘다.
이 교재는 북한의 도발과 침략 내용을 빼면서, 지난 보수 정권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혹평했다.
1. 이명박 정부: "2008년 촛불 집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추진하다가 일어난 사건이었다. 많은 국민과 전문가들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였다. 환경문제는 물론 막대한 국가 예산이 낭비됐다."
2. 박근혜 정부: "세월호 사건으로 (…) 시민들은 '이게 나라냐?'며 분노하였다. 거대한 촛불의 물결은 지금도 한국 정치를 바꾸어 나가고 있다."
'천안함 폭침' 삭제된 역사 교재... 김영철의 농담 빙자한 '조소'
최근 한미북(韓美北) 연쇄정상회담 등으로 '대북 유화 국면'이 조성됨에 따라 사회적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는 걸까. 누구의 심기, 누구의 눈치를 살피기에 북한의 각종 도발 사실을 '불편한 진실'로 치부하고 묻어두기로 한 것일까.
역사 보조 교재서 빠진 '천안함 폭침'의 주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백두산 천지를 방문한 것에 대해 이렇게 미화했다.
"최근 천지에서 대형 제삿상이 발견됐다. 그게 옛날에 왕들이 나라의 국태민안을 빌 때 사용하던 제삿상이다. 예전부터 (조상들이) 천지에 올라와서 제사를 지냈던 증거물이다. 오늘 두 분 정상이 같이 올라오셨으니, 백두산 신령께 조국의 미래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긴 것이다."
이랬던 김영철은 앞서 4월 2일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장에서 한국 기자단을 만나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입니다."
'천안함 폭침' 사건을 농담의 수단으로 삼고, 마치 음모론이라도 되는 양 말한 것이었다. 2010년 당시 김영철은 북한의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인민군 정찰총국장으로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수괴였다. 46명 국군 장병의 목숨을 앗아간 주범이었다. 그런 자에게 우리는 '찬사와 조롱'을 듣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김영철이) 대한민국을 능멸했는데 청와대와 국방부, 통일부는 (이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한다"며 "정부의 이런 행태를 보면서 어이가 없어서 제가 할 말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반성하라"고 지적했다.
지난겨울, 김영철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차 방한할 당시 '천안함46용사' 유족회 유가족 60여 명은 서울 광화문에 모여 이를 수용한 정부를 규탄했다. 유족들은 성명에서 "(김영철은) 2010년 당시 정찰총국장으로서 3월 26일 천안함을 폭침해 승조원 46명을 숨지게 하고 연평도 포격 도발을 진두지휘한 장본인"이라고 밝혔다.
천안함 용사 유족들은 문재인 정부에 ▲김영철 방한 수용 불가 ▲문 대통령이 김영철 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즉각 철회할 것 ▲북한은 폭침 만행을 인정하고 유족과 국민에 사죄할 것 ▲정부는 유가족과 생존 장병·국민에 두 번 다시 고통을 주지 말 것을 촉구했다. 유족들의 바람은 실현되지 못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기사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한국과 미국이, 천안함 폭침 주범(主犯)으로 규정, 제재 명단에 올린 김영철을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여하도록 허용하고 그를 상대로 한반도 평화를 논의하며 국방부, 국정원, 통일부에 김영철이 주범이 아니라는 허위보고를 국민들에게 하도록 한 행위: 헌법 66조(영토의 보전), 헌법 69조(국가 보위), 헌법 7조(공무원의 정치중립 보장) 위반이다.>
'천안함 폭침'을 해석하는 文 대통령의 두 가지 인식
문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 사태가 발발했던 그해, 2010년 5월 17일 자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천안함 폭침은) 미스터리입니다. 다만 정부가 정확한 물증이나 과학적 검증 없이 북한의 소행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습니다. 북한이 한·미합동훈련기간 중에, 그처럼 깊숙이 침투해, 감쪽같이 공격한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쉬 믿기지 않습니다. 만약 근거가 박약한데도 어설프게 발표하면 국제사회의 불신을 살 수도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연평도 포격 사태가 일어난 직후인 같은 해 12월 27일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정부 기간 동안에는 북한과의 충돌이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제 통일이 언제 될지 몰라도 평화만큼은 안심해도 되겠다는 단계에 온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불과 2~3년 만에 이 모든 것을 홀랑 다 까먹었다. 눈물 나는 상황이다."
이랬던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들어 제1야당(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되자 다시 논조를 바꿔 입장 정리를 한다. 당시 문 대표는 천안함 폭침 5주기를 하루 앞둔 2015년 3월 25일 "천안함 폭침 때 북한 잠수정이 감쪽 같이 몰래 들어와서 천안함 공격 후 북한으로 도주했다"며 "남북 평화와 신뢰를 깨뜨리는 어떤 군사적 위협 도발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북한에 경고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대북 인식은 이제 어느 쪽으로 확고해졌을까.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문재인 정부는 피로써 지켜온 서북도서 북방한계선(NLL)의 해병대 장병 전력을 한순간에 무력화시키고도 평화 안보만 외쳐대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며 "장병들이 목숨으로, 피로 지켜온 NLL인데,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피폭 사태가 무색할 정도로 문재인 정부는 NLL을 일순간에 놓아버렸다"고 비판했다. 이번 평양회담에서 남북이 합의한 '해상 군사행위 중단구역 설정'으로 인해 사실상 NLL이 무력화됐다는 지적이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