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같은당 나경원 의원이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놓고 공개 설전을 벌였다. 두 사람은 원래 매우 가까운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두 사람의 설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 한 의원은 "김성태 의원을 비롯해 서울지역 남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 의원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는 5명 정도의 '나경원 호위대'가 존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두 사람은 최근 각각의 SNS에서 서로를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나 의원에 대해 “우리당이긴 하지만 철딱서니 없는 어떤 분”이라고 했고, 나 의원은 김 원내대표에 대해 “같은 정치인으로서 한없이 부끄럽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 ‘사회를 거꾸로 돌리는 강서 특수학교 설립 합의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입장을 올렸다. 

 

김 원내대표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4일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서진학교) 설립에 합의하고, 동시에 인근 학교 통폐합 후 폐학교 부지를 한방병원 건립에 활용키로 한 데 대한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와 조 교육감이 특수학교 설립을 대가로 한방병원 건립을 합의한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나 의원은 “이번 합의는 한마디로 ‘나쁜 합의’, ‘있을 수 없는 합의’다. 특수학교는 기존의 계획대로 건립하면 될 뿐,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또 “정치인 또한 지역주민의 표가 아무리 급하다 할지라도, 옳은 방향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며 “그럼에도 지역 이익을 모두 챙긴 뒤에야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겨우 인정한 이번 합의에 같은 정치인으로서 한없이 부끄럽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발끈했다.  8일 페이스북에 “지역 사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특수학교를 대가로 지역이 반대급부를 챙긴 ‘나쁜 선례’를 남긴 것 아니냐고 색안경을 끼는 분들도 계시지만, 서진학교가 합의에 이르기까지 그 지난했던 과정을 되돌아보면, 지역주민과 교육청이 어려운 소통의 과정을 거쳐 서로앙금을 털어내고 수용적 태도로 합의를 도출해 냈다는 데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비록 우리 당이긴 하지만 철딱서니 없는 어떤 분이 이런 저간의 사정을 거두절미하고 ‘좋은 선례’니 ‘나쁜 선례’니 입방아를 찧어대는 데 대해서는 뭘 좀 알고나 이야기하라고 면박이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지만, 이것도 다 지역 정치인의 숙명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설전이 눈길을 끈 이유는 김 원내대표와 나 의원이 매우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2010년대 초반부터 새누리당에서 친박에 맞서는 비박(비박근혜) 중진 의원으로 활동하며 가깝게 지냈고, 김 원내대표는 나 의원의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는 몇몇 의원 중의 하나였다.

 

당시 같은 당의 한 다선 의원은 "남성의원들 중 나 의원 일이라면 반드시 나서서 돕는 의원들이 있다"며 "나 의원이 어떤 큰 활동에 나서면 줄줄이 나타나 '나경원 호위대'라는 말도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김성태 의원을 비롯해 서울지역 J의원, L의원 등을 지목했다.

김 원내대표가 이런 관계를 직접 이야기한 적도 있다. 바른정당 출범 시점인 2016년 말 김성태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경원 의원이) 밤늦은 시간에 전화가 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원래 나 의원은 제 앞에서 잘 운다. ‘김성태 없이는 못 산다’는 얘기도 있다”며 “나 의원이 무언가를 하겠다고 하면 제가 안 도운 적이 없다. 그렇다보니 중요한 사항이 있을 때 마지막에 저와 꼭 상의를 해왔다.”

김 원내대표와 나 의원은 2017년 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과정에서 완전히 갈라졌다.  나 의원은 ‘중립’을 표명하며 비박계 대표로 나선 김 원내대표를 외면했다. 이후 비박계가 산산이 갈라지고 있다는 시각이 나오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이 과거 친밀했던 것은 맞지만 정치적 의견이 다를 수 있는 만큼 공개설전에 대해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