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9월 16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에 4대 그룹 대표를 포함시키면서 "정부가 추진해 온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구상' 또한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경제인들 방북(訪北)을 통해 북한에 통일경제특구 설치,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구상 등 본격 경협 구상을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내용을 담은 기사의 댓글을 보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수감 상태가 아니었다면 정상회담에 동참할 수 있었을 것"이란 내용이 많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현재 뇌물 공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고 서울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신 회장 측은 “K스포츠 재단에 건넨 70억 원은 정부가 공익적인 차원에서 기업에 요구하는 ‘준조세성 지원금’으로 인식한 것”이라고 무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 측은 ‘신 회장이 면세점 사업권을 청탁할 목적으로 박 전 대통령과 독대 시에 묵시적 청탁을 한 것이며 K-스포츠재단에 건넨 70억 원이 뇌물이다’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현재 신 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의 핵심은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의 특혜를 바라고 돈을 건넸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려 있다. 검찰은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신 회장에게 경영비리 재판과 합산해 징역 14년을 구형했다. 
 
지난해(2017년) 3월 14일 박 전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회장 간 독대가 문제가 됐다. 독대 뒤 K스포츠재단 정현식 전 사무총장 등이 롯데로 찾아와 경기도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을 명목으로 75억 원을 요구했다. 롯데는 두 달여 뒤인 5월 말 이사회 등의 절차를 거쳐 70억 원을 K스포츠재단에 기부금으로 보내고 영수증 처리까지 했다. 이를 두고 검찰은 월드타워점 사업자 선정에 탈락한 롯데가 회생을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K스포츠재단 기부금 70억 원)을 주고 면세점 사업자 관련 청탁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최대 피해자인 롯데가 뇌물 공여자가 된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듯이 신동빈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독대 무렵 경영권 분쟁이 주된 관심사였다. 독대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일본 롯데에서 그의 해임을 안건으로 주총이 열린 만큼, 신 회장의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을 할 여력이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독대 당시에는 롯데의 경영권 분쟁 과정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었고, 일본 기업이라는 오명까지 쌓인 상황이었기 때문. 재계 관계자들은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전체 면세 사업권도 아닌 그룹 전체 매출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드타워 한 점포 청탁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재판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은 “당시만 해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는 청렴했고 그런 분에게 청탁을 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경영권 분쟁은 면세점 한 점포 특허 재취득과는 비교도 안 되는 큰 이슈였고, 박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롯데그룹 내 경영권 분쟁으로 사회적인 물의를 빚은 것에 사과하고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뜻을 전했을 뿐”라며 여러 차례 억울함을 토로했다.

 

지난 8월 29일 롯데 오너가 경영비리 사건 결심 공판에 나선 신동빈 회장은 평소보다 약 10kg 이상 체중이 줄어든 수척한 모습이었다.

 

국정농단 뇌물 사건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신 회장의 2심은 오는 10월 5일 선고된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