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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외교관들의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강 장관은 “한국의 국격과 국력에 비해 외교관의 영어 실력이 너무 부족하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지난 6월, 강 장관과 외교부 직원의 대화 자리에서 한 직원이 “장관님처럼 영어를 잘 구사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묻자, 강 장관이 “외교부 장관으로서 직원들의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방안 검토를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는 보도 내용도 있다. 계기가 어떻든, 현재 외교부는 외교관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해 어학 평가·교육 제도 개편에 착수한 상태다.
직무 특성상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구사는 외교관의 필수 요건이다. 외교관의 외국어 구사 과정 중 문법 오류나 부적절한 어휘 사용은 자칫 ‘국익’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의 경우엔 사실상 ‘세계 공용어’처럼 쓰이고 있으므로, 외교관이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 실력을 갖춰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일각에선 ‘정통 외교관’이 아닌 강경화 장관이 ‘영어 실력’을 구실 삼아 외무고시 출신 외교관들의 ‘군기’를 잡으려는 게 아닌가 의심하지만, 이유를 떠나 강 장관이 ‘외교관 영어 실력 강화’를 주문한 건 적절한 조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외교관이 ‘지하철 영어 안내’ 목소리의 주인공인 강경화 장관과 같은 수준으로 영어 실력을 키워야 할 필요는 없다. 예컨대, 모든 외교관이 강 장관처럼 ‘F-35’를 꼭 ‘에프 떠리 퐈이브’라고 발음해야 할 이유까진 없다는 얘기다.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한다고 해서 외교를 잘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흔히 외교 무대는 ‘총성 없는 전장’이라고 한다. 전쟁처럼 외교 역시 ‘지피지기(知彼知己)’에 따른 ‘전략·전술’이 필수다. 그렇지 않다면 세계무대에서 ‘백전백패(百戰百敗)’할 수밖에 없다. 외교관은 이 같은 ‘전략·전술’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외교관은 국가를 대표해 다른 나라와 정치·경제·문화적으로 공적 관계를 맺는 일을 하는 만큼 유창한 외국어 실력과 함께 국내외 정세에 대한 통찰력과 관련 정보 수집 능력, 각국 이해관계에 대한 분석력이 있어야 한다. 이 같은 능력 없이 원어민처럼 영어만 잘하는 외교관은 ‘통역사’와 다를 바 없다.
그런 차원에서 강경화 장관은 외교관들에게 외국어 공부와 함께 국내외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대한 연구를 주문해야 한다. 외교관의 외교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 체계를 마련하라고 소관 부서에 지시해야 한다.
우리 국민 중 ‘북핵 외교’ 최일선에 있으면서도 ‘전술핵’과 ‘전략핵’의 뜻을 몰라 “그런 어떤...”을 반복하다가 얼버무리거나,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미국 최신 전투기 ‘F-35’를 우리 공군이 보유·운용 중이라고 얘기하는 ‘외교관’을 또 보고 싶은 이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