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보니 강남 살 이유 없다? 정유라 ‘돈도 실력이야’와 똑같은 말”... ‘국밥하성’과 마리 앙투아네트 : 월간조선

“모든 국민이 (집값 비싼) 강남에 가서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거기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다.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지난 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발언 중)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이 막히고, 서울 강남권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루는 가운데 장 실장의 실언은 큰 파장을 낳았다. 장 실장은 이날 ‘강남 집값 과열화 현상을 잡기 위한 과도한 세금 부과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위와 같이 말했다.

농담조였지만 파문은 컸다. 그의 말처럼 본인부터 강남 소재의 20억~30억 원에 달하는 집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강남 주민들에 대한 모욕이 될 수도 있었다. ‘삶의 터전이 없는 곳’이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7일 포털 사이트에 댓글을 단 네티즌들의 날 선 지적이다.

“강남은 원래 비싸니 들어올 생각 마라. 너희 수준에 맞는 데 많은데 왜 강남에 들어오려 하느냐... 이게 정책실장 20억짜리 집에 사는 사람 입에서 나올 애기냐.”

“(정유라가 한 말처럼) ‘돈도 실력이야. 너희 부모를 원망해’ (같은 소리다) 나 같은 종이수저로 강남서 살 수 있겠나. 월세도 힘들어. 숙식생활 하는데 피땀 흘려서 평생 모아도 안 되지. 피와 땀이 종이에 묻어 힘없이 으스러지겠지. 장하성씨 그만하고 직접 내려와라. 당신이 한 말은 서민을 우롱하고 무시하는 발언이지.”

“청와대 장하성이 모든 사람이 강남에서 살 필요 없다고 말하네? 강남이 당신 같은 청와대 비서, 장관, 고위공무원이 살아야 할 지역이냐? 강남 집값 폭등에 속으로 히죽히죽 웃었겠다. 서민은 스트레스 받고?”

직급상 상관에 속하는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경고했다. 이 총리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며 “집값처럼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 여당이 조금 더 신중했으면 한다”며 “초기 구상 단계의 의견은 토론을 통해 조정하고 그 이후에는 통일된 의견을 말하도록 모두 유념해 달라”고 지적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장하성 실장도 말폭탄이다. 이건 ‘모든 사람이 부자일 필요 없다, 내가 부자라 하는 말씀’이라는 뜻”이라며 “장 실장은 문 대통령 지지율 깎아 먹는 일등공신”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장 실장의 말은) 의도적으로 강남·비강남을 편 가르게 하는 금수저·좌파적 발상”이라며 “장 실장은 불과 며칠 전 최저임금이 오르는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며 “날이 갈수록 자아분열, 유체이탈 증상이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야당의 비판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왜 국민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게 됐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철없는 마리 앙투아네트 같은 소리는 그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음날 같은 당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장 실장) 자신과 같은 고관대작은 강남에 살아야 하고, 서민은 강남을 쳐다보지도 말라는 것인가”라며 “말과 행동이 다른 분이 국가 경제정책의 최고 수장을 하고 있는 것에 국민은 불안함을 감출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장 실장이 사는 강남의 아파트는 공시지가만 20억이 넘고, 최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는 30억에 이른다고 한다”며 “강남에 살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왜 정작 본인은 강남에 살고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장 실장의 실언이 라디오 방송으로 전국에 퍼져나가던 그때,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은 본인 페이스북에 ‘국밥하성’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다음과 같이 적었다.

〈연예계 쪽에는 ‘국밥아무개’라는 별명이 있다 해요. 영화를 걸었다 하면 금방 내리고, 드라마 시청률이 꽝인, 하지만 출연료는 억대로 챙기는 과대 포장된 연예인들을 ‘국밥아무개’라고 한답니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분명 ‘국밥하성’이 될 겁니다. 소득주도성장도 그렇지만 그의 태도 때문입니다. 16.4%나 화끈하게 오른 최저임금을 두고서 “나도 정말 놀랐다” 해서 저는 더더욱 놀랐습니다. 시중 경기가 왜 안 좋냐? 지표로는 정말 괜찮다고 해서 “통계까지 말아먹는구나” 싶었어요. 자영업이 장사가 왜 안 될까? 국밥하성이 답했습니다.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쇼핑을 많이 해서 그래요.”

이 청명한 가을날에 제 머릿속에는 먹구름이 가득하네요. 영화나 드라마를 말아먹는 것은 그래도 한때 한 건이건만. ‘국밥하성’ 실장, 나라를 말아먹게 생겼습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