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권 ‘경제 파탄’을 보는 시각... 與 “100년 적폐 탓” 野 “5인방 경질” : 월간조선

취업자 수 감소세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경제 파탄’ ‘고용 쇼크’ 논란이 일고 있는 지금, 문제를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보수 정권의 실정과 사회의 적폐 구조가 원인이라고 보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현 정권의 무능과 인사 실패를 거론하며 책임자 경질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편 책임론에 직면한 청와대는 경제 위기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與 "4대강에 26조~27조 원 부은 MB 때문"

차기 당권 경쟁에 나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불거지는 경제 위기론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린다고 26조~27조 원 정도를 쏟아 부은 바람에 다른 투자가 굉장히 약해졌다”며 “지난 100년의 적폐와 불공정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조선DB

이 의원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지난 10년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성장 잠재력이 매우 낮아져서 그 (실정의)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같은 당 홍영표 원내대표도 지난달 12일 당 회의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산업 전반의 구조 개선을 소홀히 한 채 건설과 토건에만 집중했다. 수출 주도, 대기업 위주의 경제 정책에만 힘을 쓰다 보니 우리 경제의 기초 체질이 약해지며 고용 위기가 온 것”이라고 했다. 추미애 대표는 “지금은 (오히려) 수년 전부터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경제 체질이 강해지는 과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野 "장하성, 김수현, 김영주, 홍장표, 백운규 내쳐야"

야권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을 비판하며 관련자들의 문책을 요구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경제 파탄 워스트(최악)’ 5인을 선정, “이들을 경질하는 것이 경제 살리기와 협치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홍장표 정책기획위원회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그들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정부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은 안 된다고 했는데 인재(人災)를 언제까지 가져갈 것인가”라며 “정책실장의 중요한 일 중 하나가 국민 전체를 위해 경제 정책을 설정하도록 조언하는 것인데, 잘못된 것이 확실한데도 지금 고집은 무리가 아닌가 싶다”고 혹평했다. 같은 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진정한 협치를 원한다면 소득 주도 성장의 폐기를 통해 더 이상 대한민국 경제가 망가지지 않을 수 있도록 (문재인 대통령이) 특단의 결심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2018년 8월 19일 오후 김동연(왼쪽부터) 경제부총리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용상황 관련 긴급 당정청회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선DB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 또한 “청와대 경제 참모 전면 교체와 함께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 3명에 대한 즉각 교체를 요구한다”고 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역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독불장군이 아닌 오케스트라 지휘자형으로 바뀌어야 하고 고용을 외면하고 노동 개혁 대변인 역할만 하는 고용노동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했다.

靑 "언론이 예민 반응"

한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언론에서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전날 당·정·청(黨政靑) 회의에서 경제 운용 방향에 대한 ‘시각차’를 보인 것을 두고 언론이 지적하자 맞받아친 것이다. 당시 장 실장은 “정책의 효과를 연말까지 기다려달라”고 한 반면, 김 부총리는 “경제 정책 수정도 검토하겠다”고 하는 등 '서로 다른 입장'을 밝힌 상황이었다.

"일자리 만든다며 쓴 세금 50조 원 어디로 갔나"

8월 21일 자 '조선일보' 사설(社說)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5년 가까이 걸린 4대강 사업에 든 돈은 22조 원이다. 이 정부가 2017년, 2018년 일자리를 만든다고 쓴 국민 세금은 본예산 추가경정예산 합쳐 50조 원이 넘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월 "4대강 사업 22조 원이면 연봉 2200만 원 일자리 100만 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식 계산법이라면 이 정부가 지금까지 쓴 국민 세금이면 연봉 5000만 원 일자리를 100만 개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취업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00명밖에 늘지 않았다. 고용 참사에 놀라 긴급 소집된 당·정·청 회의는 4대강 규모인 22조 원 이상의 국민 세금을 또 일자리 늘린다며 쓰겠다고 한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조선DB

정부가 일자리 만든다며 쓴 국민 세금 50조 원은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없다. 내수와 임금 근로자 비중이 높은 경제에나 실험해 볼 소득 주도 성장 모델을 수출 주도에 자영업 비중이 높은 경제에 억지로 꿰맞추다 보니 독 밑바닥이 깨져버렸다. 거기에 50조 원이 아니라 100조 원을 쏟아부어도 헛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집권당은 현장에서 접한 민생의 소리를 정부에 전해야 한다. 현직 경제부총리마저 정책 방향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하는 마당에 집권당 지도부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잘못 끼운 단추를 풀지 말자고 한다. 이렇게 계속 가자고 한다. 그러면서 10년 전 탓을 한다. 아집과 오기가 무서울 정도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