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방배동 '함지박'이 문을 닫는다니 : 월간조선

21일 '함지박'이 문을 닫는다. 함지박이라는 이름은 90년대 방배동 카페골목, 2000년대 서래마을 카페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함지박이라는 중국음식점 이름보다 '함지박 사거리'라는 지명이 더 친숙한 사람도 많다.

서울 서초구 동광로(방배동) 22길에 자리한 중식당 ‘함지박’은 한 자리에서 40년간 영업해 온 '지역 유지'다. 20일 함지박에는 "지난 40년간 찾아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함지박은 오는 8월 21일까지만 영업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함지박은 1978년 문을 열었고 강남 일대 거주하는 명사들이 자주 찾는 곳이었으며, 상견례 장소로도 사랑받았다. 법조타운 인근인 서초동 주민들 중엔 법조인이 많은 만큼 법조인들의 모임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폐업 소식을 접한 함지박 단골은 소셜미디어(SNS)에 이렇게 썼다. "누군가에게는 상견례 장소였을 테고 누군가에게는 비싼 자장면 집이었을 것이다. 함지박 없는 ‘함지박 사거리’는 마치 덕수궁이 없는 돌담길이나 마찬가지다."

함지박 안태준 대표는 "운영비용은 늘어가는데 그만큼 수익이 늘어나지 않아 폐업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부친으로부터 함지박을 물려받았다. 함지박 상권은 압구정 로데오거리나 여타 다른 상권처럼 '유행을 타는' 상권이 아니었고, 함지박은 오랫동안 지역 주민과 그 2~3세들로부터 사랑받는 업소였다.

그러나 어느새 불황을 피하지 못하고 폐업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지역 주민과 상인들은 최근 고조되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함지박 역시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40년간 잘나가던 업소가 이제 와서 문을 닫아야 하다니 누굴 원망해야 할까.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