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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원주에 있던 강원 감영. |
☞ 3편 줄거리
당시 대원군은 자신의 늚음을 피하기 위해 전국에 명하여 산삼과 녹용이 좋은 것이 나거든 값의 고하를 묻지 말고 구하여 올리라고 8도 방백에게 시퍼런 훈령을 내렸다. 특히 산삼과 녹용의 산지(産地)인 강원도와 함경도의 감사에게는 다짐다짐을 하였다.
고삼이라 속여 춘보네 산삼 세 뿌리를 거저 얻은 김풍헌은, 즉시로 원주 감영에다 진상했다. 김풍헌의 가슴은 놀랍게 방망이질하였다. 큰 상을 받거나 금부도사 한자리를 받을 것만 같았다.
강원 감사는 그 산삼 세 뿌리를 대원군이 있던 서울 교동 운현궁으로 보내며 “희대의 산삼 세 뿌리를 구하였삽기 그대로 진붕하오니...”라고 편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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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인 선생. |
그러나, 닷새가 열흘이 되고, 열흘이 보름이 되어도, 영문에게서는 부르는 길이 없고 그새 먹은 술값 고기값만 잔뜩 짊어지게 되었다.
기다리다 못해서, 드디어 채근을 갔다. 채근은 갔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삼(三)문 밖에서 기웃거리노라니까, 사령이 웬 놈이냐고 묻는다.
“네, 다름 아니오라, 일전 사또께 산삼 세 뿌리를 바쳤사온데, 그……그 값을……좀….”
“응. 그래? 기다려라.”
사령이 그대로 들어가서 사또께 여쭈며, 사또는 그 백성을 불러들이라 한다.
사또는 대청에 좌정하고 김풍헌은 뜰아래 읍하고 섰다.
“그래, 뭐라?”
“네이. 그 산삼 값을….”
“산삼 값이라?”
“네이…….”
“응. 산삼이라. 그래, 그 산삼은 어디서 난 것이라?”
“홍천 소인의 산에서 난 것이올시다.”
“홍천이라 홍천은 어디 땅인고.”
“강원도 땅이 올시다.”
“강원도라. 강원도는 어느 나라에 붙은 땅인고.”
“조선땅이올시다.”
“그래. 그러고, 너는 그 산삼을 얼마에 샀는고.”
“땅에서 캐 냈습니다.”
감사에 날카로운 눈이 비로소 들렸다.
“이놈! 그래, 강원도 땅에서 난 물건을 네가 돈 주고 사기나 했다면 여니와 거저 얻은 것을, 강원도 감사에게 갖다 바치고, 강원도 감사는 그것을 조선 대원군께 갖다 바쳤는데, 돈? 그놈 당장에 맹장(猛杖·형벌로 볼기를 침-편집자)해라!”
그날 저녁, 원주서 홍천으로 가는 고개를, 엉덩이를 부비며 절룩절룩 황혼의 길을 더듬는 한 행객이 있었다.
실컷 맞은 김풍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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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 대원군의 사저였던 서울 교동 운현궁. |
× × ×
박도사는 연년이 서울 각 재상의 집에 봉물을 보내고 하였다. 강원도 소산인 버섯이며 취며 도라지며를 가을마다 좋은 것으로 골라서 서울 각 재상 댁에 한 짐씩 보내고 하였다.
이 해에도 박도사는 깨끗한 물건을 선택하여 사람을 사서 서울 각 재상 댁에 한 짐씩 보냈다.
그런데 사람을 산다 하여도 특별히 삯을 후히 주어 보내는 것이 아니라 소작인들에게 한사람에게 삯으로 엽전 다섯 잎씩을 주어서 보내는 것이엇다.
박도사댁 소작인의 한사람인 이춘보도 봉물짐을 지고 서울로 올라갔다.
목적한 바 재상 댁에 짐을 갖다 바쳤다. 바치고 보니, 노자로 다섯잎 타 가지고 왔던 것이 올라오는 길에 세 잎은 쓰고 단 두 잎이 남은 것이었다.
일(一)국의 도읍지인 서울은 휘황찬란하였다. 온갖 곳에 돈만 있으면 사고 싶은 물건이 허다하였다. 그러나, 단 두 잎 남은 것으로 무엇을 사랴.
홍천까지는 이틀 길. 이 이틀 길을 하루에 한 잎씩 써야 꼭 나려 가게가 된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하면, 홍천 자기집 문안에 썩 들어 설 때에 어린 것들이 “아버지” 하면서 마조 나오면 그 어린 것들에게, 빈 주먹을 어찌 내 미나? 서울까지 갔다 오는 아버지라고 그래도 무엇을 기다리며 마조 나올 자식들에게 빈 주먹만을 어찌 보이나.
단 두 푼. 단 두 푼.
홍천까지 이틀을 굶어 가자. 이틀 굶을지라도 죽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서 눈을 유혹하는 휘황찬란한 물건은 못 사다 주나마, 하다못해 엿 한가락식이라도 사 사지고 돌아가서, 아버지하며 마조 나오는 자식들에게 “엣다” 하고 엿 한 가락씩이라도 내어 주자.
자식을 가진 어버이의 마음은, 준 이틀 길을 굶어 가면서라도 자식들의 마음을 섭섭지 않게 사려고, 겨우 남은 엽전 두 잎을 꽁무니에 잔뜩 차고, 허리춤을 졸라 매고, 홍천까지 굶으면서 나려가기로 결심을 하였다.
서울서 여주(驪州)가 80리.
달음박질하다시피 여주까지 다다르니 가을 짧은 해는 벌써 서쪽 노을에 잠기고 사면은 꽤 컴컴하였다.
서울서 강원도로 가자면 여주서는 반드시 묵는 법이었다. 여주서 묵고 이튿날도 종일을 가야 홍천까지 다다를 것이었다. 그러므로 서울서 한낮길이 되는 여주에는 주막집이 많이 있다.
그러나 주막집을 들릴 형편이 못 되었다. 그냥 주린 배를 움켜 안고 모른 체 하고 그 앞을 지났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기서 묵고 가세요. 방도 깨끗하고, 음식도 좋습니다.”
“여기를 지나면 다시는 주막이 없습니다.”
좌우편 주막에서 부르는 소리도 못 들은 체 하고 그냥 주먹을 불끈 쥐고 지나갔다. 이리하여 주막거리를 다 지나니, 바야흐로 다시 벌판길로 나서게 되었을 때에, 여보세요 여보세요, 연방 부르는 여인의 소리가 들렸다. 보는 그냥 못 들은 체 하고 지나가려는데 그 여인은 좇아와서 춘보의 옷깃을 꽉 잡았다.
“여보세요.”
“왜요.”
“하룻밤만 묵어가세요.”
역시 주막쟁이었다.
“아니요. 우리 집은 여기서 조금 더 가면 돼요.”
“그래도 하루만 묵어가세요. 밥값도 안 받고, 막걸리까지 한 잔 대접할 테니 하룻밤만 묵어가세요.”
귀가 번쩍 띄었다. (계속)
(출처=《야담》, 1936년 9월호, p158~1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