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지난 11일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는 TK(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첫 일정으로 경북 구미 소재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뒤 기자들에게 최근 정치 동향과 경제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 생가 방명록에 '조국 근대화의 기적 온 국민이 길이 기억할 것입니다'라고 썼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우리 경제가 크게 성장했는데, 이후에 상당히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정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은 어떻게 평가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결국 전직 대통령에 관한 재판이 정치적 재판이 아닐 수 있느냐"고 우려했다. 덧붙여 "사법부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너무 크게 당내에서 이슈화하지 않는 게 옳지만, 재판 과정이 공정해야 한다는 데는 모든 의원이 공감한다"고 했다. 

이달 평양에서 개최되는 남북회담에 국회가 동행하는 일에 대해서는 "(청와대의) 설득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제대로 하면 된다"며 "먼저 (야당에) 이야기를 한 뒤 발표하도록 순서가 바뀌었으면 오히려 모양도 더 좋을 뻔했다"고 지적했다.

곁에 있던 김성태 원내대표도 "청와대가 국회와 각 정당을 (정상회담의) 곁가지로 끌어넣는 모습은 자연스럽지 못하다"며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렇게 초청했다는 것은 서로 결례인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그러면서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의 입에서 직접 북핵 폐기와 비핵화의 구체적 입장이 나온다면 팔을 걷어붙이고 남북관계 개선에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과 김 원내대표는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 채택 여부와 관련 "우리의 입장은 어제 다 확인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첫 일정에는 최병길·이수희·정현호 비대위원과 홍철호 비서실장과 김광림·박명재·백승주 의원 등 대구·경북(TK)을 지역구로 하는 의원들이 참석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도 모습을 보였다.

"정부, 새로운 산업정책 내놓지 못해"

한국당 지도부는 이어 구미국가산업단지를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현장을 둘러보며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큰 성장의 역사를 썼던 근거지다. 정부가 (구미산단의 역사처럼) 새롭게 흐름을 바꿀 만한 산업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내놓지 못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런 (혁신적인) 산업정책을 만들기엔 청와대나 정부를 둘러싸고 (소득주도성장론을 강조하고) 있는 세력들이나 집단들을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대구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을 찾은 뒤, 대구 수성호텔에서 지역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인적 청산 여부 등 향후 지도부 운영 계획에 대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사람 자르는 게 절대 개혁이 아니다. 제가 공천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국회의원을 자를 수도 없지만, 사람을 잘라서 될 것 같으면 이 당이 벌써 됐다"며 '물갈이'보다는 통합론을 내세웠다. 

김 위원장은 "공천 때마다 사람을 자르고 새로 불러오고, 대한민국 정당만큼 사람을 잘 자르는 데가 없다. 특히 비상시기에는 철학과 비전, 가치가 바뀌어야 한다"며 "인적 쇄신은 제가 하는 게 아니라, 가장 좋은 것은 국민이, 유권자가 해주셔야 한다. (지도부는) 국민이 용납할 수 있는 공천제도를 만들어 새로운 인물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턱을 낮추고, 인재풀을 키워 선거에서 인물 혁명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오는 15일 귀국하는 홍준표 전 대표의 '차기 당권 도전론'에 대해서는 "평당원 중 한 분이고, 솔직히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분이) 대표 때는 한마디 한마디가 파장을 일으키곤 했지만, 지금은 밖에서 무슨 말을 해도 파장이 일어난다거나 격렬하게 반응하는 게 없어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본인의 대구·경북 지역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설도 일축했다. 그는 "명백하게 말하면 출마 안 한다"면서 "초등학교 2학년 때 고향을 떠났으니 60년 가까이 됐고, 좋은 분들이 많은데 제가 고향을 안들 얼마나 알겠느냐"고 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