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아들, 父 무죄 선고에 "상쾌하다"... 법조계 시각은? : 월간조선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상습 간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지난 14일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한 후 간음·추행 행위를 저질렀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 4월 김씨에 대해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4차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차례, 강제추행 5차례를 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안 전 지사는 이날 무죄 선고 후 법정 앞 취재진에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부끄럽고, 많은 실망을 드렸다"며 "다시 태어나도록 더 노력하겠다.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연신 사죄의 뜻을 밝혔다. 안 전 지사의 20대 아들 안모씨도 같은 날 부친이 무죄를 선고받자 SNS에 "상쾌하다. 사람은 잘못한 만큼만 벌을 받아야 한다"며 "거짓 위에 서서 누굴 설득할 수 있을까"라고 글을 적었다.

"간음당한 후, 안 전 지사가 이용한 헤어숍 가서 머리 손질한 김지은씨... '어쩔 수 없이 응했다'는 그의 진술 믿기 어렵다"

재판 결과와 관련, 법조계 시각은 어떨까. 노영희 변호사는 이날 KBS1 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 "사건 해결의 가장 핵심은 간음, 추행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것이었는가. 아니면 본인의 자발적 의사에 의한 것이었는가"라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재판부는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이 '얼마나 일관적이고 신빙성 있는가'를 봤다"며 "그런데 여러 면에서 피해자의 주장이 무리가 있고, 사실관계가 일치하지 않은 면이 몇 가지 나와서 '이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봤다. 그의 분석이다.

"예컨대 러시아 호텔에서 얘기 들은 것에 의하면, (안 전 지사가) 맥주를 들고 있는 피해자를 포옹하고 언어적으로 외롭다고 말한 사실은 인정이 되죠.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위력이겠느냐', 재판부가 이렇게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또 피해자가 피고인(안 전 지사)과 간음 행위를 한 후 몇 시간 뒤, 피고인이 이용했던 헤어숍에 가서 머리 손질을 한다든가 등을 비춰봤을 때, 단순히 위력관계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응했다고 하는 그 진술을 믿기 어렵다는 게 포인트죠."

안희정 전 지사가 지난 14일 김지은씨 간음사건 관련 1심 무죄 판결을 받고 난 후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 변호사는 김씨와 안 전 지사 중 이 사건으로 인해 누가 더 열악한 위치에 놓일 것인지도 확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김지은씨가 당연히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 더 열악한 위치에 있긴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서 안희정 전 지사도 사실은 상당히 잃을 게 많았다"며 "실제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얘기되던 시점에서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어느 누구만이 더 열악한 위치에 있다, 이렇게 말하기 곤란했다"고 해석했다.

"김지은씨 언행 불일치가 핵심... 김씨와 안 전 지사 중 누가 더 '열악한 위치'에 있다고 말하기는 곤란"

노 변호사는 1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전화 인터뷰에서도 "(재판부는) 위력을 행사해서 간음하는 행위를 한 것이 아니다, 이렇게 보는 것"이라며 "더 중요한 건 김지은씨가 언행이 불일치하다. 이게 사실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니까 말로는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을 했지만, 피해자로서 취해야 할 행동이 사실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을 인정하기는 너무 부족하다. 이렇게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도 "사실 어느 정도 저는 (안 전 지사의 무죄를) 예상했다"며 "'업무상 위력에 위한 간음'이라고 하는 게 사실 입증되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김지은씨처럼 성인 여성이고, 또 어느 정도 사회적인 지위나 판단 능력이 있는 분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노영희 변호사. 사진=SBS 캡처

노 변호사는 김씨가 두 번째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작년 9월 스위스의 호텔 사건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었다. 그는 "같이 출장을 갔는데 그때 객실이 안희정 전 지사하고 같은 곳이 아니었다. 같은 동이 아니었다"며 "그러니까 (김씨) 스스로가 안희정 전 지사랑 같은 동에 머물기 위해서 객실을 계속 바꾼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초에) 성폭행을 당했으면 가급적 멀리 떨어지고 싶어하는 게 일반적일 텐데, 왜 굳이 그렇게까지 했을까.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백성문 변호사도 안 전 지사의 무죄를 예상했다고 밝혔다. 백 변호사는 "(안 전 지사는) 도지사, 차기 대권 후보. 거기에다가 공무원들의 임명권까지 쥐고 있었다"며 "우리가 쉬운 말로 하면 생사여탈권이라고 하지 않나. 그런 걸 쥐고 있었기 때문에 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말했다.

백성문 변호사. 사진=TV조선 캡처

다만 "더 나아가 (안 전 지사가) '성관계를 할 때 위력을 행사했느냐'가 문제인 것"이라며 "쉽게 말해서 '너 지금 나랑 이런 거 안 하면 너 자를 거야' 이런 게 위력 행사다. 그런데 그런 얘기는 사실 김지은씨의 진술에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2심, 대법원서도 무죄 전망"

두 변호사 모두 다음 재판에서도 안 전 지사의 무죄 선고를 예상했다. 노 변호사는 "저는 그냥 무죄 계속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했고, 백 변호사도 "대법원까지 계속 무죄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