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제기한 ‘640만 달러 수수 의혹’이란? : 월간조선

‘검찰의 심재철 의원실 압수수색' 규탄 대회를 연 자유한국당이 대회 중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의 ‘640만 달러 수수 의혹’을 거론해 관심이 쏠린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근 청와대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의혹을 제기한 심재철 한국당 의원실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인 검찰을 규탄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권양숙 여사의 640만 불 불법자금 수수 의혹은 왜 수사하지 않는가”라면서 검찰 수사의 형평성을 따졌다.

2009년 4~5월 정국을 강타한 '640만 불 수수 의혹 사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의 단초를 제공했다. '논두렁에 버린 피아제 시계' 운운됐던 바로 그 사건이다. 한국당은 이 사건을 언급하면서 권양숙 여사만을 지칭했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노 전 대통령 일가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 당시 권 여사뿐 아니라, 노 전 대통령 부부의 두 자녀와 조카사위까지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2009년 6월 노 전 대통령 자살 직후, 검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 발표문을 정리하면 박연차 회장은 노 전 대통령 일가에 총 640만 달러를 건넨 것으로 확인된다.

그래픽=조선DB

2007년 6월 청와대 관저에서 권양숙 여사에게 100만 달러를 건넨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뉴욕 맨해튼 부동산 업자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에게 40만 달러가, 2008년 2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에게 500만 달러의 일부가 전달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때 박 회장의 홍콩 계좌가 송금 창구로 이용됐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검찰에 보낸 이메일에서 ‘(권 여사가 받은) 100만 달러 중 40만 달러는 자녀들에게 송금한 것이 맞고 한국에 들어왔을 때도 조금씩 건네 모두 60만∼70만 달러를 자녀들에게 줬으며 나머지는 채무변제에 썼다’는 취지로 돈의 용처에 대해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100만 달러 외에 추가로, 적게는 20만 달러에서 많게는 40만 달러의 돈이 두 자녀에게 유입됐다고 봤다. 노 전 대통령 측은 '100만 달러 외에 추가 수수는 없었다'는 요지의 반박을 했다.

이와 별개로 정연씨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송금 받은 40만 달러는 미국의 주택 구입 자금으로 쓰였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2007년 9월 정○○ 당시 청와대 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에게 “정연씨 집 살 돈이 필요하다”면서 미국 부동산 업자의 계좌번호를 가르쳐 줬고, 박 회장은 홍콩법인 APC 계좌에서 40만 달러를 송금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정연씨 부부를 소환조사해 이 돈 중 일부가 뉴욕의 주택 계약금으로 쓰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월간조선>은 2012년 2월호와 4월호 두 번에 걸쳐 정연씨와 '13억 돈상자'에 얽힌 미스터리를 추적·보도하기도 했었다.

13억 돈상자 미스터리를 보도한 <월간조선> 보도의 일부.

500만 달러도 관심거리였다. 당초 연철호씨는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은 500만 달러가 ‘투자금’이라며 뇌물이 아니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문제의 500만 달러에 건호씨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500만 달러 중 250만 달러를 건호씨 본인이 대주주인 ‘엘리쉬&파트너스’로 가져왔다고 했다. 또 미국에 있는 P사 등을 통해 우회 투자하는 방식으로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오르고스’와 외삼촌 권○○씨가 연관된 회사에 각각 수억 원씩 투자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개발한 인맥관리 프로그램인 ‘노하우 2000’이 담긴 노트북이 대통령 관저에서 오르고스사로 보내졌다가 다시 대통령 관저로 되돌아간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이 500만 달러의 실체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이러한 혐의를 검찰이 확인했음에도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바람에 사건은 내사종결(공소권 없음)되고 말았다. 사실상 '영구미제'로 남은 셈이다. (하단에 당시 검찰 발표문 중 일부 게재)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Ⅴ. 노무현 前 대통령 뇌물수수의혹 사건

1. 혐의 요지
○ 노무현 前 대통령 : 2006. 9.~2008. 2. 박연차로부터 4회에 걸쳐 미화 합계 640만 달러 등 뇌물수수
○ 박연차 : 위와 같이 뇌물공여

2. 수사 진행 경과
○ 2008. 12. 중순 홍콩 계좌의 송금지시서 및 박연차 진술에 의해 노건호, 연철호의 500만 달러 수수 단서 포착, 관련 계좌 확인을 위한 형사사법 공조요청
○ 2009. 2. 미화 환전 자료 및 관련자 진술 등에 의해 100만 달러 수수 단서 포착
○ 2009. 3. 중순~4. 초순 형사사법 공조요청 회신 도착 및 분석, 연철호가 500만 달러 수수 계좌의 개설자임을 확인
○ 2009. 4. 7. 노무현 前 대통령, 정○○ 체포 직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권양숙 여사의 100만 달러 수수 사실 및 연철호의 500만 달러 수수 사실 시인
○ 2009. 4. 10.~4. 26. 연철호, 노건호 및 동업자 정○○, 정○○ 등 상대로 600만 달러의 수수 주체, 성격, 자금 사용처 등 조사
○ 2009. 4. 11. 권양숙 여사 소환 조사
○ 2009. 4. 30. 노무현 前 대통령 소환 조사
※ 노 前 대통령, 돈의 사용처에 대한 진술서 제출 의사를 밝히고 청와대 내의 통화내역 보관 여부 확인 요청
○ 2009. 5. 7. 권양숙 여사, 100만 달러 사용처 관련 진술서 제출
○ 2009. 5. 9.~5. 11. 국제공조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박연차가 노정연에게 40만 달러 송금 사실 확인
○ 2009. 5. 12. 청와대 경호처, 보존기간 경과로 노 前 대통령이 요청한 통화내역 확인 불가 회신
○ 2009. 5. 10.~5. 18. 미국 주택 계약내용, 대금 지급 여부 등 조사
○ 2009. 5. 20. 미국 및 홍콩에 미국 주택 계약 관련 형사사법공조요청

3. 처리결과
○ 노무현 前 대통령에 대하여는 내사종결(공소권 없음) 처분

【노 前 대통령 및 가족들에 대한 저인망식 수사 주장에 대하여】
○ 수사진행경과에 기재된 바와 같이 박연차의 진술과 송금․환전 자료, 계좌추적 결과 등에 의해, 노 前 대통령의 가족들이 박연차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등 본건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증거가 드러나 그 수수 및 사용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소환 조사하였음
○ 조사 내용 또한 박연차와 관련된 금품수수에 한정하여, 혐의 유무 확인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조사하였음
○ 다만, 노건호, 연철호 등 일부 관련자의 경우 객관적인 증거 및 다른 참고인들의 진술과 상반된 주장을 하면서 진술을 계속 번복하여 조사 횟수가 많아진 것임

【신병결정 지연 주장에 대하여】
○ 노 前 대통령이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돈의 사용처에 관한 소명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고, 청와대 경호처 등에 대한 통화내역 등의 확인을 요청하여 검찰은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음
○ 또한 소환 조사 후 박연차가 주택구입자금으로 40만 달러를 송금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 이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하였음
○ 노 前 대통령에 대한 신병 결정은 위와 같이 기존 혐의에 대한 보완수사와 새로운 혐의에 대한 추가수사가 종료된 후 결정하는 것이 수사원칙에 부합함

【노 前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보복․표적 수사 주장에 대하여】
○ 검찰은 국세청의 고발에 따라 수사하였고, 그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들의 불법자금 수수 단서가 발견되어 소속 정당, 지위 고하에 관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였음
○ 이번 수사는 박연차의 불법 금품 제공에 대한 수사로서, 박연차와 관련된 금품수수 범위 내에서만 수사를 진행하였음

【노 前 대통령 조사시 예우】
○ 검찰은 노 前 대통령의 소환에 앞서 조사 일시, 이동 방법 등에 관하여 변호인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쳤고, 조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사전에 서면 조사를 하였으며, 경호상의 안전 등을 고려하여 헬기 이동도 권유한 바 있음
○ 검찰 조사 시에도 시종 변호인이 입회하였으며,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등 전직 국가원수로서의 예우에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였음
○ 노 前 대통령이 혐의 사실을 부인함에 따라, 공여자인 박연차 회장과의 대질 조사가 필요하였으나, 노 前 대통령 측의 의사를 존중하여 대질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음
※ 권양숙 여사 또한 노 前 대통령 측과 협의하여 봉하마을과 가까운 부산지검에서 변호인의 참여하에 비공개로 조사한 바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