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의원 “납북자 명칭 실종자로 하자”… 과거 盧 정부 ‘납북자’ 용어 안 써 : 월간조선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북한에 끌려간 ‘납북(拉北)자’들을 ‘실종(失踪)자로 바꿔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 정부는 북한과 합의해 납북자라는 용어 대신 ‘전쟁 시기와 그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송 의원은 지난 13일 대표 발의한 ‘6ㆍ25전쟁 납북 피해 진상규명 및 납북 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 ‘납북자’ 표현을 ‘전후실종자’로 바꾸자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두 법안 제안 이유에서 “‘납북자’라는 표현은 북한 측에서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단어”라며 “남북 관계에서의 충돌을 완화하기 위한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송 의원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현행법에서 ‘납북’이라는 용어는 없어지게 된다. 현행법상 ‘납북’은 ‘본인의 의사에 반해 북한에 의해 강제로 억류·거주하게 된 자’라고 해 북측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또 ‘6·25 납북자법’에 의거해 작년까지 4777명이 납북자로 인정됐고, ‘전후 납북자법’에 의해서도 425건이 인정돼 위로금 등으로 145억원이 지급된 바 있다.

특히 노무현 정부도 북한이 ‘납북자’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어 남북관계 발전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당시 장관 회담 등 실무회담에서 납북자라는 말 대신 ‘전쟁 시기와 그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이라는 식의 표현을 사용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과 협의를 이같이 합의하고 문서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납북자 관련 단체들과 가족들은 “이는 노무현 정부가 우리 국민들을 포기한 것이고 지금에 와서 여당 국회의원이 북한이 싫어하고 남북대화를 잘하려고 실종자로 쓰자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최성용 납북자 가족모임 대표는 “당시 정부가 납북자라는 표현을 안 쓴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북한이 사람들을 납치해서 끌고 갔는데 그것이 어떻게 소식을 알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실종자가 될 수 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현재도 77년과 78년 홍도에서 납북된 학생들의 부모들이 살아서 아들들을 기다리고 있다”며 “그럼 이들도 실종이냐? 이들은 현재 평양에 살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은 생사 확인조차 해주지 않는다. 국가가 납북자를 포기한 것이다. 여당 의원이 북한이 싫어한다고 실종자로 하자 이것은 공권력을 포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가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정광성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