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와 관련한 ‘확실한 불신의 증거’는 장하성 실장? : 월간조선

최근 통계청장 교체를 둘러싸고 벌어진 ‘통계 논란’과 관련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앙일보> 이정재 칼럼리스트는 30일 자 기명(記名) 칼럼에서 최근 불거진 통계 논란을 비판하며 장하성 정책실장을 언급했다. 이정재씨는 장하성 실장을 가리켜 ‘더 확실한 불신의 증거’라고 표현했다. 이정재씨가 장 실장을 이렇게 표현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칼럼에서 인용한다.

<장 실장은 고려대 교수 시절이던 지난해 5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 하나를 올렸다. 기업과 고소득층이 더 많이 가져가는 바람에 가계소득이 경제가 성장한 만큼 늘어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글이다. ‘1990년부터 2016년까지 26년간 국내총생산(GDP)이 260% 늘어날 동안 기업 총소득은 358%, 가계 총소득은 186% 늘어났다’며 한국은행 통계를 인용했다. 그런데 엉뚱하게 여기에 ‘가계 평균 소득은 90%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통계를 끼워 넣었다. 황수경 청장의 경질 논란을 부른 바로 그 ‘가계동향조사’다.>

이정재씨는 당시 장 실장이 “가계 총소득(186%)보다 가계 평균소득(90%)이 훨씬 적게 늘어난 것은 소득 불평등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고 칼럼에 썼다.

이 같은 장 실장의 주장에 대해 통계청은 ▲두 통계는 작성 범위와 개념이 달라 직접 비교하는 게 부적절하고 ▲두 수치의 차이를 가계소득 계층 간 불평등 확대의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정재씨는 “문제는 그다음”이라며 “통계청은 장하성 교수가 정책실장이 된 후 이 설명 자료를 폐기하라는 압박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H 행정관이 통계청 간부들에게 “학자가 통계를 잘못 인용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삭제를 요구했다고 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당시 통계청을 쥐 잡듯 잡았다”며 “황수경 청장도 꽤 시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칼럼은 밝히고 있다. H 행정관은 청와대 소속 인사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장 실장은 1년여가 지났지만 ‘통계 장난’을 그만두지 않았다”고 했다. 장 실장은 지난 26일 청와대 기자간담회에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가계 총소득은 69.6% 늘었지만 가계 평균소득은 31.8%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기간을 26년에서 17년으로 줄였을 뿐 똑같은 ‘통계 왜곡’을 되풀이했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이정재씨는 “1년 전보다 죄질이 더 나쁘다”며 “당시엔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 이번엔 뻔히 알면서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지는 내용이다.

<(장하성 실장은) 학자 신분도 아니다. 이 정부의 경제 철학을 총괄하는 자리다. 그래 놓고 청와대가 ‘통계 독립’ 운운하니 누가 믿겠나. 청와대는 얼마 전에도 경제 통계 그래프를 왜곡해 물의를 빚었다. “단순 실수”였다고 해명했지만, 이쯤 되면 그 말도 믿기 어렵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경제학)도 이와 비슷한 지적을 한 바 있다. 신장섭 교수는 2014년 발간한 자신의 저서 <경제민주화… 일그러진 시대의 화두>에서 장하성 실장(책이 나올 당시는 고려대 교수)의 ‘진단’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하성 실장이 쓴 <왜 분노해야 하는가>와 신장섭 교수의 저서 <경제민주화... 일그러진 시대의 화두>.

장 실장은 자신이 쓴 <왜 분노해야 하는가>라는 저서에서 “지난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소득분배의 균형은 완전히 상실되었고 이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이 심해진 나라가 되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신장섭 교수는 장 실장의 이 주장을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반박했다.

<그러나 조금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괴담(怪談) 수준이다. 한국이 OECD 33개 국가 중에서 4번째 정도로 임금소득이 불평등하다는 통계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OECD는 선진국 클럽이다. 아직 중진국에 불과한 한국이 ‘주제 넘게’ 선진국 클럽에 들어가 있는 상황인데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여러 면에서 ‘열등생’인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신장섭 교수는 “OECD 국가와 비교하더라도 다른 분배지표에서는 한국이 중위권에 들어간다”며 “전 세계 196개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은 분배지표에서 중상위권에 들어가 있다”고 장하성 실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지는 신장섭 교수의 말이다.

신 교수는 “전 세계와 OECD는 엄연히 다른 비교대상이다. 초등학생이 봐도 틀린 비교”라고 지적했다. 그는 “명망 있는 ‘학자’(장하성-기자 주)가 OECD 비교 통계만 갖고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라는 결론을 버젓하게 내놓는다”고 장하성 실장을 거듭 비판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