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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

영화 <충격과 공포>... 거짓말하는 정부에 맞서는 기자들의 이야기

“정부가 뭔가를 말할 때, 우리의 질문은 딱 하나야. ‘이게 사실입니까?’”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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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사태가 일어난다. 두 번째 비행기가 뉴욕의 쌍둥이빌딩을 들이받는 것을 TV로 보면서 조지아주 컬럼버스의 한 선술집 주인은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오늘 저녁에는 손님들이 많겠구나. 군인들에게는 술값 받지 마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이어 미군이 오사마 빈 라덴을 은닉하는 탈레반이 정권을 잡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다. 미국민들은 ‘테러와의 전쟁’의 정당성에 대해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데  정부가 9.11사태의 배후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지목하고 있다는 얘기가 솔솔 나온다. 31개 신문들에 뉴스를 공급하는 <나이트 리더>의 워싱턴D.C 지부 기자들은 이를 수상하게 생각한다. 세속주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과 이슬람 원리주의자 오사마 빈 라덴은 서로 적대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누군가가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왜곡된 정보를 흘리고 있다고 판단한 존 월콧(로브 라이너 분) 편집장의 지시 아래 조나단 랜데이(우디 해럴슨 분)와 워렌 스트로벨(제임스 마스던) 기자는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전쟁기획자’들은 곧 면면을 드러낸다. 부통령 딕 체니, 국방부 장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 부장관 폴 월포비츠, 백악관 안보보좌관 콘돌리사 라이스... 이른바 ‘네오콘’들이다. 이들은 쉴 새 없이 사담 후세인이 9.11테러의 배후이며, 사담은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확언한다. 폭스뉴스 같은 보수 성향 언론은 물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같은 리버럴 성향의 주류 언론들까지도 전쟁을 획책하는 정부 고위급 인사들의 주장을 열심히 실어 나른다(영화는 당시 부시 정부 요인들의 발언을 담은 실제 영상을 계속 보여준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반면에 마이너 언론에 속해 있는 랜데이와 스트로벨은 고달프다. 이들은 국무부나 정보기관의 중-하위급 취재원들에게 전화를 걸거나(대개의 경우는 질문을 제대로 던지기도 전에 상대가 전화를 끊어 버린다), 집 앞에서 ‘뻗치기’를 하다가 한마디 얻어 듣는 걸 가지고 감지덕지하며 물러나온다. 

그래도 “정부가 진작 전쟁을 결심해 놓고 이를 정당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며 진실을 파고드는 두 기자에게 “그건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얘기해 주는 공무원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국방부의 한 분석관은 바로 옆 부서에서 벌어지는 ‘전쟁기획’의 실체에 대해 제보해 온다. 서서히 퍼즐이 맞춰진다. 랜데이와 스트로벨은 결론을 내린다. 정부가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입맛에 맞는 정보만 취사 선택하거나 심지어 왜곡하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이들의 보고를 받은 월콧 편집장은 말한다. "우리가 아는 건, 독자들도 알아야 해!"

베트남전쟁을 취재했던 원로 기자 조 갤러웨이(토미 리 존스 분. 영화 <위 워 솔저스>에서 배리 페퍼 분)도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선다. 그는 “정부가 뻘짓을 하면 죽어나는 것은 군인들”이라고 말한다. 조 갤러웨이는 랜데이와 스트로벨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고위급들을 취재해 도움을 준다. 월콧과 조 갤러웨이의 분투를 지켜보던 다른 원로 언론인은 이렇게 말한다. “망해가는 언론계를 두 사람이 살리고 있구먼!”

랜데이와 스트로벨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나이트 리더>만이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사실이다. 한 모임에서 친지들은 두 사람을 이렇게 몰아세운다. “이 나라 주요 매체들 모두가 증거를 쏟아내, 당신네들만 빼고...” ABC도, CNN도, 폭스도, 그리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도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만들고 있다고 하는데 왜 너희만! 젊은 기자 스트로벨은 괴로워하면서 선배인 랜데이에게 하소연하듯 묻는다. “우리, 좋은 기자 맞죠?”

이들에게 월콧 편집장은 이렇게 독려한다. “<뉴욕타임스>나 <워싱턴 포스트>의 독자는 남의 자식들을 전쟁터로 보내는 사람들이야. 하지만 우리의 독자는 바로 전쟁터로 보낸 자식들을 둔 부모들이야. 그들에게는 알 권리가 있어.” 

그런 편집장도 경영진으로부터 끊임없이 압박을 받는다. 심지어 <나이트 리더> 본지나 제휴지에서도 정부를 대변하고 여론에 영합하는 보도들이 나온다. “본사의 논조와 다르다” “신문은 경영도 생각해야 한다”는 경영진의 주장에 편집장은 이렇게 항변한다.“신문이 진실을 외면하면 팔릴까요?” 

자기도 위로부터 시달리면서도 편집장은 때로는 유머를 발휘한다. 랜데이와 스트로벨이 자기들에게 이메일로 온 익명의 협박편지를 출력해서 들고 오자, 편집장은 그걸 열심히 들여다보더니 빨간색 펜으로 오자(誤字)를 바로잡은 후 돌려준다. 

진실의 퍼즐이 맞춰져 가는 과정은 길고 지루하다. 그 과정에서 극적인 클라이맥스 같은 건 없다. 그저 기자들이 취재원들을 만나고, 사실을 확인하고, 때로는 낙종의 쓰라림도 맛보고... 그러는 사이에 ‘전쟁기계’는 전쟁을 향해 쉼 없이 굴러간다. 이들의 사실보도 때문에 국민들이 분연히 들고 일어나 전쟁을 막아내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미군은 이라크를 침공하고, 부시는 얼마 후 항공모함 선상에서 승전을 선언한다. 바로 그 시각, 자원입대해 이라크전장(戰場)에 투입된 조지아주 컬럼버스의 선술집 주인 아들은 반군의 IED(급조폭발물) 공격을 받고 중상을 입는다. 휠체어를 타고 워싱턴 D.C에 있는 베트남전참전추모비를 찾은 그는 거기서 조 갤러웨이 및 <나이트 리더>의 기자들과 조우한다. 그렇게 (배우들이 연기하는) 영화는 막을 내린다. 

그 뒤로 월콧 편집장이 2009년 니먼재단이 수여하는 자유독립언론상을 수상했고, <뉴욕타임스>는 잘못된 보도에 대해 사과했다는 설명과 함께, 실제 월콧 편집장과 랜데이, 스트로벨 기자가 나와 당시를 회고한다. <나이트 리더>는 이라크전쟁으로 가는 과정에서 진실을 얘기했던 유일한 언론이었다.

출연 배우들은 다 한 가닥 하는 배우들이다. 밀라 요보비치가 랜데이 기자의 아내 블라카로 나와 남편을 믿고 격려하는 아내 역을 맡았지만, 그리 크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월콧 편집장 역을 맡은 로브 라이너는 감독과 제작도 맡아 1인 3역을 해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영화는 극적 반전이 없이 평탄하게 굴러간다. 일반 관객들 입장에서는 지루하기만 할 수도 있다. 때문에 영화에 대한 평점은 그리 높지 않다. 

기자라서 그런지, 나는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다.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대중은 거짓 선전선동에 미쳐 돌아가고, 이를 시정해야 할 언론들마저 그런 세태에 부화뇌동하는 모습은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영화 속 월콧 편집장은 이렇게 말한다. “정부가 뭔가를 말할 때, 우리의 질문은 딱 하나야. ‘이게 사실입니까?’”

개인적으로는 네오콘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는 편이다. 때문에 영화 속 <나이트 리더> 기자들과는 생각이 안 맞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기자는 이념과 사실이 충돌할 때는 사실 편에 서야 한다”고 배워왔기에 기자로서 그들의 분투와 고뇌에 마음에서부터 공감할 수 있다. 거짓과 선동의 시대에 혼자 다른 목소리를 내는 언론에 몸 담고 있는 기자로서, <충격과 공포>를 만난 것은 행운이고 행복이다. 이 시대와 불화하는 분들, ‘자유’의 의미를 알고 ‘자유’를 위해 투쟁하려는 분들에게 강추!!!

* 9월 6일 CGV 개봉. 대중성이 약해서인지 개봉하자마자 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입력 : 2018.09.02

조회 : 8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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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 등이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제가 읽은 책들을 소개하면서 세상과 역사에 대한 생각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댓글달기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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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o (2018-09-04)

    헬조선 자칭보수 조선일보가 보수프레하면서 문재앙 시다짓 하는 거랑 비슷한가. 이석수 국정원 기조실장 낙하산 됐던데 ㅋㅋ

  • limkk (2018-09-03)

    이 나라에는 저런 참 기자가 없는가?

  • 최효원 (2018-09-03)



    나는 물론 가고, 주위에도 연락해서 다 보게 할거다!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해 조금이라도 걱정하는 사람은 다 보게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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