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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KBS적폐청산위원회(진실과미래위원회) 활동에 제동

"조사불응자 등에 대한 징계 규정은 근로기준법 위반"... 진미위규정 효력-활동 정지 가처분 받아들여, 각종 적폐청산위 활동에도 영향 줄 듯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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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KBS와 MBC, 국방부, 국가정보원, 국가보훈처, 경찰청 등 정부부처에 설치된 각종 명칭의 적폐청산위원회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 남부지방법원 제51민사부(재판장 김도형 판사)는 9월 17일 'KBS진실과미래위원회 설치 및 운영 규정'상 징계 관련 규정들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본안(本案)판결 확정 시까지 해당 규정들의 효력을 정지하고, 해당 규정에 근거한 진미위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효력정지가처분(假處分) 결정을 내렸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명칭 여하를 막론하고 KBS 진미위와 유사한 활동을 벌여온 각종 적폐청산위원회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KBS 이사회는 금년 6월 5일 ‘한국방송공사의 공적 책임과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침해한 사례를 조사하여 진실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정책과 제도를 수립해서, 공사의 공적 책임 및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KBS진실과미래위원회 설치 및 운영 규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KBS는 6월 9일 부사장 등 사내외 인사 7명으로 ‘KBS 진실과미래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운영규정 내 포함된 징계 관련 규정들이었다. 운영규정 제10조 ①항은 사장에게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징계 등 인사조치(3호)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운영규정 제13조는 위원회가 ▲ 허위진술, 자료은폐 등 조사를 방해한 자 ▲ 조사에 불응하거나 자료 등 제출을 거부하는 자 ▲ 비밀준수의무를 위반한 자 ▲ 조사결과를 사전에 공표하거나 누설한 자 등에 대해 사장에게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진미위의 소위 적폐청산 활동에 불응하거나, 진미위에서 당한 부당한 처우에 대해 외부에 호소하기만 해도 징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더 나아가 운영규정은 제18조에서 ‘사장은 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부칙 제1조에서는 ‘이 규정은 타 규정에 우선한다’고 규정했다.

실제로 KBS 진미위는 영화 <인천상륙작전> 보도, ‘성주군민 사드 배치 반발 보도’ 등과 관련해 진미위의 출석 요구에 수차례 불응한 KBS 직원 두 사람을 진미위 운영규정에 따라 징계 절차에 회부했다.

그러자 KBS공영방송노조(위원장 성창경)는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방송법,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진미위 운영규정 및 활동을 중단시켜 달라고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진미위 운영규정 상 징계관련 규정들을 근로기준법상의 취업규칙으로 보고, 운영규정이 근로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효력정지가처분 결정을 내린 것이다.

법원은 먼저 “이 사건 운영규정 제10조 1항 제3호, 제13조는 근로기준법 제93조 제11호에서 정한 ‘제재에 관한 사항’ 내지는 근로자의 복무규율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94조에서 정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보면서 “채무자(KBS)는 이 사건 운영규정 제10조 제1항 제3호, 제13조를 제정하는 과정에서 이사회의 결의만을 거쳤을 뿐이고, 근로기본법 제94조 제1항에서 정한 바와 같이 취업규칙의 변경에 관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이 사건 운영규정 제10조 제1항 제3호, 제13호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을 위반하였으므로 그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KBS의) 인사규정 제58조 제1항은 징계시효를 원칙적으로 2년으로 제한하고 있는 반면에 이 사건 운영규정은 조사대상의 시기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아니하였는데, 이에 따라 이미 징계시효가 도과한(지나간) 사건의 조사를 위한 이 사건 위원회의 출석 요구 등에 불응하는 채무자의 근로자는 그 자체로 이 사건 운영규정 제13조 제2호에서 정한 징계요구 대상자에 해당하게 되어 채무자로부터 실질적으로 징계시효가 지난 사안과 관련하여 징계를 받을 위험에 처해지게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법원은 “본안 판결 확정 시까지 채무자(KBS)가 2018.6.5.일자로 제정한 별지1 기재 제10조 제1항 제3호, 제13조의 효력을 정지하고, 채무자는 소속 KBS 진실과미래위원회가 별지1 기재 제10조 제1항 제3호, 제13조에 근거한 활동을 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결정했다. 적어도 진미위 활동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징계를 하는 등의 행위는 못하게 된 것이다. 진미위로서는 적폐청산에 유용한 칼을 하나 잃은 셈이다. 반면에 법원은 KBS 공영방송노조가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방송법 위반을 이유로 제기한 주장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근로관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영방송노조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 “진미위가 조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징계를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판결로 보인다”면서 환영했다. 특히 공영방송노조는 법원이 “(KBS의) 인사규정 제58조 제1항은 징계시효를 원칙적으로 2년으로 제한하고 있는 반면에 이 사건 운영규정은 조사대상의 시기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아니하였는데, 이에 따라 이미 징계시효가 도과한(지나간) 사건의 조사를 위한 이 사건 위원회의 출석 요구 등에 불응하는 채무자의 근로자는 그 자체로 이 사건 운영규정 제13조 제2호에서 정한 징계요구 대상자에 해당하게 되어 채무자로부터 실질적으로 징계시효가 지난 사안과 관련하여 징계를 받을 위험에 처해지게 된다”고 지적한 데 대해 “진미위는 과거 보수정권 시절에 보도했던 4대강, 세월호, 사드보도 등 이른바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의 ‘불공정 보도’ 등을 조사해 기자와 PD 등 해당 제작진을 징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번 판결로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반겼다.

성창경 KBS공영노조위원장은 “진미위 활동으로 후배 기자가 선배를 불러 조사하고 그 과정에서 이메일을 몰래 들여다본 의혹까지 드러나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불법기구가 불법적인 활동을 해오면서 많은 직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고 말했다. 성 위원장은 “이런 공포경영으로 KBS의 보도 내용이 편파, 왜곡이 많아도 제대로 그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었다”면서 “이 기구를 만들었던 양승동 사장과 정필모 진미위 위원장, 김상근 이사장 등에 대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입력 : 201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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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 등이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제가 읽은 책들을 소개하면서 세상과 역사에 대한 생각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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