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열병식' '수령 찬양' '아리랑 축전' 등으로 유명한 북한의 군중 동원 문화에 숨겨진 이야기가 최근 공개됐다. 북한의 대학생 등 청년층이 당 지도부의 강압적인 인력 동원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연속된 행사 참여와 일사불란하게 구성되는 군무에 지쳐, 때로 '욕설 섞인 구호'를 내뱉으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한다. 김씨 세습 정권에 대한 '만세 찬양'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닌, 형식적·맹목적인 '구호 남발'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평양시내 소식통들은 지난 23일(현지시각)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다가오는 공화국 창건 기념일(9.9절) 행사 연습으로 평양시내 대학생 청년들이 큰 고생을 하고 있다"며 "특히 매일 진행되는 만세 연습에 지친 젊은이들은 목청껏 만세를 부르지만, 속으로는 당 중앙에 대한 불만과 원망에 가득차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평양시의 대학, 공장, 기업소, 근로단체 단위들에서 모든 청년이 행사 연습에 참가할 것을 빠짐없이 장악(지휘)하고 있다"며 "모든 대학이 방학 중인데도 행사 연습에 동원된 청년 인파로 평양시 중심 거리가 붐비고 있다. 행사 준비로 인해 창광거리와 김일성 광장, 인민대학습당, 주체사상탑 주변 도로는 시간대별로 교통체증이 빚어지는 실정"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연습에 불참하거나 지각하는 사람, 사소한 결점이라도 보인 청년들은 마지막 총화사업(비판·결산 모임)에서 엄청난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도, "계속되는 행사에 지친 대학생들은 전시성 행사를 강요하는 중앙의 처사를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설명이다.
"행사에서 제시된 여러 가지 구호에다 불만과 비난을 담은 상스러운 문장과 단어들을 조합해 함께 외침으로써 당국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학생들도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행사에 참여한 청년들은 무슨 내용의 만세와 구호를 외치는지에 대해 당초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앞에서 만세를 부르면 뒤에서는 그저 형식적으로 구호를 외치거나 전혀 딴소리를 외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그의 회고다.
"지난 4월 김일성 생일에도 행사에 참가한 대학생들에게 무슨 행사였냐고 물었는데 무엇을 위한 행사인지도 모른다고 답해 황당했었다. 무슨 행사인지, 어떤 내용의 만세와 구호인지도 모르고 앞에서 외치면 뒤에서 맹목적으로 따라 외친다는 그들의 말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와 같이, 청년층의 강도 높은 불만을 초래할 정도로 북한 당국의 인력 동원은 가식적이고 강압적이다. 개성과 인격이 말살된 채, '대외적 과시'에만 급급한 전체주의 노예사회의 실상을 잘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북한의 정치와 사회 실태를 망라한 책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추영현, 동아세계대백과사, 2018)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김정일은 1970년대 시작부터 김일성에 대한 충성과 효성이라는 봉건도덕을 내세웠다. 이때부터 김정일은 김일성 신격화를 위해 역사의 날조는 물론, 김일성을 '잘 모셔야 한다'는 명분 아래 곳곳에서 우상화 작업을 벌였지만 그 속셈은, 그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이었다.
북한은 봉건사회도 모자라 이제는 노예제 사회로 전락했다고 태영호는 말한다. 그 시기를 김일성이 죽은 1994년 이후로 보는데, 김정일이 내세운 선군정치는 군사독재를 넘어 노예제 사회와 같은 체제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노예인 북한 주민들의 목숨은 노예 주인인 김정일의 기분과 감정에 따라 좌우되었다.
역사적으로 노예는 남의 소유물이 되어 부림을 당하는 사람, 모든 권리와 생산수단을 빼앗기고 물건처럼 사고 팔리는 사람을 말한다. 북한 주민에게는 인간의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 주거 및 이동의 자유, 생산수단을 가질 자유, 자기 자식을 자기가 기를 수 있는 자유조차 없다는 점에서 북한을 현대판 노예제 사회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력 동원과 역사 날조 등 김씨 3부자 세습 정권에 대한 우상화 작업은, 위의 책 내용처럼 조작과 기만으로 점철돼 있었다. 소식통 증언에서 보듯, 심지어 북한 내 청년층들도 그 허실을 알고 있었다. 이는 개인의 진심과 신념은 찾기 힘든, 전체주의적 독재체제의 한 특징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책 <한국 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북앤피플, 2018)에서 북한 체제의 전체주의적 속성 및 타국 전체주의와의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북한 전체주의는 서구 전체주의처럼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 주민을 일상적인 동원체제로 내몰고 있다. 북한과 서구의 전체주의가 공포와 테러에 의해서 대중동원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유사점을 갖고 있다. 전체주의체제는 주민에 대한 감시체제를 구축하고 반체제적 성향을 가진 주민들을 수용하기 위한 대규모 정치범수용소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과 서구의 전체주의에는 커다란 차이점이 없다.
이것은 전체주의체제가 내적 전쟁상태에 처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체제의 특징은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전체주의체제는 만성적 불안정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전체주의는 자기 파괴의 씨앗을 그 내부에 이미 잉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유사점들에도 불구하고 북한 전체주의체제는 남조선 혁명과 반미주의의 결합에 의하여 전쟁을 위한 상시적 대중동원 상태에 놓여 있다. 이 점이 북한이 갖고 있는 서구 전체주의체제와의 '편차'이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평양시내 소식통들은 지난 23일(현지시각)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다가오는 공화국 창건 기념일(9.9절) 행사 연습으로 평양시내 대학생 청년들이 큰 고생을 하고 있다"며 "특히 매일 진행되는 만세 연습에 지친 젊은이들은 목청껏 만세를 부르지만, 속으로는 당 중앙에 대한 불만과 원망에 가득차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평양시의 대학, 공장, 기업소, 근로단체 단위들에서 모든 청년이 행사 연습에 참가할 것을 빠짐없이 장악(지휘)하고 있다"며 "모든 대학이 방학 중인데도 행사 연습에 동원된 청년 인파로 평양시 중심 거리가 붐비고 있다. 행사 준비로 인해 창광거리와 김일성 광장, 인민대학습당, 주체사상탑 주변 도로는 시간대별로 교통체증이 빚어지는 실정"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연습에 불참하거나 지각하는 사람, 사소한 결점이라도 보인 청년들은 마지막 총화사업(비판·결산 모임)에서 엄청난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도, "계속되는 행사에 지친 대학생들은 전시성 행사를 강요하는 중앙의 처사를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설명이다.
"행사에서 제시된 여러 가지 구호에다 불만과 비난을 담은 상스러운 문장과 단어들을 조합해 함께 외침으로써 당국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학생들도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행사에 참여한 청년들은 무슨 내용의 만세와 구호를 외치는지에 대해 당초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앞에서 만세를 부르면 뒤에서는 그저 형식적으로 구호를 외치거나 전혀 딴소리를 외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그의 회고다.
"지난 4월 김일성 생일에도 행사에 참가한 대학생들에게 무슨 행사였냐고 물었는데 무엇을 위한 행사인지도 모른다고 답해 황당했었다. 무슨 행사인지, 어떤 내용의 만세와 구호인지도 모르고 앞에서 외치면 뒤에서 맹목적으로 따라 외친다는 그들의 말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와 같이, 청년층의 강도 높은 불만을 초래할 정도로 북한 당국의 인력 동원은 가식적이고 강압적이다. 개성과 인격이 말살된 채, '대외적 과시'에만 급급한 전체주의 노예사회의 실상을 잘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북한의 정치와 사회 실태를 망라한 책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추영현, 동아세계대백과사, 2018)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김정일은 1970년대 시작부터 김일성에 대한 충성과 효성이라는 봉건도덕을 내세웠다. 이때부터 김정일은 김일성 신격화를 위해 역사의 날조는 물론, 김일성을 '잘 모셔야 한다'는 명분 아래 곳곳에서 우상화 작업을 벌였지만 그 속셈은, 그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이었다.
북한은 봉건사회도 모자라 이제는 노예제 사회로 전락했다고 태영호는 말한다. 그 시기를 김일성이 죽은 1994년 이후로 보는데, 김정일이 내세운 선군정치는 군사독재를 넘어 노예제 사회와 같은 체제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노예인 북한 주민들의 목숨은 노예 주인인 김정일의 기분과 감정에 따라 좌우되었다.
역사적으로 노예는 남의 소유물이 되어 부림을 당하는 사람, 모든 권리와 생산수단을 빼앗기고 물건처럼 사고 팔리는 사람을 말한다. 북한 주민에게는 인간의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 주거 및 이동의 자유, 생산수단을 가질 자유, 자기 자식을 자기가 기를 수 있는 자유조차 없다는 점에서 북한을 현대판 노예제 사회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력 동원과 역사 날조 등 김씨 3부자 세습 정권에 대한 우상화 작업은, 위의 책 내용처럼 조작과 기만으로 점철돼 있었다. 소식통 증언에서 보듯, 심지어 북한 내 청년층들도 그 허실을 알고 있었다. 이는 개인의 진심과 신념은 찾기 힘든, 전체주의적 독재체제의 한 특징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책 <한국 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북앤피플, 2018)에서 북한 체제의 전체주의적 속성 및 타국 전체주의와의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북한 전체주의는 서구 전체주의처럼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 주민을 일상적인 동원체제로 내몰고 있다. 북한과 서구의 전체주의가 공포와 테러에 의해서 대중동원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유사점을 갖고 있다. 전체주의체제는 주민에 대한 감시체제를 구축하고 반체제적 성향을 가진 주민들을 수용하기 위한 대규모 정치범수용소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과 서구의 전체주의에는 커다란 차이점이 없다.
이것은 전체주의체제가 내적 전쟁상태에 처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체제의 특징은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전체주의체제는 만성적 불안정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전체주의는 자기 파괴의 씨앗을 그 내부에 이미 잉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유사점들에도 불구하고 북한 전체주의체제는 남조선 혁명과 반미주의의 결합에 의하여 전쟁을 위한 상시적 대중동원 상태에 놓여 있다. 이 점이 북한이 갖고 있는 서구 전체주의체제와의 '편차'이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