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1심 판결문 공개돼... 재판부, 안 전 지사 측 입장 대부분 받아들였다 : 월간조선

안희정 전 충남지사 비서 성폭행 혐의에 지난 14일 무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가 안 전 지사 측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씨는 18일 여성단체 집회에서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내 이야기를 듣지 않을 거면 왜 물어봤느냐"고 사법부를 비판한 바 있다.

'경향신문'이 19일 보도한 안 전 지사 1심 판결문 전문에 따르면 서울서부지원 형사11부(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는 "대선 주자로서의 안 지사에게 위력이 존재한 것은 사실이나 일상적으로 행사되거나 남용되지는 않았고, 권위적이거나 관료적이지 않고 소통하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12쪽에 달하는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나이 어린 흡연자들과 어울려 담배를 피우는 모습, 직원들이 불평·불만을 비실명으로 낼 수 있는 ‘무기명 토론방’을 운영하는 등 권위적이지 않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김씨의 업무강도가 높지 않았으며, 모든 일정에 수행비서가 동석하도록 한 점은 김씨의 위상을 오히려 격상시켰다고 판단했다.

성관계가 있었던 상황에 대해 재판부는 "강제적 관계가 아니었다"는 안 전 지사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는데, 그 근거는 김씨의 저항 강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작년 7월 러시아 출장 시 김씨가 고개를 떨구고 거절의 의사를 표시했다는 상황에 대해 재판부는 “남녀가 단둘이 호텔방에서 성적 접촉을 하기에 이르렀을 때의 태도를 평소 업무태도와 비교해 안 전 지사가 김씨의 거절 의사를 인식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는 어렵다”며 안 전 지사 입장에 수긍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불과 몇 시간 전에 불쾌한 첫 신체접촉을 당한 상태였는데도 김씨가 소극적으로만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올해 2월 25일 간음에 대해서는 서지현 검사가 성폭력 피해를 세상에 알린 뒤 미투 운동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도 피해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전날 밤 텔레그램 메시지를 김씨가 확보해 놓지 않은 것이 재판부는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정치인으로서의 긍정적인 이미지에 호감을 보이는 다수의 지지자들이 있었고 이 중에는 여성 지지자의 비율도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지사가 대중 앞에 서는 정치 행보에서 오는 공허함에 대한 위로를 찾는다는 심리와 더불어 일종의 나르시시즘 혹은 자기연민적 태도를 보임으로써 자신을 지지하거나 흠모하는 여성의 위로를 유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면서도 위력을 행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씨 측 대리인단은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할 뜻을 밝힌 상태다.

글=월간조선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