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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7회] 1936년 잡지 <야담(野談)>에 실린 김동인의 역사소설 〈순진(純眞)〉

[옛 잡지를 거닐다] 정직하고 순진한 춘보에게 돌아간 하늘의 섭리에 머리를 끄덕였다

정리=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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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선 대원군과 산삼. 사진=조선일보DB

6편 줄거리
 
춘보는 운현궁을 찾아가 대감과 만나게 해달라고 청했지만 하인들이 막았다.
대문에서 왁자그르르 소리를 들은 운현이 춘보를 불렀다.
춘보가 내미는 보퉁이 안에는 팔쭉지 같은 산삼이 들어있었다. 운현은 많은 산삼을 보고 먹고 하였지만 아직껏 이런 산삼을 본 일이 없었다.
청지기도 기가 막힌 모양이었다. 춘보는, 그 무를 얻은 자초지종―전결 여덟 푼을 마련하고저 물들지 않은 담배를 베던 데서 비롯하여 여주 주막집에서 송장 치워주고 무를 다시 얻은―을 다 이야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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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른쪽이 김동인 선생이다.

(계속)
운현은 춘보의 이아기를 듣고―사건의 전면을 통찰하였다. 그리고 마음씨 곱지 못한 김풍헌과 × 감사가 억지로 사려던 공명이 그들에게는 돌아가지 않고, 도로혀 정직하고 순진한 춘보에게로 돌아간 그 하늘의 섭리에 머리를 끄덕였다.
“응. 그래? 고맙다. 그런데 네 성명은 무엇이냐.”
“이춘보요.”
“이춘보라? 어디 이(李)가냐?”
“전주 이가요.”
“전주 이가라. 우리 일(一)가로구나.”
운현은 미소하면서 청지기를 돌아보았다.
“야, 시골서 우리 일가 한사람이 올라왔구나. 시골 생장이라, 아무것도 모를 테니 네가 맡아서 좀 가르쳐라. 옷도 갈아입히고.”
이리하여 춘보는 운현궁 사랑 한 구석에 있게 되었다.
 
        ×      ×
 
잘 얻어먹고 있기는 있다. 그러나 춘보의 마음은 여간 끓지 않았다. 박도사댁 봉물짐을 지고 올라왔던 길이라 함꼐 왔던 다른 동무들은 다 내려갔을 터인데 자기가 내려 못가고 있으니 박도사댁에서는 얼마나 욕을 하랴. 인제 내려갔다가는 볼기는 정녕코 단단히 맞었다. 소위 일가라는 운현대감께 어서 내려 보내 달라고 조르고 싶지만 그 일가는 어찌된 심인지 좀 채 한 울타리 안에 있으면서도 보기 힘든다. 청지기에게 졸라 보아야 대감분부 있기 전에는 보내지 않는다 한다.
이렇듯 클클하고 역한 날짜를 십(十)여일을 지난 뒤에 하루는 춘보는 운현에게 불리었다.
“너 집 생각 나지 않느냐?”
“왜 안 나겠습니까.”
“내려가 보면?”
“네? 그렇지만 내려갔다가는 박도사 나리한테 볼기는 단단히 맞었습니다.”
“응. 오늘 내려가라. 그런데 야 이리 오너라.”
청지기를 불렀다.
“이 이생원께 돈 열 냥만 갖다 드리고 정자관(冠) 하나 가져 오너라.”
청지기는 돈과 정자관을 가져왔다.
“춘보야. 너는 내 일가야. 그러니까, 이 관을 써야 한다.”
“아이구 나리, 그랬다가는 박도사 나리께…….”
“이놈! 내가 쓰라면 썼지. 네 집에 내려가서는 꼭 이 관을 쓰고 있으렷다. 잠시 한때라도 벗었다가는 당장에 잡아다가 죽여!”
“네… 거저….”
“응. 나려 가거라.”
일찍이 한때 엽전을 두 푼을 가지고 그것으로 어린 것들을 엿이나마 사다주려 하였던 춘보였다. 열 냥돈을 가지고 종로 네거리에 나가서, 마음껏 사고 또 사서 한 짐이 잔뜩 되게 샀지만, 아직도 넉 냥이 그냥 남었다.
이것을 갖다가 탁 아내와 자식에게 주면 얼마나 기뻐하랴. 그 기뻐하는 꼴을 공중에 그려 보고는 너무도 기뻐서 혼자 벙글벙글 하며, 춘보는 홍천 자기의 집으로 돌아갔다. (계속)
(출처=<야담>, 1936년 9월호, p168~170)

입력 : 2018.09.13

조회 :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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